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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소년」

셍셍칩 2020. 3. 12. 21:16

「곤충 소년」

제프리 디버

★★★★☆

읽은 기간: 20.03.08~03.10 / 3일

 


 와 「코핀댄서」를 너무 장기간에 걸쳐 읽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당혹... 하지만 제목만큼은 너무 불호였다. 나한테 선택권이 있었으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제목이랄까. 「코핀댄서」가 재미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루한 감이 있었어서 사실 이 책은 읽지 않은 채로 빌려주신 분한테 돌려드릴까도 생각했었다. 근데 이번에 쉬면서 딱히 할 게 없게 되자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밤새 읽었더니 웬걸 엄청 속도가 붙어버렸네...? 그리고 팡팡 터지는 작은 반전들이 내 취향이었다. 전작을 읽어서 주요 인물들이 친숙했던 것도 한 몫 했지만 그게 아니라도 「코핀댄서」보단 훨씬 내 스타일이었던 걸로!
 「코핀댄서」에서 라임과 색스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라임은 아주 약간의 가능성만을 가지고 위험한 척추 수술에 도전하려고 한다. 색스는 이 수술을 반대하지만 자신에게 한 걸음 더 다가오기 위한 라임의 마음을 알기에 내키지 않아도 이해를 한다. 색스는 라임이 건강을 회복하면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하고 라임은 건강을 회복해 색스와의 미래를 꿈꾼다는 점에서 참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라임과 색스, 라임의 조수 톰까지 다 함께 병원이 있는 북부 파케노크 카운티로 내려와있는 상황에서 라임에게 한 사람이 찾아온다. 자신을 이 지역 보안관 짐 벨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라임의 동료과 사촌 지간이었고 현재 이 지역에서 곤충소년이라고 불리는 개릿 핸슨이 메리베스라는 여대생이 납치했으며 그 과정에서 메리베스를 도우려던 고등학생 빌리를 죽인 뒤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그 사건을 조사하던 보안관 한 명이 개릿이 설치해놓은 말벌집을 건들여 생명이 위중한 상태인 것, 간호사 리디아까지 다시 나타난 개릿에게 납치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큰 수술을 앞두고 있던 라임은 거절하려 하지만 색스와 톰의 설득으로 도움을 주기로 하고 전체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장비를 조달받아 사건에 임한다. 메리베스를 어딘가에 숨겨놓은 채 리디아를 납치한 개릿은 리디아를 끌고 어딘가로 향하는데 리디아는 공포에 떨면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개릿을 따라간다. 리디아와 개릿을 추적하던 색스와 부보안관 무리는 라임의 지시로 가까스로 개릿을 잡는데 성공한다. 보편적인 강간 사건대로라면 범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후 피해자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죽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24시간 안에 개릿을 잡아야 했던 경찰은 이미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메리베스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개릿은 메리베스가 어디있는지 절대 말하지 않고 메리베스가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개릿을 만난 색스는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오직 증거로만 사건을 바라보라고 라임에게 배웠지만 색스는 개릿의 눈빛에서 이 아이가 절대 살인을 하지 않았음을, 그리고 메리베스가 정말 살아있음을 느끼고 이대로 개릿이 교도소에 들어간다면 무사하지 않을 것이란 걸 느끼게 된다. 개릿은 색스에게 빌리를 죽인 건 정체모를 남자였고 자신은 메리베스를 보호하기 위해 데리고 도망친 것이라고 말하고 색스는 개릿이 리디아를 납치해 도주 중일 때 추적속도를 늦추기 위해 설치했던 함정들이 모두 사람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허용했던 함정들임을 생각해내면서 그를 믿고 탈옥 시켜 함께 도주한다.

