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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
읽은 기간: 21.02.12~15 / 4일
나는 특별판을 샀지만 정작 읽은 건 도서관에서 빌린 구판이라 그냥 구판 표지로 시작해본다. 비교해봤는데 확실히 특별판 표지가 더 예쁜 것 같다. 주로 개정판이 나오면 왠지 구판 표지가 더 예뻐보이던데 이 책은 또 예외네...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앵무새 죽이기 초판 표지로 다시 나왔음 좋겠다. 귀여운 스카웃이 한쪽에 일러스트 돼있는 심플한 표지 너무 좋아. 집에 있는 거 너무 낡아서 새로 사고싶은데 요즘 나오는 표지 너무 마음에 안든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예고편으로 먼저 접했는데 드라마에 원작 소설이 있는 줄은 몰랐다. 어차피 드라마는 보지 않았고 소설 평점은 괜찮은 것 같고 내가 주의해야 할 것은 읽으면서 주인공에 배우의 얼굴을 접목시키지만 않으면 되겠다는 생각이었어서 별 고민없이 구입했다. (표지가 귀여웠다는 게 가장 컸지만.) 그래놓고 막상 새 책을 집에 두고 온 채로 위저드 베이커리를 너무 빨리 읽어버리자 읽을 책이 없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게 됐고 (이거 외엔 그다지 당기는 책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읽게 된 것은 대여도서였다. 그래서 한가지의 염려가 더 생겼다. 이거 꼭 재밌어야 되는데... 나 이미 소장해버렸는데 재미 없으면 어쩌지...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첫 장을 뗀 것 같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주인공인 안은영과 조력자 홍인표를 필두로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몇 가지 사건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그래서 챕터별로 다른 등장인물들이 나왔고 각기 다른 스토리가 이어졌기 때문에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히어로물이긴 했지만 주인공이 사명감에 사로잡힌 히어로가 아니라 좀 색달랐다. 퇴마사가 돼서 돈을 쫓을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건 주인공다웠는데 사명감 없는 건 또 히어로물 주인공답지 않았다. 무슨 일이 터지면 아 그래 어쩔 수 없이 한다- 라는 느낌으로 뛰어들었지만 막상 시작하면 물불 안가리고 달려들었고 해결해내곤 한다. 아마 그래서 인표의 마음에 스며들었겠지만. 사실 마지막이 돼서야 등장하는 러브라인은 살짝 당혹스럽기도 했다. 읽으면서 이렇게 자주 붙어있고 이렇게 자주 함께 사건을 해결해가는데 마음이 안생기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중간 중간 있을 법한 약간의 썸의 기운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판에 인표가 선을 보고 상대방을 마음에 들어하면서도 은영과 자기도 모르게 비교하고 있을 때 뭐지 싶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을 연결시키지 않았다면 좀 심심했겠지?
M고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하는 안은영은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죽고 산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하고 입증되지 않은 입자들의 응집체, 엑토플라즘이었는데 전문 퇴마사로 살지 않으려면 돈을 벌어야했고 그래서 그녀는 남들처럼 대학에 진학해 간호사가 되어 대학병원에 근무하다가 얼마 전 학교로 직장을 옮겼다. 몇 년간의 대학병원 생활은 은영을 지치게 했고 호러와 에로 중에 굳이 고르라면 에로였으니까. (고등학교에서는 사춘기 아이들이 뿜어대는 에로에로 젤리로 가득했다.)
은영은 깔대기 칼과 장난감 총에 자신의 기운을 입혀 젤리 덩어리와 싸워왔는데 학교는 확실히 병원에 비해 그녀가 나설 일이 많지 않았다. 깔대기 칼은 달랑 15분, 장난감 총은 고작 22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교는 은영에게 딱 알맞는 직장이었다. 다양한 사건들이 하나씩 터지기 전까지는.
M고의 한문선생 홍인표는 학교 재단의 손자였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엔 실질적인 주인이었다. 할아버지는 늘 인표를 가장 예뻐했고, 때문에 용돈을 두둑히 받았었는데 인표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그렇게 받은 용돈으로 산 오토바이를 타다가 큰 사고가 났고 천운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한 쪽 다리가 영영 성장하지 않아 다리를 저는 성인이 되었다. 재단의 손자였지만 한적한 한문 과목을 맡고있었고 다리를 절었기에 모성애와 부성애를 이끌어내 그를 아니꼽게 생각하는 선생은 없었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인표에게 꼭 선생을 할 것이며 학교를 지키고 절대 건물을 다시 짓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고 인표는 그 약속을 잘 지켜왔다. 지하실을 개방하지 말고 특정 업체에 소독을 맡기라는 유언은 몇 년 전 해당 업체가 문을 닫아 다른 업체로 바꾸면서 확실히 지켜지진 않았지만.
