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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살인사건」
미나토 가나에
★★★☆☆
읽은 기간: 18.07.27~31 / 5일
미나토 가나에라서 빌렸는데 「고백」과는 느낌이 확 달라서 읽다보니 미나토 가나에 라는 걸 까먹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작품마다 풍기며 같은 느낌을 고수하는 것과 늘상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며 자신만의 문풍을 밀고 나가는 것 (뭔가 표현이 이상하긴 한데)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작가일까. 잘 모르겠다. 뭐 난 재미있으면 다 좋아하니까. 갑자기 생각났는데 그렇게 재밌게 읽어놓고 「고백」 내용이 뭐였는지 잊어버렸네. 이 정도면 나 진짜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애니웨이-
「고백」에 비하면 사실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다. 한창 읽다가 뒤에 부록 자료 참고하래서 뒤쪽 또 갔다 다시 돌아와서 읽다가 하는 식이라 좀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난데없이 SNS가 나와서 뭐야 이거? 싶기도 했다. 확실히 그 덕분에 요즘 시대 배경이구나 싶기는 했다만. (신작 코너에서 빌려놓고 시대 느낌이 뭔가 요즘 느낌이 아닌 거 같았다. 그냥 우리 나라가 아니라서 그런 듯? )
뭐 아무튼 이 책은 재미있고 없고는 떠나서 (좀 전까지 재미없었다 해놓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었다. 책 내용에서 전반적으로 살인사건 용의자로 꼽히는 시로노 미키가 이런 말을 한다.
"자신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와 타인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요."
이 말에서 잠시 멈추고 생각하게 됐다. 여운이 남았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한 화장품 회사에 다니던 미키 노리코가 칼에 찔린 후 불에 탄 채 사체로 발견된 사건에 대해 노리코의 직장 동료가 주간지 기자 아카보시 유지에게 전화해 자신의 생각을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하고 유지는 그걸 자신의 SNS에 그대로 올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시로노에 대해 유지는 그녀의 직장 동료들을 만나며 취재한 것들을 기사로도 올리고 SNS에도 실시간으로 올린다. 입사 동기에다가 이름도 똑같지만 외모와 성격이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 미키 노리코와 시로노 미키. 시로노와 사귀던 계장이 노리코에게 빠져 시로노를 버린 점, 그리고 노리코가 살해된 이후 시로노의 행방이 묘연한 점 등 많은 것들이 시로노를 용의자로 지목하기에 충분했지만 결과적으로 시로노는 범인이 아니었다. 심지어 처음 유지에게 사건과 사내 소문에 대해 알려준 리사코가 범인이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유지가 시로노를 용의자로 보고 시로노의 과거 행적을 캐며 과거와 현재 시로노와 연관된 사람들을 취재해가는데 그 과정이 좀 흥미로웠다. 어쩌면 한 사람에 대한 타인들의 평가가 그렇게 다채로울 수 있는지. 챕터별로 시로노의 회사 동료들, 대학 시절 친구들, 어린 시절 친구들, 동네 사람들 등의 취재본이 나오다가 마지막에 시로노 자신이 그 취재로 유지가 쓴 기사들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또 어찌나 타인들의 말과 다를 수 있는지. 거기서 나온 말이다. "자신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와 타인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요."는.
지금의 내 회사 동료들은, 과거 나를 알았던 많은 사람들은, 나의 평생을 본 가족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그리고 나는, 나는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고는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시로노가 쓴 당사자 챕터에서 한참 읽다가 뭔가 이상해서 보니, 주간지에 실린 기사들이 취재본과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사실 기사 내용과 취재본이 내용이 중복되는 거 같아서 대충 읽고 넘겼는데 생각해보면 비슷한 내용을 뭐하러 부록으로 껴놨을까 하는 건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래서 다시 세세하게 읽어보니 기사 내용이 취재본과 아예 다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미묘하게 내용을 누락시키거나 흐름을 바꿔놔서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리게 써놨던 것이다. 기자의 노림수랄까. 읽는 이로 하여금 내가 생각하는대로 느껴라- 하게 쓴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펜에 휘둘려 오해받는 것일까. 그 사람을 알기 전까지, 아니 안다고 생각해도 섣불리 판단하면 안되겠구나 싶었다.
분명 이 책은 뭔가 할 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또 막상 쓰려다보니 아무 생각이 안든다. 이거 읽고 연애의 행방 읽고 속죄까지 읽었더니 머리가 점점 복잡해지는 기분이다.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