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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주가의 고백」

셍셍칩 2021. 8. 13. 18:04

「어느 애주가의 고백」

다니엘 슈라이버

★★☆☆☆

읽은 기간: 21.07.30~08.11 / 13일

 


 간단하게 책 소개를 읽고 술을 끊은 저자가 술로부터 사라진 우리 인생,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 쓴 책이라기에 읽기로 결정했다. 나라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결국 술을 마시면 사람은 비슷한 형태로 변하기 마련이니까 공감할만한 게 많겠다 싶었다. 그리고 만취라는 걸 거의 연중행사로 하던 내가 그 안먹던 술을 최근들어 미친듯이 그것도 자주 마시고 있었기에 내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걸 읽으면 조금이라도 나한테 자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살짝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 확실히 마치 자기계발 도서를 읽는 기분이어서인지 (내가 워낙 자기계발도서를 싫어해서) 썩 흥미롭지는 않았다. 그래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고 음 어쩌면 지금 내 상태도 의존증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경각심이 느껴졌다. 이래놓고 나 오늘도 술 마시러 가네... 그래도 매일 마시는 거 아니고 주 1회 정도는 괜찮겠지...? 라고 말하는 것도 저자 앞에서 했다간 혼날 거 같다. 어쨌든, 소설이 아니라 리뷰는 그다지 길어질 것 같진 않다.
 독일은 가보지도 못했고 독일 문화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지만 독일인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들여다본 독일은 우리나라와 꽤 유사한 음주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연간 세계 평균 술 소비량이 6리터라는데 독일은 12.1리터, 우리나라는 12.3리터라는 걸로보아 수치로만 보면 우리랑 거의 엇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세계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한다는 거.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책에 묘사된 문화로만 따지면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업무에 녹아있는 느낌이랄까? 회사에도 맥주가 있고 와인이 있고 하는 거 보면... 어쨌든 밤새도록 술을 진탕 마시고 그런 것들을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그런 문화. 그런 게 놀랍도록 유사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취해서 한 범죄라고 하면 형량이 줄어들 정도로 술에 관대하고 너그럽지 않았던가. 저자는 독일이 술 마시는 것을 사회적 오명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정반대의 이미지는 갖고 있다며 독일 사회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꼬집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만 해도 술 마시는 자리에서 안마시는 사람이 끼어있으면 장난으로라도 한 번씩 권하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그걸 뭐라고 하진 않으니까.
 내 경험에 미루어봐도 그렇고 술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테지만 술은 언제나 통제력을 잃게 만든다. 매사에 '적당히'를 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게 쉽게 된다면 사람일까. 일단 난 그런 사람이 아니기에. 술은 우리 사회와 생활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어서 음주행위나 그에 뒤따라 오는 일들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경향이 있다. 모두가 그러니까,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 다 같이 그러니까, 마음도 있을테고 술 마셔서 그런거니까- 라는 합리화로 넘어간 심각한 추태들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경험들이 있었고 최근 술을 자주 마시면서 더 많았지만 경각심을 갖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많은 경험들을 읽었고 물론 그 대부분이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주의 것들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공감되어 닿는 건 있었다. 알코올의존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그게 얼마나 사람의 깊은 곳에 침투해 오랜 기간동안 똬리를 틀고 있을 수 있는 건지, 그런 것들을 배웠다.
 저자는 술을 끊은 뒤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작가니까 예술을 하는 사람이니까 어떻게 보면 영감을 얻는 데 술이 필수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직업이지만 오히려 술을 끊고 더 많을 것들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작가라는 직업에 국한된 것 말고 그냥 개인적으로 와닿는 것만 적어보자면 서서히 비현실적인 몽상에 가깝던 야망을 현실의 크기로 줄이는 일이나 자신이 최고나 최악이 아니라 여럿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내가 늘 원하던 것 아니었나. 내가 늘 못하고 있는 것. 늘 나를 괴롭히고 나 자신을 싫어하게 만들고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것들. 그리고 내가 도망치는 곳 중엔 술도 있었다. 술을 끊으면 정말 저런 것들이 가능할까- 라는 생각에 잠시 혹했다. 뭐... 저자가 들으면 비웃을진 모르겠지만 난 지금 내가 심각한 상태라곤 생각하지 않아서 술을 끊어야지! 라는 생각은 안들지만 절주는 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 마실 때 너무 마시긴 하니까. 아무튼 재미는 없었지만 배운 건 꽤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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