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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
읽은 기간: 19.07.11~21 / 11일
오랜만...이라고 하기엔 저번달에도 읽었지만 몇 권 다른 책을 읽다보니 또 히가시노 게이고가 생각나서 빌려봤다. 제목만 보고 최근 작품인 줄 알았는데 읽을수록 시대배경이 조금 옛날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거보다 더 이게 초창기 작품이구나 싶었던 건 이 작품의 분위기였다. 근 몇 년 사이에 발표했던 책들과는 확연히 느낌 자체가 다르고 무엇보다 읽다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었다는 것도 까먹을만큼 그의 색채가 느껴지지 않았다. 뒤로 갈수록 뭔가 있겠지 뭔가 있겠지 하면서 읽었는데 '뭔가'란 없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다고 하긴 좀 그런 게 가독성은 확실히 좋았다. 전개도 빠르고 내가 요새 정신이 없어서 책을 읽는 시간이 부족했어서 그렇지 그게 아니었다면 하루 이틀이면 읽었을 거 같다. 옮긴이 말을 읽어보니 87년에 발표된 책이라고 했다. 그걸 보는 순간 이제까지 느꼈던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옛날 추리소설다운 문체며 스토리의 전개가 딱 그 시대 느낌이었다.
내용은 별 거 없었다. 나는 오늘도 이걸 다 요약해놓고 잘 자신이 없으니 대충 쓰겠지... 음 그냥 등장인물이 많고 일본 이름이 너무 길어서 조금 헷갈렸다. 사람도 많은데 어느 부분에선 성으로 부르고 어느 부분에선 이름으로 부르니까 더 정신없었다. 일본 사람들은 맨날 그렇게 하니까 안 헷갈리려나... 뭐 아무튼 추리소설 작가인 '나'는 얼마 만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사랑했던 연인인 프리랜서 작가 가와즈 마사유키를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잃게 된다. 담당 편집자이자 절친한 친구이면서 가와즈를 소개시켜준 후유코와 함께 죽은 애인의 죽음을 추적하던 중 가와즈가 1년 전 Y섬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요트사고를 당했었고 그 사고를 함께 당했던 사람들이 무언가 은폐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수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여행에 참가했던 10명 중 한 사람인 다케모토 유키히로만이 사망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생존했는데 주인공은 그 사고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Y섬 요트사고의 생존자들이 하나씩 살해되고 '나'도 누군가에게 살해 위협을 받는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분발하게 된 주인공은 조금씩 사건의 진실에 마주하게 되는데...
이미 몇 명이 살해된 상황에서 Y섬 여행의 주최자였던 야마모리 스포츠 플라자의 사장 다쿠야는 '나'를 사고 1주기 여행에 초대하고 '나'는 후유코를 동행하면서 여행에 참석한다. 그 날 밤 후유코와 방에서 잠시 잠들었던 '나'는 깨어나 후유코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 헤매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들 알리바이를 증명하고 다음 날 후유코는 절벽 아래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애인에 이어 친구까지 잃은 '나'는 분노하고 그들의 알리바이가 짜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며 사건에 더 다가가려 한다.
알고보니 이제까지 일어났던 살인사건의 범인은 후유코였다. 후유코는 1년 전 죽은 다케모토의 연인이었고 그 여행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그 날 사고로 죽은 연인이 남긴 쪽지에서 의문점을 발견하고 사건을 조사하던 중 다케모토가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사실 그 날 정말 죽을 뻔한 사람은 가네이였는데 모두들 무인도에 도착해 저 멀리 바다에 떠다니는 가네이를 발견했지만 구하러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고 가네이의 연인인 시즈코가 울며 애원해도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었다. 그 때 다케모토가 목숨을 거는 조건으로 시즈코의 몸을 요구하며 가네이를 구해오고 시즈코를 바위 뒤로 데리고 가 거래를 했으니 만날 약속을 잡다가 정신이 든 가네이가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해 다케모토를 밀쳐 죽인 것이다. 사실 죽은 줄 알았던 다케모토는 정신을 잃은 것 뿐이었지만 모두들 그가 죽었다 생각하고 마치 사고 때문인 것처럼 그를 바다로 밀어 사고사로 위장하고 모든 사실을 은폐한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유코는 이름을 바꾸고 복수를 계획했고 하나씩 복수를 성공시켜 오다가 꼬리를 밟혀 반대로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까지 단순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줄거리 기록은 너무 귀찮으니까 이 정도까지만 할까 한다. 그렇지만 소설의 구조는 확실히 단순했다. 최근 작품들에서는 상상도 못할만큼 정말 딱 추리소설 다운- 느낌의 추리소설이었달까. 인물 관계 같은 건 탄탄했지만 스토리 자체는 단순하고 살짝 진부해서 평점을 많이는 못주겠다.
심지어 나는 끝까지 이 책 제목이 왜 11문자 살인사건인지 모를 뻔 했다. 아무 생각없이 읽다보니 거의 끝까지 읽어버렸는데 근데 왜 11문자라는거지? 라는 생각이 그제서야 든 것이다. 설마 설마 하고 맨 앞 장으로 돌아왔는데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라는 범인의 편지가 11글자라서 11문자 살인사건이었다. 나 참... 순간 잠시 어이가 없었다. 다음 번에는 보다 최신작으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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