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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
읽은 기간: 19.04.22~26 / 5일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데 한동안 책을 안 읽은 기분이다. 도서관이 이용 종료 된다고 해서 한 권은 읽다 포기했고 그러다 또 여행을 가게 돼서 여행 가서는 어플로 쇼코의 미소를 한 번 더 읽었다. 끝까지 읽지 못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러다 돌아와서 왠지 허하고 적적한 마음에 읽기 시작한 게 이 책이었다. 에쿠니 가오리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읽을 때마다 다른 생각 안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과 책 소개를 대충 살폈을 때 눈이 갔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무심코 펼친 페이지에 등장한 쇼코라는 이름. 이 세 가지 이유로 이 책이 간택되었다.
다 읽고 대체 이건 언제 나온 책이야? 싶어서 출간년도를 찾아봤다. 2002년도에 나온 책이다. 요즘 책은 아닌 거 같긴 했지만 2002년이면 내가 초등학교 때니까... 그 시절 일본까지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예상했던대로 편하게 읽었고 기묘하고 난해하긴 했지만 사랑이야기이기도 했고 주인공 이름이 쇼코이기도 했다. 말하고 보니 좀 이상하긴 한데 기묘하고 난해한 건 맞지만 또 어떻게 보면 정말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잘 모르겠다.
두껍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소설인만큼 등장인물도 손가락에 꼽힐만큼 등장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주인공은 쇼코와 무츠키 부부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은 곤과 미즈호 정도? (이름이 미즈호가 맞나 모르겠다.) 쇼코는 우울증과 심한 수준의 알코올 중독이라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20대의 프리랜서 이태리어 번역가이고 무츠키는 곤이라는 대학생 애인이 있는 내과의사이다. 무츠키와 곤. 둘은 게이다. 곤이 아직 10대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장장 15년간 연애중인 커플인 것이다. 쇼코가 그 사실을 모르는가 하면 절대 아니고 선으로 만난 무츠키와 쇼코는 서로의 남들과 다른 부분을 오픈하고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이렇게만 말하면 그냥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해관계가 맞아서 함께 살기만 하면 세상 쿨한 쇼윈도부부처럼 들릴지 모르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쇼코와 무츠키는 서로를 사랑한다. 그 사랑의 형태가 남녀의 불타는 사랑이 아니라는 것만 다를 뿐. 쇼코는 무츠키의 다정함을 사랑하고 무츠키와 곤의 사랑을 사랑한다. 곤을 사랑하고 곤의 나무도 사랑한다. 무츠키 역시 쇼코를 사랑한다. 곤을 사랑하는 마음과는 또 다르겠지만 쇼코의 지켜줘야하는 부분과 엉뚱함 등을 사랑하는 걸로 보인다. 사실 이해가 잘 안되기 때문에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곤까지 세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들의 아들이 게이라는 걸 알고 있는 무츠키의 부모는 아들의 결혼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여자와의 결혼이 맞다 생각하기에 무츠키 부부의 결혼을 환영했다. 상대적으로 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무츠키의 아버지는 쇼코를 안쓰러워 하고 '물을 안고 사는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며 쇼코를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욕심이 조금 더 있는 무츠키의 어머니는 인공수정으로라도 아들부부의 아이까지 바란다. 쇼코의 부모님은 당연히 무츠키가 게이라는 걸 모르고 단지 정신병력이 있는 딸을 의사인 사위에게 맡길 수 있어 안심하고 고마워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희한한 상태로 멈춰있기만 한다면 소설이 진행이 안되겠지. 결국 쇼코는 단짝친구인 미즈호에게 무츠키가 게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미즈호에 의해 쇼코의 부모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문제로 가족회의를 소집한 날 쇼코는 무츠키의 부모까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은 정신병이 있으니 서로 하나씩 부족한 거라고 자신들은 그냥 이렇게 지금처럼만 살고 싶으니 그냥 내버려 두라고 선언한다. 물론 부모들을 그렇게 둘 리가 없고 결과적으로는 쇼코와 무츠키는 무츠키가 곤과 헤어졌다고 양가 부모님들을 속이며 다시 평소의 가정을 되찾는다. 그 시기에 곤을 무츠키를 잠시 떠나 사라지지만 알고보니 쇼코가 곤을 숨겨놓았던 것이었고 다소 멀었던 자취방이 아니라 같은 아파트의 2층에 곤의 집을 구해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사실 나도 제대로 이해가 안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내용을 좀 적어보면 정리가 될랑가 싶었는데 전혀? 그저 세상을 넓고 사람은 많으니 이런 비사회적인 관계도 있을 수 있긴 하겠지 하는거지. 이들의 관계와 감정을 굳이 표현하자면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랑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게이남편과 우울증 아내라니. 정말 사람 그 자체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하니 가능한 관계가 아닐까. 이야기의 초반에 쇼코는 돌연변이처럼 태어나 무리에서 떨어져 그들만의 무리를 만들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은사자에 대해 이야기 하며 무츠키에게 곤과 무츠키가 은사자 같다고 했다고 한다. 무츠키와 곤 뿐 아니라 쇼코도 은사자가 아닐까. 그래서 세 사람은 무리를 지어 살 수밖에 없는 거다. 이 정도의 생각을 했다.
너무 느낀 게 없어서 리뷰도 겁나 빠르게 써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