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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눈물」
제프리 디버
★★★☆☆
읽은 기간: 20.09.13~11.08 / 57일
읽는데 진짜 역대급으로 오래 걸렸던 책... 57일 실화냐... 물론 중간에 다른 것도 읽고 그랬지만 이거는 진짜 오래 걸리긴 했다. 1/3정도 읽고 그 이후로 거의 손 안댄 듯? 한 달 정도는 안 읽은 것 같다.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진도가 쑥쑥 안빠져서 손이 안가는 느낌이 들었는지 권태기가 온건지 뜨뜻미지근하게 시간만 축내다가 중간까지 겨우겨우 읽고 오랜만에 약속도 없고 집 밖으로 한발자국도 안나갈 수 있는 방콕 휴일을 맞게 되면서 침대에 붙어서 나머지 반을 한꺼번에 읽어버렸다. 집중하면 이렇게 금방 읽는 것을... 책 읽는 거 미루다가 이렇게 됐으니 리뷰만큼은 미루지말고 바로 써야지! 리뷰까지 싹 써놓고 새 책을 시작해야겠다. 사 둔 책이 네 권인데 뭐부터 읽을까! 해리포터 20주년 개정판 생일선물로 받을 예정이라 (나만의 생각이지만) 그거도 읽어야 되는데!
제프리 디버는 확실히 반전 있는 작가라 뒷부분으로 갈수록 속독하기 편했다. 앞부분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하나씩 이야기가 풀리고 극후반으로 가면 거듭되는 반전의 끝으로 내달리면서 아... 아...! 이렇게 된달까? 방콕인 것도 한몫 했겠지만 후반이라서 더 빠르게 읽혔던 것 같다.
링컨 라임 시리즈가 아닌 만큼 주인공 또한 링컨이 아니었다. 중간에 통화로 잠깐 등장하는데 그게 뭐라고 좀 반가웠다. 악마의 눈물은 문서 감정가 파커 킨케이드가 주인공이었는데 연방수사국 지부장 제의를 받았을 정도로 실력있는 수사관이었던 그는 몇 년 전 수사국을 떠나 두 아이를 키우며 문서 전문가로 살아가고 있었다. 섣달그믐, 그러니까 해의 마지막날 워싱턴 한 지하철에서 총격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유령처럼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사살한 뒤 유유히 사라지고 그 후 워싱턴의 케니디 시장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총격사건의 범인과 공범이라고 밝힌 미확인범은 큰 돈을 요구하며 돈을 주지 않을 시 계속해서 정해진 시간에 살인을 일으키겠다고 협박한다. 또한 자신이 잡히거나 죽게 돼도 총격사건의 범인은 자신이 미리 짜둔대로 움직이며 살인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에서 뺑소니 사고가 일어나고 그 사고에서 죽은 사람이 편지를 보낸 미확인범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수사국은 보이지 않는 적인 '디거'와 싸우게 된다.
사건을 접수한 연방수사국은 어떻게든 디거를 잡으려 애쓰지만 벽에 부딪히고 결국 조용히 살고 있던 파커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게 된다. 뭐든 제멋대로 하던 아내 조앤과 헤어지고 아이들의 양육권을 가져와 모든 생활을 아이들에게 맞춰 살아가던 파커는 약혼자와 함께 다시 나타난 조앤이 양육권 소송을 선포하면서 조앤과 사회복지사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 더 조용히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제안을 거절하지만 지하철 사건으로 어린 아이들이 희생당했다는 사실을 듣고 가명으로 일하겠다는 조건으로 팀에 합류한다.
디거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조종자 미확인범이 죽은 시점에서 수사국은 디거를 찾아내는 것에 모든 힘을 싣고 파커는 미확인범의 편지 속 필체를 프로파일링해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분석한다. 미확인범은 자신의 편지가 분석될 거라는 것을 미리 알고 배움이 짧은 사람인 척 하려했지만 파커에 의해 그렇지 않음이 드러나고 파커와 팀원 루카스는 편지를 토대로 디거의 다음 범행장소를 알아내려 힘쓴다. 하지만 번번이 디거를 놓치고 마는데... 한편 디거는 자신에게 범행을 지시한 사람의 말을 착실히 이행한다. 자신의 얼굴을 본 사람은 소음기가 장착된 총으로 무조건 사살하고 이동경로 또한 지시된대로 움직인다. 그러던 중 한 골목에서 한 남자에게 폭행당하는 어린 아이를 보게 되고 그 즉시 남자를 죽이지만 아이는 죽이지 않고 데리고 숙소로 돌아간다. 중간 중간 디거 시점으로도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어딘지 정신이 온전치 못한 걸로 보이는 디거는 과거 아내와의 일들을 회상하며 지시자가 시키는대로 움직인다.
