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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사진관」

셍셍칩 2019. 1. 27. 00:30

「고구레 사진관」상하

미야베 미유키

★★★☆☆

 

읽은 기간
상: 18.12.28~19.01.14 / 18일
하: 19.01.15~24 / 10일






 미야베 미유키라서 빌린 책이었는데 워낙 책을 질질 끌면서 오래 읽은 탓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하권을 읽는 내내,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도 미야베 미유키 책이라는 걸 까먹을 정도로 나에게는 미미작가의 느낌이 영 없었다. 상권 때는 있었던가... 그 땐 알고 읽기 시작해서 인식은 했던 거 같은데 하권부터는 아예 까먹어버렸다. 다 읽고 나서 아 맞다 이거 미야베 미유키였지 할 정도로. 썩 그렇게 내 취향이 아닌 걸로 보아 미미작가의 내가 좋아하는 특징들이 이 책엔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곤 해도 역시 완전 별로였다 라고는 못 말하겠는 거 보면 정말 미야베 미유키는 대단하구나 싶기도 하고...뭐 암튼 그렇다. 상하권으로 되어있는 만큼 작정하고 시작했어야 했는데 또 모방범을 생각하고 술술 읽힐 줄 알았지 뭐람. 그런 기대가 있어서 천천히 읽혔을 뿐 사실 그냥 기대 없이 시작했다면 꽤 재미나게 읽었을지도 모를 그런 내용이었다. 처음엔 웬 심령사진이 나오길래 또 어두운 내용인가 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쫄았던 게 좀 부끄러울만큼? 살짝 시시하다 느껴질만한 그런 느낌?

 통칭 하나짱이라고 불리는 하나비시 에이이치라는 고등학생 소년을 주인공으로 마치 단편인 듯 네 사건이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살짝 괴짜인 부모님과 똑똑하고 귀여운 어린 동생 피카짱과 함께 고구레 사진관으로 이사 온 하나비시가 부모님이 살짝 특이한 덕에 사진관 틀을 그대로 둔 채 그 집에 살게 되면서 얼떨결에 지금은 돌아가신 사진사 고구레씨가 현상했던 한 심령사진을 맡게 되고 그 사진을 추적하면서 첫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나하나 실마리를 찾아가며 사진의 비밀을 밝혀내고 그 후 그 사실이 약간 다른 방향으로 소문이 나면서 에이이치에게 새로운 사진 의뢰가 들어온다. 그렇게 사진에 얽힌 비밀을 밝히는 과정에서 특히나 두드러지는 건 하나비시와 그의 친구 덴코, 탄빵 등의 우정이다. 사실 일본의 고교생활이라느니 현실 우정이라느니 내가 겪지 않아봐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기에 바람직한 우정임은 틀림없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가 등장하는 상권에서는 소위 말하는 심령사진이 등장해 그걸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데 반해 하권에서는 심령사진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권의 주제는 아무래도 '가족'이랄까. 조작된 사진 한 장에 대해 조사하며 그 사진을 찍고 유포한 한 초등학생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세 번째 이야기가 끝나면 아무래도 정말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을 내포하고 있는 마지막 이야기가 나온다.

 내용을 다 쓰긴 뭐해서 (사실 기억나지도 않고) 스킵하고 그렇게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하나비시가 조금씩 성장해가는...이라고 하면 너무 상투적이려나. 하나비시가 조금씩 나아가는 그런 내용이다. 그렇게 마지막에는 읽는 내내 마지막엔 이 얘기가 나오겠구나 하고 예상했던 대로 하나짱과 피카짱 사이에 태어났지만 4살밖에 안되는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죽은 하나비시의 동생 후코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후코의 존재는 처음부터 쭉 등장했지만 후코의 죽음으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었던 하나비시가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하나비시의 아버지가 부모형제와 절연해야 했던 과거의 이야기가 속속들이 나온다. 하나비시의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과 함께 친가 사람들이 접촉을 시도해오면서 마치 얼려놓듯 봉인했던 기억을 해동시키며 하나비시는 후코가 죽던 날의 기억과 후코짱의 장례식에서 어머니가 겪었던 비난들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귀엽고 똘똘한 동생 피카가 최근에 점점 이상해졌던 이유를 찾아낸다. 하나비시의 가족들은 모두 후코의 죽음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위중하시다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산 등의 문제로 시끄럽던 친가 사람들이 모이던 날 하나비시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부모님 대신 그 모임에 나간다. 첫사랑인 듯 아닌 듯 가족에게 과거 아픔을 겪고 위태롭게 살아가는 준코와 그 자리에 가정교사인 척 동행한 하나비시는 그간 속에 맺혔던 이야기들을 가족들에게 모두 뱉어내고 모든 것을 털어낸다. 다행히 하나비시의 객기는 좋은 쪽으로 작용해 가족의 관계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여지가 된다.

 함께 갔던 준코는 그 모습에서 자신 또한 이렇게 털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비시에게 돌아온다는 말과 함께 떠나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뒤늦게 들은 소식으로는 그저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내고 잘 살고 있다는 것 뿐. 그렇게 하나비시의 첫사랑도 끝이 나도 시간이 흘러 대학에 들어간 후 준코에게서 내용없는 편지 한 통을 받으며 끝이 난다.

 나에게는 이런 아픔도 없고 우리 가족은 이런 애틋함을 느낄만한 과거가 없는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기에 이런 이야기나 감정이입은 책이나 영화로밖에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객관적이고 한발짝 떨어져서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게 단점일까 장점일까. 아무래도 장점이겠지. 잔잔하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남고생을 주인공으로, 화자로 내세워 주인공의 속마음을 그대로 서술하듯 쓰여진 부분들이 사실 내 취향에 맞지 않아 좀 오그라들었지만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좋았다. 간만에 죽음(은 있었지만 살인사건은 아니니까)이 없는 책을 읽었으니 다시 돌아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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