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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
읽은 기간: 20.11.13~19 / 7일
제프리 디버에 살짝 질려있어서 머릿속을 산뜻하게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안한 건 아닌데 미리 사둔 책이라 같은 장른 거 알면서 그냥 시작했다. 뭐 장르는 같아도 B. A. 패리스니까, 빠르게 읽힐테니까! 생각했던 것보단 오래 걸렸지만 그건 요즘 내가 피곤해서 그랬던 거고... 반 정도 남았을 때 퇴근하고 잉여타임 좀 보내다가 조금만 읽어볼까? 하고 펼쳤는데 그냥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흡입력하면 패리스지~ 아 나 주말동안 읽을 거 없는데... 근데 이것도 그렇고 브링 미 백도 그렇고 역시 비하인드 도어를 이길 순 없나보다. 뭔가 약간 예상 가는 시나리오에 그럴 것 같더라- 싶은 반전이었달까. 하지만 악인 처형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므로 막판 흡입력도 좋았다.
이른 나이에 치매 판정을 받았던 엄마를 돌보느라 젊은 시절을 보낸 캐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들보단 조금 늦게 교사가 되고 사랑하는 남자 매튜를 만나 결혼을 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치매 걸린 엄마 때문에 몇 년의 세월을 힘들게 살아왔는데 엄마의 죽음 직후 자신도 몰랐던 아버지의 거액의 유산까지 받게 되면서 삶은 한없이 풍족했고 남편의 사랑까지 듬뿍 받으면서 캐시의 인생 2막은 성공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행복은 쭉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 날이 되기 전까지는.
비가 미친듯이 오던 어느 날,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캐시는 위험하니 절대 블랙워터숲길로 오지 말라는 매튜의 말을 무시하고 집으로 빨리 가기 위해 지름길인 블랙워터로 차를 돌린다. 그리고 그렇게 격렬하게 몰아치는 비를 뚫고 운전을 해 가다가 저 앞에 차 한 대가 갓길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어둠과 폭우로 긴장된 상황에서 혹시 차가 고장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를 멈추지만 다른 한 켠에선 누군가 숨어서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오고 섣불리 차 문을 열지 못한다. 퍼붓는 비 사이로 차에 앉아있는 금발의 여자 운전자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잠시 기다려도 도와달라는 경적이나 라이트를 켜지 않기에 캐시는 그대로 출발해 집으로 돌아온다. 이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한 후 기다리는 중이 아니었을까? 캐시는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에 연락을 할 생각이었지만 그만 깜빡 잊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떴을 땐 간밤에 블랙워터숲길에서 젊은 여자가 살해당했다는 뉴스가 캐시를 맞이한다.
캐시와 어린 시절부터 자매처럼 자란 레이첼은 뉴스 속의 그 여자가 자신의 회사에 다니는 제인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캐시는 깜짝 놀란다. 제인은 캐시가 얼마 전 레이첼 회사 파티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알게 된 새로운 친구였고 이후 따로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성격이 잘 맞는다는 생각에 호감을 느끼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캐시는 그 날 밤 차에서 내려 제인에게 갔으면 제인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말도 못하게 큰 괴로움과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 차 안에 제인을 살해한 살인범이 숨어있었다면 자신도 함께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한다. 캐시는 자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인 매튜와 레이첼에게도 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고통스러워한다.
그 날 이후 캐시가 오랜만에 레이첼을 만난 날 레이첼은 캐시에게 친구 수지의 생일선물을 준비했냐고 묻는데 캐시는 그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레이첼은 그 아이디어는 캐시의 아이디어였고 모두들 돈을 걷어 캐시에게 줬다고 말해주지만 캐시는 수지에게 뭘 사주기로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고, 집에 가자마자 열어본 서랍 속에서 정확히 160파운드가 발견되자 망연자실한다.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기억이 안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캐시는 자신의 기억력이 조금씩 쇠퇴하는 걸 느끼며 자신도 엄마처럼 조기치매가 오는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캐시를 괴롭히는 것은 건망증 뿐이 아니었다. 제인에 대한 뉴스가 사방팔방에서 방송되자 죄책감을 덜고 싶던 캐시는 경찰에 전화해 자신이 그 날 밤 블랙워터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제인이 살아있었다고 익명으로 제보하는데,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캐시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캐시는 살인범이 자신의 차를 봤고 그래서 다음 타겟으로 캐시를 지목해 겁을 주는 거라는 망상에 시달리며 점점 더 괴로워한다.
