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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
읽은 기간: 18.08.07~22 / 16일
신작인 줄 알았는데 그저 도서관 신간이었을 뿐 출판된 지 1년도 넘은 책이었다. 뭐 그건 큰 상관없지만. 생각 외로 오래 읽어서 재미가 없었나 싶지만 또 그렇지도 않았다. 와 몰입도 장난 아니다!!! 정도는 아니었어도 꽤 몰입도 잘 되고 전개도 빨라서 괜찮았다. 그냥 책이 좀 두껍고 내 마음이 요즘 좀 떠서 느리게 읽혔던 것 같다. 또 이거 다 읽은지 2주 넘었다고 내용이 흐릿해져 가고 있는데 그러므로 줄거리는 패스 하는 걸로... 하고 싶지만 그게 될지 싶다. 오랜만에 감상만 써볼까? 이래놓고 또 나중에 내용 기억 안난다고 왜 기록 안해놨냐며 내 자신을 탓하겠지.
이 책을 읽는데 여러가지 추리를 (자꾸 왜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제목이었다. 위험한 비너스 래서 확실히 가에데가 의심스럽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에데는 내 기준 그렇게 큰 요소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괜히 제목때문에 가에데한테 의미를 과하게 부여했던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등장해서 주인공인 하쿠로 옆에 끝까지 붙어있으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맞지만 제목이 위험한 비너스 이니만큼 뭔가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나보다. 거기다 중간 중간 하쿠로의 조수 모토미가 그 여자를 조심하라고 바람을 넣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여자의 감은 대단하지 않나 싶기도 하면서 그런 요소들 때문에 내 생각이 다 틀렸구나 싶어서 어이없기도 하고. 심지어 마지막에 보면 위험한 비너스의 의미가 가에데를 칭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너무 일차원적으로 접근했던 거였겠지. 그런 것도 다 작가의 노림수려나.
어린 시절 화가인 아버지를 병으로 떠나보내고 엄마 데이코와 단둘이 살다가 데이코가 재벌 집안의 남자 야스하루와 재혼을 하면서 동생이 생긴 하쿠로는 몇 번이나 야스하루의 호적에 올려질 기회가 있었지만 어린 시절 야스하루의 연구실에 갔다가 우연히 본 고양이 실험의 충격이 늘 기억을 쫓아다녀 친아버지의 성을 택한다. 이후 하쿠로가 대학시절 어머니 데이코가 친정집에서 홀로 죽게 되면서 더더욱 야스하루 집안과는 멀어져 수의사가 되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물병원으로 동생 아키토의 아내라며 한 묘령의 여인이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본인이 아키토의 아내라고 밝힌 가에데는 아키토와 해외에서 결혼을 한 후 야스하루의 병이 깊어졌다는 소식에 함께 귀국했지만 갑자기 아키토가 쪽지 하나를 두고 사라졌다며 아주버님인 하쿠로를 찾아왔다고 한다. 동생의 결혼 소식조차 처음 듣는 하쿠로는 당황하는데 나이차가 꽤 나는 아키토와도 몇년째 연락하지 않은 상태인데다 야가미 집안과는 거의 의절 수준이라 가에데의 부탁을 거절할 법도 한데 뜻밖의 자신의 취향인 가에데에게 호감 아닌 호감을 느끼며 아키토를 찾는 일을 돕기로 한다. 아키토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 거라는 하쿠로의 속마음과는 달리 가에데는 야가미 집안이 아키토의 실종과 큰 연관이 있을 거라 보며 하쿠로에게 야가미가 사람들을 소개해 달라고 하고 하나 하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줄거리를 하나하나 다 쓰면 하루 왼종일 써야 될 것 같으니 결론으로 바로 넘어가자면, 사실 가에데는 아키토의 아내가 아니었다. 애초에 혼인신고를 한 것도 아닌 상태라는 대목부터 사실 가에데가 아키토의 아내가 아닌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은 종종 들었지만 어쨌든 아키토의 아내로 소개 된 채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하쿠로가 가에데에게 품는 마음들이 조금 불편하게 와닿기도 했는데 역시 아니었다. 남달리 총명했던 아키토는 갑자기 사망한 엄마 데이코의 죽음에 늘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야가미가와 모든 친지들에게는 비밀에 부치고 데이코가 사망한 집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해온다. 사실 하쿠로의 친아버지인 가즈키요는 평범한 화가로 살아가다가 암에 걸려 죽었는데 병 막바지에는 평소에 그리던 그림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다가 죽었다. 지난날의 하쿠로가 몰랐던 사실 중에 하나는 데이코와 야스하루씨가 가즈키요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알게 된 사이었다는 것인데 야스하루가 연구하던 뇌 연구에 가즈키요의 병이 적합해서 도움을 주다가 뜻밖에도 그 연구에서 후천적인 천재를 만들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하게 되고 그러던 중 가즈키요가 사망한 것이다. 야스하루는 자신 때문에 가즈키요가 더 일찍 죽은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사람을 상대로 하는 실험에선 손을 떼고 고양이를 상대로 실험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후에 그걸 하쿠로가 보게 된 것이었다. 뭐 그런 과정에서 야스하루는 데이코와 연인관계가 되고 결혼을 하게 되어 아키토를 낳은 것이다. 아키토는 의학 집안의 명예를 이어주기 바랐던 할아버지의 뜻과는 다르게 IT 쪽으로 갔지만 명석하고 능력있게 성장했다. 그 사이 야가미가는 옛날 명성에 비해 가세가 기울었고 그 남은 유산 배분 때문에 아키토가 실종된 것이라는 게 가에데의 견해였다.
하지만 열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데이코의 여동생의 남편, 즉 하쿠로의 이모부인 겐조는 엄청난 수학광이었는데 가즈키요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유작이 수학 상의 오래된 난제를 풀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 그 그림을 차지하고 싶어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16년 전 그 그림을 찾으러 데이코의 친정집에 갔다가 데이코에게 그 사실을 들키고 데이코를 죽이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그 집이 불에 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겐조는 유작에 대한 소유욕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그 집에 발을 들였다가 하쿠로 일행에게 발각되는 것이다. 겐조는 아키토에게 상속될 그 그림을 차지하기 위해 아키토를 유괴할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인터넷으로 대행해줄 사람들을 구했던 것이고 그걸 사전에 알게 된 경찰이 유괴범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아키토를 미리 만나 일을 꾸민 것이다. 가에데는 사실 아키토의 아내가 아니라 경찰이었다. 굳이 하쿠로까지 속일 필요는 없었지만 수사를 위해 모두를 속인 것이었다. 결국 야스하루가 하쿠로를 아키토인 줄 알고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데 그 말의 뜻도 여기에 있었다. 어머니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유언처럼 내뱉은 말이었던 것이다.
너무 줄거리 쓰기가 귀찮아서 빼먹은 게 많은데 뭐 여튼 최대한 줄여봤다. 나 또 자꾸 귀차니즘만 쌓여가는 느낌이다. 사실상 감상도 없고 이게 뭔 리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