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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
읽은 기간: 18.11.24~12.04 / 11일
이 책은 최근 읽었던 책 중에 제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일본 가는 비행기에서 초반부를 읽었는데 뒷내용이 예상은 가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딱 그 부분까지 읽고 못 읽어서 좀이 좀 쑤셨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 여성이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와 반년만에 결혼에 골인했더니 알고보니 그 남자는 상대방이 공포를 느끼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싸이코패스였고 그의 목표는 다름 아닌 다운증후군 여동생이었다는 것인데 주인공인 그레이스의 심리묘사를 탁월하고 그레이스와 남편 잭의 심리전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그런 작품이었다.
외모부터 직업, 그리고 로맨틱한 매너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가 부모님도 부담스러워하는 다운증후군인 사랑하는 동생 밀리까지도 가족으로 받아들여준다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던 그레이스는 결혼 후 부모님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고 밀리의 법적인 보호자가 자신 부부로 된 상황에서 사랑하는 남편 잭의 본 모습을 보게 된다.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날 잭은 그레이스의 여권과 지갑을 숨기고 그레이스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떠나려는 그레이스를 사람들 앞에서 정신에 문제 있는 여자로 만들고 자신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헌신하는 남편으로 보이면서 심리적으로 그레이스를 옭아맨다. 그레이스는 집으로 돌아가면 바로 잭에게서 도망치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철저하게 설계해뒀던 잭 앞에서 힘없이 무너진다.
말을 잘 듣지 않고 완벽한 부부의 모습을 연출하지 않으면 기숙학교에 있는 밀리를 보러가는 걸 한 주씩 미루어 졌기에 그레이스는 잭의 말을 잘 들을 수 밖에 없고 외출은 항상 잭과 함께, 혼자 있는 시간엔 2층 방에 가둬진 채로 사실상 말도 안되는 학대를 당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지인들은 그저 그들이 서로를 한없이 사랑하는 보기 좋은 커플로만 보는데 새롭게 이웃이 된 에스터는 휴대폰도 없고 메일도 잭의 메일을 쓰는 그레이스를 의문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잭은 밀리가 기숙학교에서 나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지하실을 밀리의 방으로 꾸민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밀리에게는 노란색 방으로 예쁘게 꾸미고 있다고 속이며 지하칠을 온통 빨갛게 칠하고 벽에는 학대당한 여성들의 너무나도 사실적인 그림으로 채우며 밀리를 기다린다. 그레이스는 어떻게든 밀리가 집으로 오는 날이 되기 전에 이 곳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만 사회적으로 평판이 좋고 완벽한 잭을 남들 앞에서 폭로해봤자 소용없음을 알고 조금씩 계획을 세우며 때를 기다린다.
언니의 결혼식날부터 잭을 믿지 않았던 영특한 밀리는 잠이 안오는 척 하며 수면제를 조금씩 모아오고 그레이스와 가까스로 둘만 있게 되자 수면제를 건넨다. 모든 걸 수색당하는 그레이스로서는 수면제를 숨기는 게 불가능했지만 구두에 숨겨 집까지 가져오고 더이상 미룰 수 없이 되자 잭이 처음으로 재판에서 진 날 잭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대외적으로 함께 태국으로 여행을 가게 되어있었던 그레이스는 잭이 재판에서 져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먼저 여행길에 오르는 척 하며 잭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지하방에 가둔다. 그리고 에스터에게 부탁해 공항까지 태워다 달라고 한 뒤 태국으로 떠나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를 연기하며 잭을 기다리는 척하고 소식을 기다린다. 며칠 뒤 그레이스가 기다리던 소식이 날아온다. 잭의 죽음. 자살로 꾸미려 했지만 잭은 치사량이 되지 않아 깨어났었고 지하실에 갇힌 채 아사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레이스는 혹시 자신이 의심 받는다면 모든 걸 털어놓겠다고까지 다짐하지만 과연 그것이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귀국하는데 에스터가 그레이스를 공항에 데려다 주던 날 창 밖을 보며 인사하는 잭의 모습을 봤다며 그레이스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준다. 에스터는 사람들 앞에서 밀리가 빨간색을 좋아해서 빨간색 방으로 꾸미고 있다던 잭의 말을 기억했고 뉴스에 나온 잭이 죽은 지하실의 끔찍한 빨간 방을 매치시켜 잭의 본모습을 간파한 것이었다.
이 책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책 마지막 장에 있다.
에스터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밀리의 방 색깔이 뭐였지, 그레이스?"
나는 잠시 차마 말을 잊지 못한다.
"빨간색."
목소리가 갈라진다. "밀리의 방은 빨간색이었어."
"그럴 거라 생각했어." 에스터가 조용히 대꾸한다.
이 책은 사람들 앞에 그레이스를 내보이면서 도망갈 수 없게 철두철미한 펜스를 치는 잭과 그런 잭에게서 벗어나 밀리를 지키기 위한 그레이스의 심리전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재미와 박진감을 동시에 준달까. 나중에 내용 까먹을 때 쯤 다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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