방학이 시작되고 매튜가 회사에 가있는 동안 집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캐시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기 시작한다. 불안해하는 캐시를 위해 매튜는 집에 보안장치를 설치하자고 제안하고 이후 보안업체에서 정말 장치를 설치하러오자 캐시는 당황한다. 왜냐면 캐시 자신은 신청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안업체에서 가지고 온 서류에는 캐시 자신의 필체로 싸인이 되어있고 심지어 서류 곳곳에 캐시의 글씨로 꼼꼼하게 필기해놓은 것들이 발견된다. 분명 매튜와 함께 설정했던 비밀번호였는데 그걸 잘못 눌러 보안업체가 출동하기도 하는 일까지 일어나자 캐시는 매튜가 자신의 기억력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일까봐 괴로워한다.
캐시가 주문하지도 않았던 물건은 캐시 이름으로 계속 배송이 되고 매튜가 택배 상자를 들고 들어올 때마다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고 있는 척 하는 것도 지쳐가던 어느 날, 캐시는 뉴스에서 본 범인이 제인을 살해할 때 사용했다는 흉기와 똑같은 칼을 주방 바닥에서 발견하고 히스테리를 일으킨다. 놀라서 달려온 매튜가 확인하러 주방에 가서 그저 작은 과도였을 뿐이라는 걸 확인시켜줘도 캐시는 불안해한다. 캐시의 기억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매튜까지 눈치 채면서 캐시는 매튜가 자신의 엄마가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될까봐 두려워지지만 매튜의 의견을 따라 병원에 갔을 때 치매 진단이 아닌 신경쇠약 진단을 받으면 아주 조금 안심한다.
진단 받은 약을 먹으면 불안감이 사라지는 대신 힘이 없고 온 몸이 나른해진다는 걸 알게 된 캐시는 매튜가 집에 있는 주말에라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약을 먹지 않고 따로 모아둔다. 어느 날 자신의 기억력 때문에 매튜와 심하게 다투고 잠자리에 든 후 알 수 없는 통증에 눈을 뜨는데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캐시는 약물과다복용으로 약을 다 개워내야 한다. 문제는 캐시의 기억 속에선 캐시는 그저 늘 먹던 약을 먹었을 뿐이고 과다복용한 기억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점점 히스테릭해지던 캐시는 어느 날 제인의 남편을 찾아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은 늘 해왔지만 제인의 남편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을까 두려웠고 제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까 무서워 차마 행동으로 옮기진 못하고 편지만 한 번 보낸 게 다였는데 피폐해진 정신을 붙잡을 수 없던 어느 날 캐시는 매튜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를 만나러 간다. 제인의 남편은 일전에 놀이터에서 우연히 본 적 있던 얼굴이기에 캐시를 알아보지만 자신에게 편지를 보냈던 아내의 친구 캐시라는 걸 알고 의아해한다. 그리고 캐시를 집안에 들여 캐시가 하고싶어하는 말을 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린다. 캐시는 용기를 내 제인이 죽던 날 밤 자신이 제인인 줄 모르고 지나쳤으며 그 사건으로 지금까지 너무 큰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경찰에 제보한 날 이후 꾸준히 울리는 전화에 대해서도 털어놓는데 제인의 남편은 제인의 죽음에 캐시의 잘못은 전혀 없다고 위로하며 발신자를 알 수 없는 그 전화는 절대 살인자일 수 없다고 이야기해준다. 정말 살인자가 캐시를 겁주려는 거라면 벌써 캐시를 죽였지 이렇게 겁만 줄리가 없다는 거였다.
