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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
읽은 기간: 19.09.12~21 / 10일
단편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이제까지 안 읽고 버텼던 건데 대여 가능한 도서 중에 도저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제목이 없어서 결국 이걸 빌려버렸다. 단편이란 걸 알고 읽어서 후회 같은 건 없었지만 역시 단편은 좀...
현실적인 편과 미래에나 있을 법한 스토리, 그리고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들로 구성된 이 책은 단편인 만큼 가독성만큼은 뛰어나서 금세 읽혔다. 내가 농땡이만 피우지 않았으면 더 빨리 읽었겠지... 가독성이 뛰어난 게 그만큼 재미있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어서 좀 지지부진하게 책장을 넘긴 감도 있었다. 근데 다음 책을 얼른 읽고 싶다는 마음에 뜻하지 않게 막판 스퍼트를 올려버렸네...? (매우 기대 중인 다음 책...)
이 책은 총 아홉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름이 길어서 일본소설 읽을 때마다 곤욕인데 단편이라 그런지 등장인물이 별로 없어서 읽기 편했다. 아홉편 다 줄거리를 적으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생략해야지... 개인적인 취향으로 가장 좋았던 편은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 였다. 소설가로 성공한 뒤 10년만에 연락이 온 과거 연인과의 만남에 기대를 하고 나간 주인공은 그간 자신이 발표한 소설들에 관심을 갖고 다 읽어봤다는 여자의 말에 설레지만 알고보니 여자는 남자가 과거 자신의 친한 친구랑 사귀었었고 그녀의 습작들을 훔친 뒤 친구를 죽이고 그녀의 습작으로 소설가로 성공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를 잡기 위해 형사가 되어 10년을 기다려 그가 발표한 작품들에서 증거를 모두 입수하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10년만에 나타난 것이었다. 이 편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에서 느껴지는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내기도 했고 가장 잘 읽히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편이었던 수정 염주도 꽤 재미있었다. 큰 기업의 장남으로 회사에 들어가지만 결국 자신의 꿈은 배우였다는 걸 깨닫고 배우로 전향을 선언한 뒤 아버지와 절연한 채 미국으로 건너간 주인공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7년 동안 알바를 하며 무명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누나에게서 아버지가 암이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곧 있을 생신을 위해 귀국해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고 벼르고 있던 오디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고민 끝에 일본으로 귀국하지만 집으로 향하는 신칸센 안에서 아버지의 전화를 받게 된다. 일부러 속을 긁어놓으려 작정이라도 한 듯한 아버지의 말에 도저히 집에 갈 마음에 나지 않았던 주인공은 그 길로 미국으로 돌아가고 그로부터 얼마 뒤 아버지의 부음을 듣게 된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룰 겸 다시 귀국한 그는 가족들에게 수정 염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가문의 장남들에게만 전해지는 수정 염주는 윗 세대가 죽어야 받을 수 있으며 그 염주에는 신묘한 힘이 있어서 그걸 받게 되면 사람이 달라지고 일이 술술 풀린다는 말이었다. 그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지만 많은 친지들이 동조하는 말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어머니를 통해 수정 염주는 받게 된다. 수정 염주와 함께 건네 받은 아버지의 유언이 담긴 편지에는 놀랄만한 이야기가 쓰여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정 염주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말이었다. 그 힘은 생애 단 한 번만 쓸 수 있으며 그 이후로는 그 사람이 죽어야만 다음 사람에게 가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는데 주인공은 처음에 그 말을 딱히 믿지 않는다.
오디션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가업을 이어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을 하지만 아버지 생신 때 신칸센 사고로 열차가 지연됐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아버지에게서 왔던 전화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절연했던 아버지가 자신의 번호를 알고 있었던 점과 자신이 집으로 가는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이 이제까지는 누나나 어머니가 알려준 줄 알았지만 생신파티는 비밀이었기에 그런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게 되고 아버지의 유언장에서도 아버지가 수정 염주의 힘을 한 번 사용한 적 있다는 걸 쓴 점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제서야 모든 걸 깨닫게 된다. 아버지의 생신에 사실 자신이 왔었고 오디션을 보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중 신칸센 사고로 비행기를 놓치게 되면서 오디션을 못보게 되어 크게 낙심하자 아버지가 시간을 하루 되돌려 아들이 집으로 오기 전에 미국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사실을 설명해봤자 안믿을 게 뻔해서 일부러 모진 소리를 해가면서 아들의 꿈을 위해 발길을 돌리게 한 것이었다. 비록 그는 오디션에 떨어졌고 그로 인해 현재 방황하게 됐지만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수정 염주를 사용했던 것을 알게 되자 결심을 굳힌다. 다시 미국으로 가서 배우로 성공하기 전까진 돌아오지 않겠다는. 영화 어바웃타임 같은 느낌의 판타지적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흥미를 돋구었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읽기 좋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래서 편하게 읽었지만 다시 찾을 것 같지는 않다.
새해 첫날의 결심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마쓰리
그대 눈동자에 건배
렌털 베이비
고장 난 시계
사파이어의 기적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수정 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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