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일런트 페이션트」

셍셍칩 2019. 7. 1. 11:47

「사일런트 페이션트」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

읽은 기간: 19.06.25~07.01 / 7일 

 

 

 제목도 제목이지만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실 빌릴 예정이 없던 책이었다. 그런데 어차피 7년의 밤이 재미있을 게 확실했기 때문에 마음이 풍족해졌을 때 그 다음으로 별로인 책을 읽게 되더라도 그렇게 기분이 안좋아지진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냥 부담없이 빌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연달아 두 권을 너무 흡족하게 마무리 했더니 기분이 아주 좋은 상태다. 나의 책 읽는 속도를 감안했을 때 이 정도면 꽤 빠르게 읽은 것 같다. 그 말은 곧 가독성이 좋았다는 거겠지. 그리고 심리학 스릴러 답게 반전도 아주 훌륭했다. 눈 뜬 장님처럼 한치 앞만 내다보다가 막바지에 진실이 밝혀졌을 때 좀 당황해서 잠시 읽던 걸 멈췄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한거지... 작가가 먹여주는 대로 맥스나 마틴 중에 범인이 있겠거니 안일하게 읽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대체 왜 테오가 바람난 아내를 추적하는 게 현재 시점일 거라고 생각했을까. 아무튼 오랜만에 반전 제대로 주는 스릴러를 읽어서 기분이 좋았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왜 침묵하는 환자 라는 식으로 번역한 제목을 내세우지 않고 영어 제목 그대로 출간했을까 싶었다. 그 의문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어쨌든 사일런트 페이션트는 말 그대로 침묵하는 환자가 주인공이다. 앨리샤는 6년 전 남편 가브리엘의 얼굴에 총을 난사해 살해하고 자신의 팔목도 긋지만 죽지 않고 체포된다. 그리고 그 이후 그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하고 정신병동에 갇히게 된다. 화가였던 앨리샤는 사건 후 재판을 앞두고 미친 사람처럼 그림에만 열중하는데 그 때 그린 그림은 자신의 자화상이고 제목은 알케스티스였으며 그 외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알케스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남편인 아드메토스가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대신 죽겠다고 하여 남편 대신 죽고 후에 헤라클레스에 의해 지옥에서 다시 돌아와 남편 곁으로 가지만 남편이 무슨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고 침묵하는 인물이다. 앨리샤는 마치 알케스티스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살해 동기도 밝혀지지 않았고 덕분에 엄청나게 유명한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앨리샤는 지난 6년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으며 지금은 엄청난 약에 취해 그저 멍하니 살아갈 뿐이다.

 이런 앨리샤에게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진 한 심리상담사가 있었다. 이름은 테오 파버. 테오는 어린 시절 가정에서 받은 상처를 심리치료를 통해 극복했고 그 후 심리치료사가 되었다. 그리고 앨리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며 앨리샤를 치료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앨리샤가 있는 그로브에 구인광고가 올라왔을 때 고민없이 지원해 취직을 한다. 그렇게 시작된 앨리샤 치료는 쉽지 않다. 앨리샤는 여전히 말이 없고 오히려 테오를 공격하기까지 한다. 테오는 마지 형사처럼 앨리샤의 주변인물들을 탐닉해 나가기 시작한다. 6년 전 그 사건을 기준으로 그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앨리샤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그녀의 결혼생활은 어땠는지 하나하나 파내기 시작하는데 그럴 수록 꽤 많은 것들이 밝혀진다. 앨리샤를 여자로 사랑했던 가브리엘의 형 맥스라던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뒤 차라리 어린 딸인 앨리샤가 죽었어야 했다고 원망했던 앨리샤의 아버지, 앨리샤 자체보다 앨리샤의 작품을 사랑했던 화랑의 주인 마틴 등 많은 것들을 알아내던 와중에 테오는 앨리샤에게 일기장을 받게 된다. 그 곳에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몇 주간의 일기가 적혀있는데 앨리샤가 어떤 의문의 남성에게 스토킹을 당해왔다는 것과 그가 집에까지 침입했다는 것, 사건 당일에는 심지어 앨리샤를 위협했다는 것까지 적혀있다.