자신이 진짜 미쳐가고 있다는 걸 느낀 캐시는 우울한 마음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인 레이첼과 만날 약속을 잡고 시내로 나간다. 약속시간보다 몇 시간 일찍 나와 레이첼과 만나기로 한 펍 앞을 지나는데 유리창 사이로 레이첼이 이미 앉아있는 게 보인다. 이상한 마음에 들여다보는데 레이첼이 한 때 캐시에게 대시했던 학교 동료인 존과 함께 있는 것이 보인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일단 지나친 캐시는 일전에 자신이 배송받았지만 주문한 기억은 없는 유모차를 팔았던 아기용품점으로 가는데 그 곳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모차를 주문한 사람이 캐시가 아니라 캐시의 친구라는 사람이었다는 거였다. 캐시는 그 날 그 가게에서 존을 마주쳤던 걸 기억하고 존을 의심하지만 약속시간이 되어 레이첼을 만나러 갔을 때 캐시의 예상은 완벽하게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약속 시간에 맞춰 나타난 캐시에게 레이첼은 자신도 좀 전에 왔다고 말하며 몇 시간 전 존과 함께 있었던 사실을 숨기는데, 캐시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레이첼과 존이 자신 몰래 사귀는 사이여서 그런가 하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캐시가 요즘 자신의 상황에 대해 토로하며 레이첼에게 위로를 받던 중 레이첼이 갑자기 급한 일이 있다며 먼저 일어나고 캐시도 따라 자리를 뜨려는데 옆 테이블에서 시끌벅적하게 놀던 대학생이 다가와 구형 휴대폰을 건넨다. 어리둥절한 캐시를 보며 학생은 자신의 친구가 가게를 나가는 레이첼의 가방에서 휴대폰을 훔쳤다며 사과하며 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캐시는 레이첼은 아이폰을 쓴다며 레이첼의 휴대폰이 아닐거라고 말하지만 학생은 확실하다며 건네주고 휴대폰을 열어본 캐시는 그 곳에서 매튜의 번호를 발견한다. 레이첼은 매튜를 처음 본 순간부터 싫어했고 캐시와 매튜가 결혼한 이후에도 두 사람이 서로를 불편해하는 게 보였기에 캐시는 의아하기만 하다. 이상한 의구심에 캐시는 매튜의 번호로 전화를 거는데 전화를 받은 매튜는 내가 전화하지 말고 문자로만 하랬잖아- 하며 신경질을 부린다.
캐시는 그 오래된 구형 휴대폰에서 매튜와 레이첼이 주고받은 문자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며 충격에 빠진다. 사실 매튜와 레이첼은 불륜 관계였고 캐시를 치매환자로 만들어 사회에서 고립되게 만든 후 재산을 가로챌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제까지 캐시가 기억하지 못했던 물건 주문이며 비밀번호, 주방에서 봤던 칼, 생활 속에서 자주 잊었던 모든 것들이 모두 매튜와 레이첼이 작정하고 캐시를 속여온 것이라는 걸 깨달은 캐시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낀다. 심지어 약물과다복용 사건도 캐시가 레이첼에게 매튜 몰래 약을 숨겨온 장소를 털어놓았었는데 매튜가 그걸 찾아내 캐시의 물에 약을 타서 캐시를 죽을 뻔 하게 만든 것이었다. 레이첼은 부모처럼 따랐던 캐시의 부모가 죽으면서 자신에게 유산을 하나도 남겨주지 않자 배신감을 느꼈고 매튜와 불륜을 저지르며 캐시의 유약한 면을 공격해 함락시키고 재산을 차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캐시는 자매같던 레이첼을 위해 이미 1년도 더 전에 레이첼이 한눈에 반했던 집을 구입해놨었고 레이첼의 생일에 선물할 계획이었기에 충격은 배로 왔다.