 색스는 개릿이 이끄는대로 메리베스를 숨겨놓았다는 곳을 향해 가고 라임은 라임대로 색스를 걱정하며 개릿이 남긴 여러 증거물을 분석해 추적대를 보내 추적한다. 하지만 개릿을 추적하는 게 비단 라임과 보안관들 뿐이 아니었다. 마을 깡패로 알려진 3인조도 따로 총으로 무장한 채 개릿을 잡기 위해 따라가는데 아마도 메리베스의 어머니가 걸어놓은 현상금 때문인 걸로 비춰진다. 색스는 개릿과 도주하는 동안 부보안과들이 쏜 총에 놀라고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우여곡절 끝에 색스는 메리베스가 숨겨진 곳에서 메리베스를 찾아낸다. 갇혀있는 동안 메리베스는 바깥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그들에게 겁탈을 당할 뻔 하는데 다행히도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구출된다. 그리고 색스는 개릿이 빌리를 죽였다는 걸 알게 된다. 개릿은 메리베스에게 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일찍이 알려진대로 메리베스를 스토킹하던 개릿에게서 메리베스를 구하려던 빌리가 개릿에게 맞아죽은 것이 아니라 메리베스를 죽이려는 빌리를 개릿이 삽으로 쳐서 죽인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색스는 개릿에게 속았다는 사실이 좌절하고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난 곳으로 그들을 추격하던 부보안관 무리와 3인조 깡패 컬보 일행이 동시에 들이닥치고 어디선가 튀어나온 부보안관의 모습에 놀란 색스의 총이 발사되면서 색스를 짝사랑하던 부보안관 제시 콘이 정통으로 맞아 죽는다. 제시 외에도 그 상황에서 자기들끼리 난사한 총에 몇 사람이 죽게 된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과 앞으로의 라임과의 미래는 불가능하다는 암담함 등으로 넋이 나간 색스는 갇힌 채로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라임은 어떻게든 색스를 빼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다시 한 번 사건의 증거물들을 하나하나 돌이켜보는데 여기서 라임은 자신이 놓치고 지나간 것들을 발견해낸다.

 일단 개릿이 메리베스를 구하기 위해 빌리를 삽으로 내리친 건 맞지만 사실 빌리는 그 때 죽은 것이 아니었다. 빌리는 벨의 사주를 받고 메리베스를 죽이러 갔지만 개릿의 방해로 실패했고 빌리에게 연락이 오지 않자 빌리를 찾아나선 짐 벨이 이야기가 새어나갈 것을 염려해 빌리를 죽인 것이다. 삽에 남아있는 손자국 방향으로 이 사실을 밝혀낸 라임은 하나 하나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나간다. 개릿은 5년 전 사고로 가족을모두 잃었는데 가족 외식을 하는 날 출발 시간에 늦은 개릿이 출발하려는 차의 창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열어주지 않고 그 날 사고로 개릿을 제외한 온 가족이 목숨을 잃었었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사업가 헨리 대빗이 생산이 금지된 톡사펜을 넣은 살충제 수출을 하기 위해 운하 주변의 집들을 사들이고 있었고 그것을 거부한 개릿 가족을 톡사펜을 사용해 죽인 것이다. 계획대로면 온 가족이 죽었어야 했지만 차에 탄 후 이상한 중독을 느낀 개릿의 아버지가 개릿을 차에 못 타게 하면서 개릿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약물에 의해 죽었지만 헨리 대빗은 의사까지 매수해 그들의 죽음을 사고사로 위장한 것이고 개릿 또한 죽여야 했지만 바로 죽이면 의심을 살 것으로 판단해 각종 누명을 씌워가며 개릿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톡사펜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생식 능력을 잃었고 때문에 마을에는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게 되었던 것이고 루시 부보안관의 유방암 또한 이것 때문에 비롯된 것이었다. 헨리는 톡사펜에 의혹을 품었다고 의심되는 암 환자들을 컬보 무리에게 돈을 줘가며 하나 둘 살해했고 메리베스 또한 운하 옆에 묻혀있던 개릿 가족의 유골을 발견했기에 죽이려 했던 것이다. 개릿은 이 모든 사실은 몰랐지만 짝사랑 하던 메리베스가 위험에 처하자 구하려 했던 것이고 그렇게 메리베스를 납치한 채 사라지자 헨리와 한패였던 짐벨이 라임의 능력을 이용해 둘을 찾아내 죽일 심산으로 라임에게 사건을 부탁했던 것이었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색스는 살인죄로 재판에 오른다. 그녀는 유죄를 인정해 5년형을 선고받을 상황에 처해지는데 판결이 나기 직전 재판장에 라임이 나타난다. 라임은 제시의 집 마당에서 헨리가 사주해 죽은 시신이 발견됐다는 증거를 가져와 색스의 총에 맞아 죽은 제시 또한 헨리와 한 통속이었다는 걸 밝혀내고 색스가 죽이지 않았다면 결국 색스가 제시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 헨리가 연관되어있다는 증거가 없는 이 시점에서 자신이 헨리를 검거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선처해달라고 하고 색스는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라임은 조금 늦어졌지만 수술을 받게 되고 수술대에 올라 마취에 정신이 몽롱할 때 이 병원의 간호사로 있는 리디아를 보게 된다. 리다아는 라임에게 다가와 자신이 헨리의 여자친구임을 밝히며 헨리가 어떻게 주민 중 누가 암에 걸렸는지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해 속삭인다. 리디아는 암 병동 간호사로 헨리에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었던 것. 리디아는 이 수술이 위험한 수술임을 안다며 수술 중 사망하는 것이 흔한 일이라 속삭이며 라임을 죽일 것을 예고하지만 암 병동 간호사인 리디아가 라임이 수술받는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색스가 위험을 직감하고 나타나 리디아를 체포하면서 다행히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라임은 호흡이 안정되기까지 몇 달이라는 시간을 수술을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본 콜렉터나 코핀댄서의 범인들처럼 사람을 죽이는 기계같은 인물이 아닌 또 다른 인물이 범인이라 (사실 범인이 너무 많았다.) 독특했다.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잇속을 채우는 모습이 현 세대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거대한 악이 아닐까 싶다.

