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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조남주
★★★☆☆
읽은 기간: 18.12.22~23 / 2일
한 때...라고 하기엔 요즘도 많이 이슈가 되고 있고 내가 크게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는 부분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여혐, 남혐과 페미니스트, 메갈리아 논란 속에서 여러번 언급된 책이었던지라 궁금하면서도 찾아 읽으려는 생각까진 안해봤다. 도서관 신간도서에서 발견했을 때도 조만간 읽어봐야지 했을 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한 권 빌리러 갔다가 반납 기한이 애매해서 시간 되면 읽고 말면 말지-라는 생각으로 빌렸다가 읽게 됐다.
이 책을 읽는 여자는 일단 믿고 거른다느니 페미충이라느니 하는 말들이 인터넷에 많이 나돌았고 배우 정유미가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자 실검 1위를 하며 욕을 먹는 등 하여튼 많은 이슈를 몰고 다니는 책이라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이러나...싶었다. 가끔 휴무에 지하철 탈 일이 있으면 책 들고 다니면서 읽는데 그런 공공장소에서 읽으면 이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 눈총을 사는 책일까 싶어서 사실 좀 꺼린 것도 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정유미가 바보도 아니고 비상식적인 내용의 작품이라면 과연 그 역할을 할까 싶기도 했고 뭐 아무튼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빌렸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게 그렇게 궁금하면서 왜 검색해볼 생각은 안했나 모르겠다. 이런 게 바로 궁금증을 이긴 귀차니즘인가.
어쨌든 책 도입부를 시작하면서 이 책에 대한 선입견, 그러니까 페미니스트의 지침서라고 불린다던가 여자아이돌이 이 책을 읽었다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던가 하는 이 책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머리를 비우고 읽으려고 노력했다.
제목처럼 책이 주인공은 82년생의 김지영씨다. 현재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살고 있는 30대 주부 김지영씨가 어느 날 갑자기 지금은 죽었지만 김지영씨의 삶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었던 몇 명의 여자들의 영혼이 씌이는 빙의 현상을 보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책은 이 김지영씨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보여준다. 간간이 김지영씨 어머니의 삶과 언니의 삶도 양념을 가미하듯 보여주면서 진행되는데 뭐 예상했던 대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여자로 살아가는데 겪게 되는 부조리들을 담은 내용이었다.
사실 딱히 책의 편에 서고싶지도, 그렇다고 비판을 하고싶지도 않다는 게 생각이다. 아니 굳이 해야한다면 비판도 하고 옹호도 해야 하는 상황이랄까.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건 책이니까. 여론을 의식하고 선동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라면 비판을 하겠지만 그냥 소설이지 않나? 뭐 작가의 의도는 잘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면 82년생 김지영이 아니라 72년생 김지영 정도로 제목을 수정해야 비판을 막아낼 방패막이 그나마 생길 거 같다는 정도?
어쨌든 난 이게 소설이니까 별로 비판하고 싶진 않다. 이런 인생도 어딘가엔 있을 수 있다. 있음직하면 특별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게 소설이고 영화니까. 불행을 겪는 주인공들이야 많은 책과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지만 아무도 왜 그 사람한테만 그런 불행이 닥치냐 하고 의문을 제기하진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정유미가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어찌보면 하나의 사건으로 보고 캐스팅을 수락한 건 아닐까? 정유미가 출연한 도가니도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였던 것처럼 82년생 김지영 역시 소설이긴 해도 현실에 있을 법한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인생을 그린 것이니 말이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사람들이 왜 공감하는지 그리고 왜 비난하는지 둘 다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영씨의 학창시절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 난 문득 응답하라 1998의 덕선이가 생각났다. 주변에 아는 82년생들이 없거니와 (회사에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시대의 느낌을 잘 몰라서 떠오르는 건 덕선이 뿐이었다. 김지영과 덕선이의 상황이 다르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일단 덕선이가 김지영보다 훨씬 일찍 태어났을텐데 어째 김지영이 더 옛 시대에 사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응팔은 88년을 그린 거니까 88년에 이미 고등학생인 덕선이는 아마도 72년생쯤 되지 않았을까? 김지영보다 10년이나 일찍 태어난 덕선이의 고교시절이 82년생 김지영의 고교시절보다 어째서 더 발전된 느낌일까. 그렇게 치면 72년생 김지영도 좀 그렇다. 62년생 김지영이라 해야 욕을 안 먹었을까. 우리 엄마 세대라면 그 정도 삶은 흔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마냥 비판만 할 수는 없는 것은 이게 소설이니까- 라는 이유 외에도 있다. 정말 이런 일이 있다. 심지어 내 또래들도 겪는 사람들은 겪었다. 내 주변 가까운 데서 찾자면 김지영보다 늦게 태어난 어린 시절 나와 친했던 동네 언니. 그 언니는 아들 귀한 집에 장녀도 태어나 바로 아래 여동생 그리고 터울이 좀 있는 남동생이 있었다. 어렸을 때 알던 언니라 세세하게는 모르지만 그 어린 나이에도 언니가 받는 차별을 어렴풋하게 알 수 있었고 15년이 훌쩍 흐른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언니가 얼마나 집을 싫어했었고 힘들어했었는지. 그리고 다들 그런 기억 정도는 있지 않나? 학창시절 은근히 팔뚝살을 꼬집고 등을 쓰다듬는 선생님은 한 명 정도는 있었다는 거. 뭐 나야 고등학교 졸업한지 오래 됐으니 지금은 없기를 바랄 뿐.
더군다나 성희롱 같은 건 너무나도 많은 매체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고 겪고 있는 거 아닌가? 연초에 흥행했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만 봐도 주인공인 손예진은 부당한 성희롱을 감내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드라마를 챙겨보지 않아서 결말을 모르지만 손예진이 그 사실을 터뜨리고 나서 얼마나 고구마 먹은 것 같은 답답한 전개가 이어졌는지는 기억난다.
물론 남녀차별으로 고통받았던, 그리고 받고 있는 남자들도 존재한다는 건 안다. 오빠니까 동생 지켜줘야지, 남동생이니까 누나한테 양보해야지, 하는 것들도 종종 들어온 말들이고 남자가 여자를 성희롱 하듯 여자 또한 남자를 성희롱 하는 일들도 왕왕 있으며 여자들이 성차별을 받는다는 이유로 흔하게 일어나는 역성차별적 발언들과 사건들도 많다.
그래서 난 딱히 이 책에 대해 비판도 옹호도 못하겠다. 어느 쪽도 크게 틀린 건 아니니까. 리뷰 쓰려다가 왜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 썼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 막상 써놓고 보니 줄거리는 거의 없네... 나중에 책을 다시 읽지 않아도 내용을 기억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로 시작한 리뷰였는데 지금은 이미 책을 반납해서 책도 없고 내 짧은 기억력에 의지해서 지금 줄거리를 적기엔 무리니까 그냥 패스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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