한편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은 레이첼과 매튜는 캐시 몰래 휴대폰을 찾으러 다니고 캐시는 중요한 증거물인 휴대폰을 일단 화분 밑에 숨겨둔다. 휴대폰을 경찰에 넘겨 벌을 줄 생각을 안한 건 아니지만 캐시의 분노는 그 정도로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기에 매튜와 레이첼을 더 크게 벌 줄 계획을 세운다. 캐시는 창고에서 매튜와 레이첼이 캐시를 속일 때 썼던 제인 살인사건에 사용됐던 것과 동일한 칼을 찾아냈고 그 칼을 발견해 놀란 척 경찰에 신고한다. 캐시는 경찰에게 레이첼과 매튜가 불륜 사이라고 고백하며 제인이 살해당하던 날 주차장에서 제인과 레이첼이 싸웠던 사실을 안다며 조사해달라고 신고를 한다. 경찰은 바로 움직여 매튜와 레이첼을 잡아넣고 두 사람은 조사를 받게 되는데 사실 그 칼에는 제인의 혈흔이 묻어있을 리 없기에 캐시 입장에선 그냥 겁주는 용도였다.
캐시는 휴대폰을 증거로 제출해 둘을 불륜과 약물 투약 등으로 집어넣으려 했는데 조사 도중 의외의 사실들이 밝혀진다. 제인을 살해한 범인이 진짜 레이첼이었던 것이다. 사실 레이첼은 사내에서 불륜을 저지른 전적이 있었는데 당시 남편을 빼앗겼던 여자가 바로 제인의 절친한 친구였기에 제인은 레이첼을 잘 알고 있었다. 제인과 캐시가 만나서 점심을 먹던 날, 캐시가 자신을 데리러 온 매튜를 보며 인사를 할 때 매튜의 얼굴을 본 제인은 깜짝 놀란다. 제인은 레이첼이 어떤 남자와 스킨쉽을 하는 걸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매튜가 바로 그 남자였던 것이다. 제인은 캐시를 슬픔에 빠지게 하기 싫었기에 레이첼을 따로 만나 매튜와 헤어지라고 종용한다. 몇 차례의 다툼 끝에 제인은 캐시에게 모든 걸 말하겠다고 레이첼을 협박하고 이제 막 매튜와 함께 캐시를 궁지에 몰아넣을 계획을 실행하려던 중이었던 레이첼은 블랙워터숲길로 제인을 불러내 죽인 것이었다. 그러니까 캐시가 제인의 차 옆을 지나갈 때 제인은 레이첼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고 캐시가 지나간 후 레이첼이 제인을 죽인 거였다. 레이첼은 매튜에게 캐시를 놀래키기 위해 외국에서 사왔다며 그 칼을 보여줬었는데 그건 실제 살인에 사용된 도구였고 칼에서는 제인의 혈흔이 묻어있었다. 캐시의 부모에 대한 반발심과 재산에 대한 욕심에 일부러 친구의 남편까지 유혹했던 레이첼과 아내의 돈이 탐나 아내를 치매로 만들려했던 매튜는 결국 모든 죄가 밝혀지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어떻게보면 틀은 간단하다. 권선징악... 인간은 얼마나 더 악해질 수 있을까. 하긴 오랜만에 뉴스만 조금 봐도 세상은 그냥 미쳐돌아가는 것을. 사람을 작정하고 속여 치매환자로 만들고 재산을 빼앗을 생각을 하고, 계획에 방해가 되는 사람 따위 그냥 죽여버릴 수 있는 건 어쩌면 미쳐돌아버린 세상에선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겠다. 반전이 좀 티가 나긴 했지만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었고 재미있게 잘 읽히는 책이었다. 믿고 보는 B. A. 패리스! 그래도 다음 책은 좀 신선한 걸로 골라야겠다. 범죄소설, 추리소설은 당분간 쉬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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