*사랑해 젤리피시
모범생 승권은 머릿속이 투명하게 보인다 해서 해파리, 귀엽게 젤리피시로 불리는 혜현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혜현은 누구에게든 좋은 점을 발견하는 재주가 있었기에 고백을 받는 족족 상대방과 사귀어왔고 때문에 승권은 늘 기회를 놓쳤다. 혜현이 솔로인 지금, 승권은 누구보다 빨리 혜현을 찾아야했다. 학교엔 농구부 주장이 혜현에게 고백할거라는 소문이 파다했고 승권은 마음이 조급하기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학교 안을 돌아다녀도 혜현이 보이지 않았는데 바로 그 때 목 뒤가 따끔하며 무언가 박힌듯한 느낌을 받는다. 보건실을 찾은 승권의 목 뒤에서 사악한 무언가를 발견한 은영은 바로 그것을 떼어주고 일단 승권을 학교에서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바로 조퇴하고 병원으로 가라고 권유한다.
은영은 지나가다 마주친 인표에게 승권의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학생을 찾아 귀가조치를 해달라고 부탁한 뒤 학교에 나타난 께름칙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하로 내려간다. 경비 아저씨에게 부탁해 지하실 문에 감긴 쇠사슬을 연 은영은 그 안에 가득한 사념들을 비집고 들어간다. 인표는 승권을 찾아다니다 지하실 문이 열린 것을 발견하고 안에 들어갔다가 은영을 발견한다. 처음엔 운동을 하러 들어왔다고 변명하던 은영은 결국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털어놓고 인표는 자신도 모르게 함께 찾기로 한다.
두 선생이 지하실을 헤매고 다니던 그 시각, 승권은 혜현이 있다는 옥상으로 올라가 혜현에게 고백을 하려 한다. 하지만 입도 떼기 전에 농구부 주장이 부른다는 후배의 부름에 혜현은 승권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내려가버리고 승권은 기운이 빠진 채 그자리에 서있는다.
지하실에는 부정을 막기 위한 금줄이 널려있었고 그렇게 지하 1, 2층을 지나 지하 3층 문을 열자 엄청난 압력이 은영을 덮친다. 은영은 본능적으로 강한 보호의 기운으로 감싸여있는 인표의 뒤로 몸을 숨긴다. 인표의 몸은 누군가의 강한 바람이 깃들어 엄청나게 좋은 기운으로 둘러싸여있었고 그 기운이라면 웬만하면 모든 것에서 안전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렇게 들어간 지하 3층에는 압지석이라고 적힌 돌이 있었는데 인표는 그 글자를 보고 큰아버지에게 연락해 학교 터가 원래 연못이었다는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인표는 돌의 바닥면에도 뭔가가 쓰여있다며 은영이 말릴 새도 없이 돌을 뒤집는데 그 순간 어떠한 기운에 밀려 은영과 인표는 뒤로 넘어지고 만다.
그 순간 복도에 있던 몇몇의 아이들도 쓰러졌는데 쓰러졌다 일어선 아이들은 일제히 옥상을 향해 올라간다. 옥상에 있던 승권은 옥상 철망을 기어 오르고 있었는데 옥상으로 올라온 다른 아이들도 모두 철망을 기어 오르기 시작한다. 혜현은 운동장에서 그런 승권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때 승권의 뒤에서 장난감 칼을 든 은영이 나타난다. 은영은 장난감 칼로 승권을 후려치고 그런 식으로 철망에 매달린 다른 아이들도 후려쳐 철망에서 떨어뜨린다.
자리로 돌아와 팩스를 확인한 인표는 학교 터에 있던 연못에서 정인을 잃은 젊은이들이 몸을 던졌었고 자살을 위장한 타살 시신들도 버려지는 폐단이 있었기에 흙으로 못을 메우게 했었다는 기록을 읽게 되고 이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은영을 찾으러 나간다.
