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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
읽은 기간: 18.10.03~08 / 6일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어릴 때 상실의 시대에 너무 실망한 이후 손이 안 가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워나 유명한 책이니만큼 분명 유명한 이유가 있을텐데 어렸던 그 때는 도무지 이게 왜 유명한지, 이 책에 왜 열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지금은 내용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는 정말 뭣도 모를 때라 그랬을 수도 있고. 한 번 다시 읽어봐야겠다. 지금도 뭣도 몰라서 명작을 못 알아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간도서에 있어서, 에다가 요새 맨날 두 권 빌리면 2주 안에 절대 못 읽는데 그렇다고 한 권 빌리기엔 혹시라도 빨리 읽어버리면 읽을 책이 없을까 불안하고 해서 고민하던 차에 유독 얇아보여서 빌려보았다. 차선책이었지만 먼저 읽은 것도 좀 아이러니 하긴 한데 얇은 거 치곤 꽤 오래 읽었다. 왜냐면 난 장편인 줄 알았거든... 단편인 줄 알았다면 안 빌렸을텐데.
반딧불이는 총 6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이야기는 어떤 건 연관있어 보이고 어떤 건 연관 없어 보이는 희한한 느낌을 뿜어내고 있다. 사실 그렇게까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딱히 없는데 지금 당장 내용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말할 수 있는 건 춤추는 난쟁이 편과 헛간을 태우다 편이다.
춤추는 난쟁이 편은 코끼리 한 마리를 가져다가 분해해 다섯마리로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이 꿈 속에서 춤추는 난쟁이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공장에 새로 들어온 절세미녀의 아가씨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춤추는 난쟁이와 거래를 했다가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리는 잔혹동화 같은 느낌의 단편이었다.
헛간을 태우다 편은 주인공이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초반의 한 자유분방한 소녀와 그의 돈 많은 남자친구와 함께 술자리를 갖다가 소녀는 잠들고 그녀의 남자친구와 대마초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가 자신은 헛간을 태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이 이상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그가 주인공의 집 주변의 헛간도 태울 계획이라고 하자 그 후로 집 주변의 오래된 헛간들을 면밀하게 살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헛간이 탄 흔적은 없고 소녀와도 연락이 두절된다. 한참 뒤 우연히 만난 그녀의 남자친구와 다시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왜 집 주변의 헛간을 태우지 않았느냐 묻자 그는 이미 헛간은 태웠다고 한다. 뭐 그게 끝이긴 한데 내 느낌상 헛간은 소녀가 아닐까 싶다. 그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없어져도 모를만한 헛간을 태운다고 했고 그녀가 딱 그런 존재였으니까.
빨리 읽어버려야지 하면서 급하게 읽어서 실은 책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읽을 책은 사건 소설이라 음미할 필요가 없는 책이긴 한데 앞으로는 좀 쳐지더라도 정독해야겠다. 작가의 말 보니까 노르웨이의 숲 얘기가 많이 나오던데 그것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