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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프레드릭 배크만
★★★★☆
읽은 기간: 18.07.07~25 / 19일
아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 갔다가 신간코너에서 프레드릭 배크만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사실 처음 발견한 건 히가시노 게이고였는데 진짜 가슴 터지는 줄 알았다. 이게 뭐라고... 이제 진짜 고를 거 없겠다- 하고 갔다가 신간 들어와서 기분이 너무 좋았나보다. 반 정도 읽은 밥도둑을 포기할 정도였으니까. 손이 처음 뻗어진 건 히가시노 게이고 얼마 전에 나온 연애의 행방(맞나?)이었는데 프레드릭 배크만을 보고 급 노선 변경했다. 인간의 욕심을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가뜩이나 기분이 우중충한데 더 우중충해질까봐 늘 나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던 프레드릭 배크만으로... 정화하고나서 다시 돌아가겠다! 추리소설의 세계로! (라는 나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배크만님의 이번 신작은 전작들과는 너무도 분위기가 달랐는데...)
확실히 첫 장을 펼치자마자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특유의 짧은 문장, 짧고 단호한 설명하는 듯한 느낌, 거기서 오는 안정감. 그 안정감이 너무 좋다. 그리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쉽게 감동을 주는 것. 그게 내가 프레드릭 배크만을 좋아하는 이유니까.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강조했을 때 그게 전혀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난 절대 못하겠지. 엄청난 감정의 교감을,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단순하게 표현한다는 것. 뭐 이건 거의 리뷰가 아니라 찬양글 같긴한데 정말 그렇다. 이러니까 베스트셀러 작가겠지만.
사실 전작들과 같은 느낌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으면 안되는 거 같다. 뭐 나도 그런 케이스이긴 했지만. 왜 몰랐을까. 이 두꺼운 책의 중반부터 서서히 드러나는 어두운 면을. 하지만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처음부터 꾸준히 경고하고 있었다는 걸.
분명 맨 앞에 십대 청소년이 숲속에서 누군가의 이마에 총을 쏜 이유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는데 너무 띄엄띄엄 읽어서 (중간에 헛짓을 많이 해서 읽는 기간이 오래 걸렸다.) 앞에 그런 말이 있었다는 걸 잠시 까먹었다. 맞아, 그렇게 적어놓고 너무 잔잔한 내용만 나와서 내가 의아했었지. 의아했던 것도 까먹을 정도로 오래 읽다니...
뭐 아무튼 중반이 되기 전까지는 은근슬쩍 어둡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아주 대놓고 어둡다. 처음엔 그렇게 주구장창 베어타운에 대해, 이 마을에게 있어 하키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하키팀 에이스인 케빈으로 인해 이 마을이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해, 그리고 마을 주민들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데 왜 그렇게까지 설명하는지 뒷내용으로 넘어가면서 이해하게 된다. 케빈과 마야가 학교에서 마주치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게 무색하게 마야가 갑자기 성폭행을 당하고 (그것도 케빈에게! 왜 갑자기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돼? 싶었다.) 그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나와서 가족들에게 사실을 밝힌 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왜 그렇게 진행되는지.
책이 두꺼운만큼 많은 것들이 담겨있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이 책은 그 어려운 걸 하고 있다. 또 TMT가 될 거 같으니 줄거리 설명은 생략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각각의 인물에 대입해 나라면 어땠을까,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이렇게 많이 한 책은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전작을 생각하고 보면 안되는 책이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