한편 은영의 눈에는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물고기를 닮은 흉측한 머리가 흙속에서 올라오는 게 보인다. 은영은 비비탄 총으로 그 흉측한 머리를 쏘지만 큰 타격이 없고 그 사이 은영을 찾아 옥상으로 올라온 인표를 발견하자 그의 기운을 받아 대포같이 강력한 한 발을 날리게 된다. 인표의 기운 덕분에 그렇게 그 엄청난 괴물은 처치할 수 있었고 이후 그 사건은 M고 가스관 폭파사건으로 마무리 된다. 보충수업에 남아있던 아이들이 이 상황을 다 보긴 했지만 건너 공단에서 환각 유발 물질이 날아왔다는 변명에 생각보다 잘 넘어갔다. 그리고 인표가 따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 날 옥상으로 향한 아이들은 모두 최근에 실연을 경험한 아이들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승권은 결국 혜현과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은영은 정신이 살짝 나갔지만 실질적 실세인 인표의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게 눈감아진다는 소문이 퍼진다. 물론 그런 사이는 아니었지만 은영은 종종 충전을 위해 인표를 만나 손을 잡는 사이가 된다.
*토요일의 데이트메이트
공식적인 놀토는 사라졌지만 격주로 영재반 수업이 있어 M고에는 놀토가 존재한다. 놀토만 되면 은영은 늘 첫사랑이 있는 놀이터로 향했다. 은영의 첫사랑 정현은 은영이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처음 만났다. 머리에서 항상 피가 조금 나는 아이였는데 은영이 나타나면 정신없이 놀다말고도 은영에게 달려왔기에 둘은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정현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은영 뿐이었고 나중에 미끄럼틀에서 죽은 아이가 있다는 윗집 아줌마의 이야기를 엿듣고서야 은영은 그게 정현이라는 걸 알게 됐었다.
세월이 흐르고 모든 게 변했지만 정현은 그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때문에 은영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도, 졸업을 해도, 취직을 하고 나서도 과자를 사들고 놀이터에 가서 정현을 만났고 오늘도 어김없이 정현을 만나러 갔다. 정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기억이 희미해져 은영이 얼마만에 왔는지도 기억하지 못했고 은영은 그런 정현에게 다음주에 또 오겠다는 거짓말을 남기고 인표를 만나러 간다.
은영은 놀토 오후마다 명승지 관광을 다니며 절의 탑 등에 손을 대 사람들의 기원을 먹어 충전을 하고 있었는데 일전의 사건 이후 늘 인표가 동행했다. 어찌됐건 은영이 학교를 지키고 있었기에 인표도 무언가 보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돈을 받을 린 없으니 그런 식으로 돕기로 한 것이었다. 덕분에 은영은 인표의 차를 타고 편하게 명승지 관광을 할 수 있었고 그 날엔 꼭 인표가 사주는 보양식을 먹으며 건강 또한 충전할 수 있었다.
*럭키, 혼란
M고에는 하는 일마나 혼란을 만들어내 혼란이라 불리는 박민우와 무슨 짓을 하던 행운이 따라 럭키라고 불리는 구지형이라는 학생이 있다. 이 두 사람은 항상 붙어다녔는데 지금은 봉사 활동 인증서를 위조해 친구들에게 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운동장을 내려다보다가 그 두 학생이 긴 땋은 머리로 연결된 것을 발견한 은영은 보건실에 와있던 혜현에게 그들이 형제냐고 묻는다. 형제도 아닌데 그런 연결을 갖고 있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은영은 인표에게 상의를 하고 혜현의 미인계를 이용해 민우를 꼬득여 머리를 자르게 만들지만 효과가 없다.
결국 아기장수 우투리처럼 진짜배기는 겨드랑이일 거라고 인표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그런 조언을 하면서도 사실 그는 둘 사이에 뭐가 있든 끊어 놓는 건 너무 큰 간섭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 말에 은영은 이런 일은 확산하는 나선형으로 점점 더 사고가 커질 거라고 충고하고 인표는 지나친 개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살살 조사를 해 럭키와 혼란이 봉사활동 인증서와 상점 확인증을 위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인표는 두 학생을 불러내 벌이라며 겨드랑이 털을 밀게 하고 그러자 겨드랑이 민숭민숭한 한 달동안 민우는 미술 대회에 입상하고 지형은 토론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거짓말처럼 모범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겨드랑이털이 다시 자라 효과가 미미해지자 다시 사건이 터진다. 지형이 시험기간을 맞아 학생들에게 팔기 위해 민우를 데리고 옆 여학교에 침입해 방석을 도둑질한 것이다. 그 중에는 죽은 여학생의 방석도 있었고 그 여자 아이 귀신이 따라와 야자시간, 방석을 받은 학생들이 단체로 하염없이 우는 사건이 터진다. 은영은 울고있는 지형에게 다가와 무슨 일이느냐 묻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고 근처에 있는 여학생 귀신을 보고 상황을 눈치챈 은영은 여자아이 영혼을 칼로 그어 사라지게 만든다.
