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무기여 잘 있거라」

셍셍칩 2019. 12. 4. 18:35

「무기여 잘 있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

읽은 기간: 19.11.21~12.01 / 11일

 

 

 보문동 책방골목을 돌아다니다 익숙한 제목에 손부터 나갔다. 분명히 어릴 때 읽었던 책인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사버렸다.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고 어릴 때 읽던 책들은 대부분 처분해서 집에 없으니 오랜만에 읽어볼까 싶어서 산건데 음... 다시 읽어도 새로웠다. 보통 읽었던 책은 어느 구간에 문득이라도 낯익고 그런 느낌이 나던데 이건 영...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 뭘 읽는거지 싶었달까. 처음엔 내가 책 표지를 잘못 읽어서 헨리의 진정한 사랑이 캐서린이 아니고 퍼거슨인 줄 알고 왜 계속 캐서린하고만 만나지? 퍼거슨은 언제 등장하지? 하고 읽다가 중반부 넘어서까지 그러고 있기에 대체 뭐야!! 하고 책 표지 찾아서 다시 읽었더니 캐서린... 난 어째서... 뭐 근데 그게 아니었어도 뭐랄까... 이게 왜 명작...? 나 분명 어릴 때 명작들 모아놓은 세트에서 본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달까. 어느 부분에서 명작인 이유를 찾을 수 있는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헤밍웨이에 대한 의구심이 스물스물 생기면서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이것도 어릴 때 읽어서 기억이 잘 안난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 읽고 좀 알아보니 나의 이 찜찌임-한 기분을 한 방에 설명해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All Action No Idea', 행동만 있고 사상이 없다- 이 책에 대해 회의적인 쪽인 평론가들이 저렇게 평했다고 한다. 헤밍웨이의 주인공들은 나이만 먹을 뿐 성장하지 않는다는 혹평도 받았다는데 저 문장들을 읽는 순간 아 내가 딱 이런 생각을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모르겠다. 별 거 없이 딱 그 전쟁에 대한 묘사,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설명만으로 이 긴 글을 완성 시켰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 같으면서도 이렇게 긴 책을 시간들여 읽었는데 남는 거 없는 느낌을 받은 건 또 기분이 묘하고...
 사실 줄거리가 한없이 단조로워서 짧게 요약하기 편하다. 프레드릭 헨리는 이탈리아 전선에서 복무중인 미국인 장교인데 전선에서 스펙타클하게 전쟁을 겪는다기보단 엠뷸런스 몇 대의 책임자로 복무하고 있다. 다른 장교들과 적당히 즐기면서 복무하고 휴가도 다녀오는 등 사실 초반에는 전쟁의 현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갑자기 공격을 받으면서 다리에 부상을 당하고 미국병원으로 가게 된다. 병원에서 전선에서 만났던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와 재회하게 되고 그들은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 수술을 받고 요양하는 몇 달동안 캐서린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이어가던 중 전선 복귀를 앞두고 그녀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캐서린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전선으로 복귀한 헨리는 전쟁에 밀리게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속한 군대에서 낙오하게 되면서 피난 중 패잔병의 장교라는 이유로 사살당할 위기에 처한다. 빼도 박도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자 그는 바다로 뛰어들어 위기를 모면하고 캐서린을 찾아간다. 군복을 벗고 다니지만 그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있기에 곧 붙잡힐 상황까지 가게 되고 결국 캐서린을 데리고 배를 타고 노를 저어 스위스로 간다.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 정착한 그들은 헨리의 미국 본가에서 받은 돈으로 생활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캐서린의 산달이 다가오고 병원 근처로 거처를 옮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캐서린의 진통이 시작된다. 출산은 난항을 겪고 결국 제왕절개를 하지만 사산하고 만다. 그리고 캐서린은 진통과 수술을 견디지 못하고 몇시간 뒤 세상을 떠난다.
 이렇게 딱히 별 내용이 없다. 그냥 미국인 장교가 이탈리아 전선에서 복무하다가 사랑하는 연인이 생기고 죽음의 위기에서 탈영해 다른 나라로 건너가 살다가 아내와 아이를 잃는다. 그 내용을 아주 길고 세세하게 집필한 책이었다. 중간 중간 나오는 전쟁의 참모습이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사뭇 다가오지만 격하게 느껴지고 그런 건 딱히 없었다. 캐서린과의 사랑도 그냥 사랑이구나 싶었고... 1차 세계대전의 한 부분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건 그래도 좋았다. 헤밍웨이도 길진 않지만 그 때 딱 헨리의 상황으로 참전했다고 하던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서인지 굉장히 디테일하고 사실적이었다. 그래도 나는 재미없었으니까 그냥 별 두 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범인 없는 살인의 밤」  (0) 2019.12.20
「일생일대의 거래」  (0) 2019.12.06
「아몬드」  (3) 2019.11.21
「마력의 태동」  (0) 2019.11.14
「훔쳐보는 여자」  (0) 2019.11.05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