그렇게 두 번 디거를 놓치고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디거의 범행이 마지막 한 건 남았을 때, 가장 최악의 범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파커와 루카스는 가까스로 디거의 마지막 범행 장소를 알아내 출동한다. 그리고 버스에 숨어있던 디거에게 사격을 가해 그가 죽는 것까지 확인하면서 사건이 마무리 되나 싶었는데, 아이들이 기다리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온 파커는 아이들을 재우고 집안일에 몰두하다가 뒷마당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을 발견한다. 사건 현장의 버스에서 죽은 사람은 디거가 아니었던 것. 그리고 미확인범도 사실 죽은 게 아니었다. 뺑소니 사고로 죽은 사람은 미확인범이 돈을 주고 고용한 심부름꾼이었을 뿐. 사실 루카스의 팀에 팀원으로 있던 렌 하디가 진짜 미확인범이었다. 그건 그의 실명도 아니었고 형사도 아니었는데, 의도적으로 그 팀에 합류한 것이었다. 렌 하디는 (그냥 쭉 렌 하디라고 하겠다.) 어린 시절부터 범행을 일삼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진짜 똑똑한 범인들은 다 정신병원에 있다는 걸 깨닫고 정신병원에 근무를 하며 디거를 만나게 된다. 바람핀 아내를 죽이고 정신병원에 들어온 디거는 정신이상자가 되면서 하디의 말이면 뭐든지 듣는 기계같은 인간이 되고 하디는 디거를 탈출시킨 뒤 지역을 옮겨가며 범행을 저질러 조금씩 스케일을 키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하던 하디는 자신이 붙잡혔을 경우까지 계획을 세워뒀고 디거 또한 죽인 척 하면서 따로 연락을 취해 파커의 가족과 루카스 등을 죽이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디거가 파커를 죽이려는 순간 총성이 울리고 디거가 쓰러지는데 놀란 파커가 총을 쏜 게 누군지 찾자 그 곳엔 작은 소년이 서있다. 미치광이 디거가 예전에 구해주고 숙소로 데려갔던 소년이었는데, 사실 디거가 죽인 것은 소년을 괴롭히던 사람이 아니라 소년의 아버지였고 소년은 디거가 자신을 죽일까봐 잠자코 그를 따라다니며 디거를 죽일 기회를 엿봤던 것이었다. 소년은 그 길로 사라지고 파커는 거실에 디거의 시체를 놓은 채 아이들을 보러 2층으로 올라갔다가 잠이 들고 만다.
그 다음날 오전에는 조앤이 사회복지사와 함께 가정방문을 하는 날이었다. 조앤이 방문하기로 한 시간 5분 전에 눈을 뜬 파커는 1층의 시체와 총에 맞은 벽을 떠올리며 좌절한다. 하지만 1층으로 내려오자 지난 새벽에 있었던 모든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가정적인 복장의 루카스가 그를 맞이한다. 새벽에 파커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본부에 전화를 걸어 하디가 잘 잡혀있는지 확인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루카스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해 디거의 시신을 확인하고 파커를 구하러 왔던 것인데 거실에서 디거의 시신을 발견하고 수사국 쪽에서 빠르게 손을 써 모든 걸 원상복구 시켜놓은 것이었다.
남편과 아들을 잃었던 루카스의 이야기로 뒤로 가면서 나오지만 그 줄거리는 여기서 더 길어지면 안될 것 같아서 빼버렸다. 어쨌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필체로 사람을 분석하다는 게 생소하고 흥미로웠다. 작품 배경이 90년대 후반인 거 같은데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PC가 발달한 시대라면 파커도 이런 수사국에서는 일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파커는 수사국에서 은퇴하고 옛 유명인사들의 편지 등을 감정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상관없겠지만. 제목이 악마의 눈물인 이유는 j와 i를 쓸 때 찍는 점이 사람마다 달라 그 점을 악마의 눈물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실제로 파커가 렌 하디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도 그 점 때문이었다. 하디는 수사국에서 글씨를 쓸 일이 없었지만 갑자기 글씨를 써야할 일이 생겨 펜을 들게 됐고 파커로 인해 정체가 탄로날 것을 염려해 의도적으로 글씨체를 바꾸느라 필체가 떨리게 되는데 나중에 파커가 하디가 썼던 메모를 보다가 미확인범의 편지와 악마의 눈물이 같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면서 그를 잡게 된 것이다.
이렇게 긴 책을 어떻게 그렇게 틈 하나 없이 줄거리를 짜고 완성할 수 있는 걸까. 하여튼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거장 소리를 듣는 거겠지. 아 그래도 난 좀 지루했어... 어찌나 지루한 표정으로 읽고 있었는지 회사에서 읽다가 재미없으면 포기하란 소리도 들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말이지. 어쨌든 다 읽어내서 시원섭섭하고 후련하다! 문서전문가라는 직업에 흥미도 생겼고 뭐만 하면 되도 않는 러브라인만 끼워넣는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다르게 범행 위주로 다뤄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파커와 루카스가 연결될 여지가 살짝 보이긴 했지만 수면 위로 대놓고 드러내지 않아서 좋았다. 이제는 좀 마음 편한 책을 읽고 싶은데 다음에 읽을 책도 약간 범죄 스릴러 느낌이네... 하... 아냐 그래도 재밌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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