이런 단기적인 효과에 마냥 기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은영과 인표는 학생들의 매듭 동아리로 가서 절대 풀 수 없는 매듭을 묶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매듭 묶는 몇 가지 방법을 배운 뒤 은영과 인표는 겨드랑이털이 다 자란 민우와 지형을 불러내 은영의 딱밤으로 재운 뒤 아이들의 겨드랑이 털을 풀 수 없게 매듭지어 버린다.
*원어민 교사 매켄지
한국계 미국인 매켄지는 M고의 원어민 교사다. 잘생긴 얼굴과 좋은 매너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1학년 황유정은 그런 매켄지에게 깊게 빠져있었다. 유정은 왕따를 당해 힘들던 중 다정한 매켄지의 한마디에 반해 짝사랑 중이었는데 그렇게 조금씩 매켄지에게 집착하게 됐고 교무실에서 몰래 그의 주소를 알아내 빈 집에 들어가 매켄지가 소장하던 씨앗을 훔쳐 달아나기까지 한다.
한편 졸업 후 은영을 찾아온 혜현은 승권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껏 침울한 채로 요 앞에 생긴 용한 타로점집에 함께 가자고 조른다. 은영은 내키지 않았지만 제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동행하는데 점쟁이 아줌마는 은영에게 운명의 상대를 이미 만났으며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고 말한다.
그 시각 교사들과 회식 중이던 인표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분위기가 무르익자 계산만 해주고 귀가하려고 하는데 매켄지가 쫓아와 더 마시다 가라고 잡는다. 술에 취한 매켄지가 넘어지며 인표의 벨트를 손으로 잡자 인표는 당황하지만 이내 그를 일으켜 세우고 집으로 돌아간다
학교에서 은영은 짝사랑 증후군에 앓고 있는 유정이 학교 여기저기에 분신을 남기고 다니는 걸 발견하고 진짜 황유정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유정은 매켄지의 집에서 훔쳐 온 씨앗 때문에 피부병을 앓고 있어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었고 은영은 결국 유정의 분신을 처리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매켄지가 유정의 분신 앞에서만 유독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자 은영은 그가 유정의 분신을 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평소 그에게서 에로에로 젤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늘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바로 그를 불러세워 정체를 묻는다. 매켄지는 의외로 모른 척 하지 않고 자신이 은영과 동일한 존재라고 대답한다. 그는 자신을 은영보다 고급 능력자라고 소개하며 은영과 달리 돈 되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은영은 주로 이 일로 돈을 벌려면 나쁜 일이 연관돼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때문에 매켄지를 좋게 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켄지는 난데없이 인표에게 씨름을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인표와의 씨름수업에 나와 그에게 달려들어 버클을 풀려고 한다. 놀란 인표는 매켄지를 막으려 하지만 쉽지 않고 그렇게 버둥대고 있을 때 저 멀리고 은영이 장난감 총을 들고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은영은 매켄지를 향해 총을 쏘고 총에 맞은 매켄지는 멍해지며 침을 흘리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매켄지는 인표의 보호 기운을 뜯어가려고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고 보호 기운이 위치한 인표의 단전을 계속해서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걸 눈치챈 은영이 매켄지를 막아선 것이고 매켄지는 그 날부로 M고를 떠난다. 은영에게 복수를 다짐하면서.
*오리 선생 한아름
한아름은 M고에서도 인기 없는 생물교사였다. 패기 넘치는 신입 시절 학생들이 해부할 붕어를 대량으로 들여왔다가 붕어들이 한꺼번에 죽는 바람에 온 학교를 비린내로 물들였고 그 일로 M고에서는 살아있는 생물이 관여된 무슨 일만 생기면 아름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 날도 교정에 오리 한 마리가 나타나자 어김없이 아름이 맨 처음 연락을 받았다. 그 날 아침 오리를 본 인표는 은영을 불러 오리에게 나쁜 기운이 있는지 확인해봤으나 별 게 없다고 판정되어 바로 관심을 돌린다. 그렇게 아름은 난데없이 오리 전담 선생이 되어버렸고 버스를 타고 오리 사료를 사오는 등 오리의 수발을 들게 된다. 아름은 오리가 산 너머 오리 농장에서 산을 넘어 여기까지 왔다는 믿지 못할 사실에 충격을 받았지만 응당 주인에게 돌려줘야했기에 생각보다 오리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만류에도 오리를 데려다주러 간다. 하지만 그녀의 수고가 무색하게 머지않아 오리는 다시 돌아왔고 결국 학교측에서는 오리값을 치루고 교내에서 오리를 키우기로 한다.