 이렇게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테오는 사랑하는 아내 캐시가 바람이 났다는 걸 알게 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 자신을 상담해주던 심리상담가 루스를 찾아가는 일과 결국 루스의 조언을 듣지 않고 아내의 바람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도 함께 진행된다. 캐시는 어떤 남자에게 푹 빠져있었고 연기를 하는 직업 답게 테오를 아주 자연스럽게 속인다. 자신의 외도가 이미 들켰다는 것도 모른 채 당당하게 근처 공원에서 밀회를 즐기기까지 한다. 견디기 힘들었던 테오는 어느 날 캐시와 상대편 남자를 미행하다가 결국 상대편 남자의 집 앞까지 가게 되고 그에게도 집에서 그만을 기다리는 아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앨리샤의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성공한 테오는 앨리샤에게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게 되고 그 동안 앨리샤를 스토킹하던 의문의 사내가 결국 앨리샤의 집에 침입해 가브리엘을 죽이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로브의 다른 의사들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모든 정황과 증거가 그녀를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고 지금 앨리샤는 단지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할 때라는 것이다. 앨리샤가 마지막으로 모든 걸 밝히겠다고 말했던 날이 밝아와 출근을 한 테오는 앨리샤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수사를 하자 그건 자살이 아니라 살해시도였고 범인으로는 과거 앨리샤의 심리치료를 비공식적으로 했기 때문에 그녀의 입을 막아야만 하는 크리스티안으로 밝혀진다. 앨리샤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테오는 집으로 돌아간다.

 다시 테오의 이야기. 테오는 캐시가 바람핀 상대 남자의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려 한다. 그래서 며칠 동안 그녀의 주변을 서성인다. 하지만 기회는 잘 오지 않고 어느 날 그녀의 집에 들어갈 기회가 생기면서 그녀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 날이 앨리샤와 테오의 첫 만남이다. 캐시의 바람 상대는 살해당한 가브리엘이었고 가브리엘이 살해당하던 날 그들의 집에는 앨리샤와 가브리엘 말고도 테오가 함께 있었던 것이다. 책은 마치 현재 진행인 것처럼 테오의 이야기를 함께 진행하지만 그건 이미 6년 전 일이었다. 테오는 그 날 앨리샤의 집에 갔고 앨리샤에게 총을 겨눈 채 가브리엘이 오기를 함께 기다렸었다. 그리고 가브리엘이 귀가했을 때 그를 공격했고 그에게 기회를 준다. 너희 둘 중 하나만 죽이겠다고. 그리고 가브리엘은 자신은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테오는 총을 한 발 쏘고 사라지고 가브리엘은 앨리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흐느끼지만 테오는 아무도 죽이지 않고 그저 천장을 쏘고 간 것이었다. 앨리샤는 죽지 않았지만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은 앞으로 절대 사랑받지 못할 것임을. 자신은 살 가치가 없음을. 그리고 가브리엘이 그렇게 만들었음을. 그래서 앨리샤는 방아쇠를 당긴다.

 사실 테오는 가브리엘을 죽인 게 아니다. 캐시와 바람을 피운 상대이기에 살의를 느끼긴 했지만 행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앨리샤가 가브리엘을 죽일 거라고도 절대 생각하지 못했다. 때문에 그 날 그 사건이 일어나고 소식을 접했을 때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일에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것 또한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6년 뒤인 현재 기회가 왔을 때  앨리샤를 치료할 수 있도록 그로브에 지원을 한 것이다. 6년 전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앨리샤가 자신을 알아볼 일은 없다고 생각했고 정말 앨리샤는 테오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앨리샤가 테오에게 마음을 열고 입을 열기 시작했을 때 테오는 앨리샤의 거짓말을 눈치챘고 앨리샤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앨리샤의 입을 막아야 했고 앨리샤를 죽이기 위해 모르핀을 주사하고 그 일을 크리스티안에게 덮어씌운다. 하지만 마지막에 앨리샤가 감춰둔 일기장이 발견되면서 테오는 경찰에 잡히게 된다.

 애초에 줄거리 기록용으로 쓰기 시작한 리뷰였는데 막상 또 정말 줄거리만 쓰려니까 왜 이렇게 찝찝한지 모르겠다. 이런 반전 소설의 또 하나의 재미는 모든 걸 다 알고나서 다시 처음부터 탐독할 때의 즐거움에 있다. 하지만 이건 이제 반납해야 되니까 다음에 다시 읽어봐야지. 소장해도 괜찮을 거 같다. 별 다섯개짜리 기준으로 한 번에 왕창 사야겠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문자 살인사건」  (0) 2019.07.22
「흰」  (0) 2019.07.10
「7년의 밤」  (0) 2019.06.27
「인어가 잠든 집」  (0) 2019.06.15
「그해, 여름 손님」  (0) 2019.06.06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