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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기타 사건부」
미야베 미유키
★★★☆☆
읽은 기간: 21.11.05~18 / 14일
와 이게 얼마만의 책 리뷰지... 10월에는 내내 책 한권 붙잡고 읽다 말다 읽다 말다 하다가 포기해버렸다. 그렇게 별로인 것도 아니었는데 유난히 집중이 안되는 시기였다. 좋아하는 작가였는데도 진도가 안나가다니. 싱숭생숭해서 그런가... 그래서 그냥 덮어버리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거 계속 잡고 있으면 왠지 연말까지 쭉 그 책만 잡고 있을 것 같아서... 다음에 정신 차리고 다시 읽어야지.
해서, 좀 리프레시 하면 한 권 진득하게 읽으려나 싶어 고른 게 이 책이었다. 미야베 미유키니까 재밌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는데 내용이 너무 예상 밖이라 당황했다. 기타기타 사건부라기에 뭐 고등학교 기타 동아리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인가 했는데 배경부터가 일본 에도시대라 낯설었고 모르는 단어와 시대상 때문에 초반에 적응하기 좀 힘들었다. 그래서 읽는 데 2주나 걸린건가 싶다. 이게 당최 무슨 말이지? 하면서 옮긴이가 달아놓은 주석을 눈으로 빠르게 쫓는 걸 몇 번씩 반복해야 했어서.
미미여사의 새로운 시리즈라는데 이제까지 읽은 작품들과 비교하면 좀 가벼운 느낌이었다. 같은 에도물 시리즈로 미시마야 시리즈가 있다는데 그건 아직 안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일단 이 책은 시대적 배경이 옛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작은 괴담에도 벌벌 떠는 게 나름대로 정겨웠고 변변찮은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게 흥미로웠다. 몇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금 책을 읽은지 두달이나 지난 시점이라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난다는 게 문젠 것 같다. 나 이거 잘 쓸 수 있을까... 아니 줄거리는 포기했다. 그냥 생각나는 큰 틀만 적고 느낌만 적어야지. 써야할 리뷰가 세 개나 돼서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제 간만에 새 책도 시작했겠다, 빨리 밀린 것 좀 해결해야겠다.
열여섯의 기타이치는 세살 때 시장통에서 엄마를 잃어버리면서 센키치 대장의 손에서 막내로 길러졌다. 사실 버려졌는지 잃어버린건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문고를 파는 문고상이자 경찰의 정보원 노릇을 하는 오캇피키 일을 하고 있는 센키치 대장은 꽤 명망있는 편이었는데 이야기는 그가 어느 날 복어 독에 중독돼 허망하게 세상을 뜨면서 시작된다.
죽은 센키치의 유산은 빠르게 정리된다. 일단 문고상은 가장 나이 많은 형님 만사쿠 부부에게 돌아갔고 오캇피키는 생전 센키치의 유언에 따라 후임 없이 반납된다. 미망인이 된 센키치의 부인 마쓰바는 앞을 볼 수 없었는데 만사쿠 부부가 문고상의 간판료를 제공하면 그 돈으로 살아가기로 협의가 된다. 사실 센키치가 남긴 유산으로도 충분한 모양이었지만 마쓰바는 굳이 간판료를 거절하지는 않는다. 덕분에 막내이자 문고 판매원이었던 기타이치는 중간에서 붕 뜬 상황이 되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문고상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고 관리인인 도미칸의 소개로 공동주택에 세를 얻어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밥벌이와 거처를 해결한 기타이치는 일이 끝나면 마쓰바 부인의 집에 가서 부인의 목욕물을 데우는 일을 도우며 부인과 하녀 오쓰미와 함께 저녁을 먹는 생활을 하게 된다.
몸집도 작고 머리털고 볼품없는 기타이치는 누가봐도 믿음직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음씨가 여리고 성실한 청년이었다. 기타는 욕심 많은 만사쿠의 아내 오타마의 미움을 사면서도 만사쿠 부부에게 문고를 떼와 센키치가 살아있을 때처럼 일을 이어간다. 그런 기타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에 기타가 개입해 해결하면서 전개되는 것이 이 책의 주내용이다.
하지만 기타이치가 기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해내는 사건은 없다. 기타이치는 센키치의 죽음을 전해들었던 인연으로 알게 된 무사저택에서 일하는 요닌 오우이 신베에와 비록 맹인이지만 세상 물정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있는 센키치의 아내 마쓰바 부인, 그리고 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체불명의 청년 기타지 등 주변인물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간다.
정체불명의 기타지가 역시 베일에 쌓인 까마귀천구 일족이라는 것, 그리고 기타이치가 오타마에게 쫓겨나면서 자신만의 문고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것, 기타이치가 오캇피키는 아니지만 그에 맞는 능력을 조금씩 갖춰가고 있다는 것을 남겨두면서 책은 마무리를 짓는다.
시리즈물인만큼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많았고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 많았다. 또 그만큼 다음 권을 기다리게 만들기도 했는데 크게 내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런지 다음 권을 사서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기타지의 정체와 기타이치의 다음 행보가 좀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알고있던 미미여사의 화력보다는 살짝 약한 느낌이랄까. 내 마음 속 미야베 미유키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서 조만간 현대극으로 한 권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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