그렇게 학생들의 애정과 아름의 관심으로 오리는 쑥쑥 커 번식까지 하고 장기근속을 한 한아름보다 더 오랫동안 학교에 머물게 된다. 학생들은 졸업하면서 한아름에게 각종 오리 인형을 선물했고 많은 동아리들이 오리 마크를 동아리 배지로 쓰고싶어하며 오리는 M고의 공식 마스코트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레이디버그 레이디
M고의 유일무이한 연예인 학생인 래디는 래디컬 원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여학생이다. 래디는 비주얼 펑크 밴드 1세대의 조슈아 장의 입양된 딸로도 유명했는데 어느 날 래디가 보건실로 찾아와 자신의 엄마가 귀신을 본다며 도와달라고 말하자 은영은 당황한다. 래디에게 엄마가 있다는 게 너무 생소했기 때문이다.
조슈아 장이 유명해진 건 그의 음악성때문도 있었지만 젊은 시절 비극적인 개인사도 한 몫 했다. 그는 2집을 발매하기 전 교통사고로 옆자리의 약혼자를 잃었는데 다음 해 발표한 앨범에 그 사고에 대한 노래를 실었고 그 노래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히트를 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레이디버그 레이디라는 그 노래는 연인을 앰뷸런스에 실어 보냈더니 셔츠에 피와 흙이 묻어 무당벌레 무늬가 생겼다는 가사의 펑크곡이었는데 유명한만큼 은영도 그 노래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래디의 부탁으로 조슈아 장의 집을 찾은 은영은 엄청난 대저택의 위엄에 놀란다. 샤워가운을 입은 채로 소파에 앉아 은영을 맞이한 래디의 엄마는 은영보다 고작 몇 살 더 든 듯해 보였는데 힘없이 앉아있었지만 분명 예쁜 여자였다. 은영은 래디의 엄마가 본다는 그 레이디버그 레이디 속 여자를 찾기 위해 온집안을 살폈지만 귀신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었고 이후 두 번 더 드나들었지만 역시 소득이 없었다. 그러면서 래디 엄마와 조슈아 장의 러브스토리를 듣게 된다.
래디 엄마는 조슈아 장의 팬이었던 친구를 따라 간 팬미팅 현장에서 아무 감흥 없이 서있다가 조슈아의 눈에 들었고 그렇게 만나 사랑하게 돼 결혼한지 벌써 6년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국민이 이미 죽은 여자를 조슈아 장의 진정한 사랑으로 알고 있었기에 래디 엄마는 자신이 진짜 부인임에도 그 그림자에 가려져 가짜인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레이디버그 레이디의 주인공은 진짜 약혼녀도 아니었을 뿐더러 조슈아 장이 젊은 시절 짧게 사귀었던 여자였음에도 말이다.
은영은 래디엄마의 증상이 심리적인 문제라고 진단을 내렸고 묘안을 생각해낸다. 래디가 은영을 며칠간 집에 초대했을 때 은영은 영혼은 못봤지만 그녀의 흔적을 봤다며 거짓말을 했고 다음 날 인표에게 부탁해 한지에 붓펜으로 이별의 한시를 적어 최대한 부적처럼 보이는 만든 뒤 다시 래디의 집으로 간다.
그 날 밤 래디의 집을 돌아다니던 은영은 최대한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새벽 3시에 조슈아 장 부부와 래디를 깨웠고 레이디의 물건이 집 안에 남아있다고 말한다. 조슈아 장은 미순의 물건이 남아있을 리 없다고 말하지만 한참 뒤 의욕적으로 집안을 뒤지던 가족들은 죽은 미순의 안경집을 찾아낸다. 은영은 부적을 꺼내 태우게 하고 안경을 밟게 함으로 모든 의식을 마친다.