 음... 우선 반도 채 읽기 전에 개릿이 잡힌 점에서 사실 더 흥미진진해졌던 것 같다. 전작인 「코핀 댄서」에서는 댄서가 계속 안 잡히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좀 지루함을 느꼈던 기억이있는데 이 책에서는 범인이라 생각했던 개릿이 일찍 잡혔고 (바로 도주하긴 했지만) 그래서 뒷 내용이 더 궁금했다. 뭐 결과적으로는 개릿은 안타깝게 가족을 잃은 곤충을 사랑하는 소년이었던 걸로...
 개릿한테 집착하는 메이슨 부보안관의 모습에 나도 속을 뻔 했다. 메이슨이 진짜 범인인 줄... 헌데 메이슨은 그저 제프리 디버가 놓은 덫일 뿐. 여자부보안관 루시의 암도, 아이가 없는 이상한 풍경의 마을 모습도 모두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제목이 빈 의자인 점도 궁금증을 돋우기에 한 몫 했다. 왜 원제는 곤충소년이 아니고 빈 의자지...?하면서 진짜 빈 의자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때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빈 의자라는 건 심리요법 중 하나로 빈 의자에 내가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가정 하에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심적으로 안정을 얻는 치료법이다. 이 요법으로 개릿의 과거가 어느 정도 나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뭐 사실 큰 의미는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더 제대로 된 제목을 굳이 정하자면 「말벌」정도가 아닐까 하고 소심하게 추천해본다. 외국 책을 우리나라에서 출간할 때 (물론 우리나라 책을 출간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출판사에서 제목을 정하기 위한 회의까지 한다던데 대체 왜... 이런 제목을...? 나만 불호인건가. 한국인들한테 잘 먹힐 제목이라고 생각하고 분명 지었을텐데 흠... 잘 모르겠다.

 확실히 소설에는 무의미한 등장인물이란 없는 것 같다. 리디아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될 때 리디아의 남자친구에 대한 언급이 종종 나왔는데 그거까진 신경을 못 쓰고 지나갔다가 나중에 반전이 공개 되고 나서야 아 그래서 남자친구 이야기가 나왔던 거구나 싶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현실도 책처럼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키포인트를 집어 놓듯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나 명사가 표시된다면 그것만 신경쓰고 살면 되고 참 좋을텐데... 나에게 무의미한 인간이 누군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더 시간을 쏟고 정성을 담고 불필요한 사람에겐 정을 주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을까. 라고 잠시 샛길로 새본다.
 그나저나 내가 줄거리를 제대로 쓴건지 모르겠네. 너무 길어서 빼먹은 게 있을수도 있겠다. 어쩔 수 없지 뭐~! 하 또 열심히 두서없이 주절주절 써봤는데 엄청시리 길어진 것 같다. 뭔가 뿌듯하구만! 드디어 빌린 책 네 권을 다 읽었다. 감사하니까 과자 좀 사서 같이 돌려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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