얼마 후 래디 엄마는 샤워 가운이 아닌 옷을 입고 외출을 했고 래디 가족은 패션 잡지에 워스트 드레서 가족으로 뽑히게 된다. 여론은 마치 레이디가 죽었을 때 겨우 초등학생이었던 래디 엄마가 레이디를 암살이나 한 것처럼 심술을 부렸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래디는 신이 난 듯 보였다. 래디는 고마움의 표시로 은영에게 고급 샤워 가운과 은영이 좋아하는 아이돌 사인을 선물했다. 이후 은영은 종종 래디나 조슈아 장, 혹은 둘의 합동 공연에 초대를 받았고 티켓이 두 장이었기에 대개 인표와 함께 콘서트장을 찾았다. 래디는 엄마를 위한 노래로 샤워 가운의 여신이라는 노래를 만들었고 미묘한 가사와 이상한 멜로디로 약 빨고 만든 노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은영은 그게 래디의 이야기임을 눈치챈다.
*가로등 아래 김강선
집 앞 가로등 밑에서 누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 돌아봤을 때 은영은 바로 중학교 동창 김강선을 알아본다. 은영은 강선이 매우 반가웠지만 강선에게 그림자가 없는 걸 발견하자 마냥 반가울 수는 없었다. 강선은 산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중학교 시절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본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던 은영은 폭력써클에 있는 누나때문에 늘 혼자였던 강선과 자연스럽게 짝꿍이 됐고 만화를 잘 그리는 강선 덕에 만화동아리 친구들이 생겼다. 어느 날 근처 성매매 여성들 숙소에 불이 나 열여섯 명이 집단으로 죽자 은영은 폭력적인 세계에 환멸을 느꼈고 만화동아리에 가서도 몰입을 못하고 겉돌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강선은 은영에게 호러가 아니라 소년만화로 장르를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 충고로 은영은 장난감 총과 칼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게 됐는데 결국 현재의 은영은 사실 강선의 설정인 셈이었다.
강선은 죽은 지 일주일 됐다고 했는데 아직도 부스러지지 않은 상태였고 이후로도 종종 은영 앞에 시도때도 없이 나타났다. 몇 시간 혹은 며칠씩 사라졌다가 돌아왔는데 어느 날 강선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은영에게 말해준다. 그는 근처 랜드마크인 주상복합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사고로 죽었는데 사실 크레인에 결함이 있었지만 크레인이 사람보다 비싸기에 안전검사를 대충한 것이 문제였다고 했다. 은영이 그 주상복합에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자 강선은 은영이 거기 살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대답한다.
강선은 떠나는 날이 되자 은영에게 학교를 그만두면 안되냐며 그곳은 나쁜일이 계속해서 생길거라고 진지하게 말을 꺼내지만 은영은 인표를 떠올리며 아직은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강선은 누나들이 곧 오픈할 가게에 한번 가달라고 부탁한 뒤 작은 입자가 되어 가루로 사라졌고 은영은 아주 오랜만에 울었다.
*전학생 옴
얼굴이 달처럼 둥글고 하얀 전통미인상의 백혜민은 M고로 전학을 오자마자 보육원 출신임이 소문났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항상 다른 친구들과 매점에 가는 모습이 은영의 눈에 띄었다. 어느 날 혜민은 스스로 보건실을 찾아와 자신을 옴잡이라고 소개한다. 은영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듯 보이자 혜민은 작은 케이스에서 옴을 꺼내 보여주는데 은영의 눈에도 잘 보이지 않고 혜민은 그래서 옴잡이가 따로 있다고 설명한다.
이 해로운 옴은 옴잡이의 위산에만 완벽하게 죽기 때문에 옴잡이는 옴을 잡으면 꼭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학교에 옴이 많았기에 혜민은 제산제를 먹으러 자주 보건실을 찾게 되고 그런 혜민에게 은영은 건강을 생각하라고 한마디 한다. 그러자 혜민은 자신은 인간이 아니며 늘 이 근처에서 난데없이 태어나 스무살쯤 죽었으며 옴이 번질 때 또 태어나는 걸 반복해서 벌써 마흔아홉 번째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세상이 좋아져 인간의 수명이 늘었지만 옴잡이 시스템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혜민은 이번 삶도 2년 뒤면 끝날 것이었다.
어느 날 생리통으로 보건실을 찾은 혜민은 은영에게 여자로 태어난 건 처음이라며 이제까지의 삶은 남자였고 주로 전란에 태어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자로 태어난, 그리고 전시가 아닌 세상에 태어난 현재의 삶은 평화롭다는 혜민의 말에서 은영은 혜민이 죽지 않고 살고 싶어한다는 걸 느낀다.
혜민을 살리고 싶었던 은영은 매켄지를 불러 방법을 물어보는데 매켄지는 옴잡이를 건드리는 건 까다로운 일이라며 2억을 주면 하는 데까지 해본다고 제안한다. 인표는 그 정도 돈은 마련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매켄지가 돌아간 후 은영은 그럴 필요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매켄지가 흘리듯 했던 위를 떼어내던가- 라는 말에서 이미 힌트를 얻었던 것이다.
은영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오교수를 찾아가 혜민의 위절제 수술을 부탁한다. 오교수는 은영에게 도움을 받았던 일이 있었기에 그녀의 부탁을 수락하고 혜민은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나온 혜민은 대학생이 되고싶다는 꿈을 이야기했고 이후 점차 눈에 보이는 옴들이 희미해져간다. 그렇게 혜민은 졸업 후 대학교에 진학했고 몇 년이 흐른 뒤 해충퇴치방제 회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온건 교사 박대흥
M고의 역사 교사 네 사람 중 막내인 박대흥은 교육 과정 개편에 따른 교과서 평가와 선정 업무를 맡게 된다. 공정한 심사 결과에 맞춰 10개의 교과서 중 1, 2, 3순위를 추려서 제출했을 때 난데없이 교장의 호출로 교장실로 불려가게 되는데 교장은 대흥에게 그가 꼴찌 매긴 K 교과서가 왜 꼴찌인지 따진다. 대흥은 전반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그 교과서를 선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교장은 다시 검토하라며 그를 돌려보낸다.
교무실로 돌아가 선배들에게 이 이야기하자 알고보니 선배들도 이런 걸 다 알고 업무를 떠넘긴 것이었고 대흥은 배신감을 느낀다. 선배들은 K 교과서를 2순위나 3순위 정도로 올리면 교장도 만족할거라며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만 대흥은 그런 조잡하고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 내용을 실은 교과서를 2순위나 3순위로 올렸다가 M고의 역사 교과서로 선정돼버리는 걸 용납할 수 없었기에 그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날부터 대흥은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꿈속에서 대흥은 수업 중이었는데 어느 순간 학생들이 죽은 사람들로 바뀌었고 그 때부터 목구멍이 턱 막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는 꿈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대흥은 왠지 모르게 죽은 사람들이 항의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고충 처리반 인표는 교과서 선정 이야기를 어디선가 전해듣고 대흥에게 접근했고 그를 보건실로 데리고 간다. 보건실에서 은영이 학교 평면도를 펼쳐놓고 보고있었는데 대흥이 흥미를 보이자 은영은 요즘 학교에 갇히는 악몽을 꾼다며 꿈속에선 공간 감각이 뒤틀리기 때문에 그 공간을 그려보거나 화살표 표시를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해준다. 이 말을 듣고 대흥도 평면도 하나를 얻어가 그 날 밤엔 평면도를 들여다보다가 잠이 든다.
그렇게 그날 밤 꿈 속에서 대흥은 죽은 사람들을 복도로 데리고 나가는 데까지 성공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죽은 사람들은 문을 열어줘도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는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걸 모르니 목적지를 바꾸기로 한 대흥은 다음날엔 결정권자에게 데려다주기 위해 교장실로 데리고 간다. 그러자 그날 이후 그런 꿈은 꾸지 않았고 얼마 후 교장은 며칠 병가를 냈으며 그 사이 교과서는 제대로 채택이 될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온건했던 대흥은 조금 덜 온건해진다. 학생들의 어려운 질문에도 최대한 덜 민감한 방식으로 설명해주려 애썼고 반짝이는 학생들의 눈 안에서 희망을 보게 된다.
*돌풍 속에 우리 둘이 안고 있었지
인표는 어머니의 권유를 거부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맞춰주는 게 덜 피곤하다는 걸 일찍이 터득했기에 주기적으로 선을 보곤 했다. 그러다 늘 그렇듯 별 생각 없이 나간 선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물려받았다는 금반지와 심플한 진주귀고리, 그리고 깔끔한 복장의 신지영은 대충 꽃무늬 옷을 즐겨 입고 다니는 은영과는 달랐다. 인표는 유례없이 지영에게 애프터 신청을 해 다음 주말에도 만나기로 하고 소식을 들은 은영도 건투를 빌어준다.
그렇게 몇 번의 데이트를 했을 때 인표의 어머니는 지영이 집안을 부풀렸다며 찝찝하니 그만 만나라 하지만 인표는 늘 그렇듯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인표는 지영과 드라이브 겸 학교 구경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하지만 그 이후로 인표가 바빠지기 시작하며 몇 주 데이트를 못하게 되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인표가 바빠진 것은 순전히 학교 때문이었는데 갑자기 학교에 이질이 돌아 휴교 조치가 됐고 전혀 안그러던 학생들이 발을 저는 인표를 뒤에서 조롱했으며 동성여학생 커플 집단 구타 사건이 일어나고 대낮에 절도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학교에 이상한 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던 것이다. 그러다 경미한 지적 장애가 있는 전학생을 모든 교사들이 주저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인표는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바로 은영을 찾아간 인표가 은영에게 학교에 독이 퍼졌다고 말하자 은영은 아무것도 못 느꼈다고 대답한다. 은영보다 인표가 먼저 발견할 정도로 은영이 느낄 수 없게 꽁꽁 숨긴 무엇이 뭘까.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걸으며 평소와 달라진 점을 찾아 학교를 한 바퀴, 두 바퀴 돌기 시작한다. 세 바퀴째 돌았을 때 인표는 학교 교훈이 새겨진 비석 아래에서 처음보는 풀을 발견한다.
은영은 기합을 넣어 풀을 뽑는데 그러자 두통이 밀려온다. 그들이 교비 아래의 땅을 파내자 그 아래에는 나무문이 나타나는데 은영은 학교가 휴교했을 때 누군가 무언가를 노리고 이 곳에 뭔가를 심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표는 학생들이 걱정돼 저녁까지 기다리자고 하지만 은영은 햇빛과 아이들이 자신들의 편이라며 바로 지하로 들어간다. 지하 바닥에는 주먹만한 돌이 있었는데 인표는 거기서 지영의 반지를 발견한다. 은영은 돌을 보며 저것이 코고 반지는 코뚜레라고 말하며 아래 숨어있는 무언가의 미간을 정확히 찔러 그 무언가를 없애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은영의 조준은 실패했고 죽이기는 커녕 오히려 그것을 깨워버린다.
인표와 은영이 기어서 토굴을 빠져나오자 학교에는 엄청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용이랄까, 용에 가까워진 무언가였고 용 등에는 국내 대기업 로고가 새겨져있었다. 몸을 가눌 수 없을만큼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은영은 인표에게 여자를 만나도 꼭 이런 여자를 만났냐고 타박한다. 그러자 인표는 니가 안만나줘서 그랬다고 대답하지만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은영은 과학부 학생들이 쏘고있던 물로켓으로 용의 볼따구니를 맞히려 하지만 쉽지 않고 힘겨운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성공하자 균형을 잃은 용이 비스듬한 회전을 그리다 바닥으로 떨어졌고 돌풍은 잦아든다. 은영이 용에게 다가가 용을 찌르려하자 인표는 용 안에 교복이 들어있다며 은영을 말린다. 교복에 적힌 이름은 인표가 아는 M고 출신 아이의 이름이었다. 대기업 집안의 혼외자라는 소문이 돌던 그 아이는 M고 졸업 후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는데 인표는 그 이름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찌르르 내려앉는다. 은영은 무지개 칼로 용의 등을 훑어 로고를 없애주고 코뚜레 반지를 떼어내준다. 인표는 은영이 시키는대로 용의 눈에 박힌 신지영의 진주 귀고리를 떼어내는데 그러자 용이 다시 떠올라 조금씩 하늘로 올라간다.
이 일은 가스관 폭파로 덮을 수 없었기에 많은 항의 전화가 쏟아지는데 인표는 그저 용오름이었다고 응대하게 시킨다. 알고보니 신지영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인표에게 접근해 나쁜 기운이 서린 반지와 귀고리, 그리고 팔찌까지 학교 내부로 날랐던 것인데 은영은 사악한 물건을 옮겼으니 지영도 무사할 순 없을 거라고 말한다. 어쨌든 이질 등 이상한 일들이 발생했던 원인은 다 이것이었다.
인표는 늘 언젠가는 떠날 사람처럼 굴던 은영에게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계속 여기 있으라고 말하며 키스를 한다. 이후 둘은 함께 살게 되었고 오랜 시간동안 서로에게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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