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흰」
한강
★★★☆☆
읽은 기간: 19.07.04~10 / 7일
마음이 너무 우울하고 축 처지는 기분이라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읽어봤는데 읽다 결국 덮어버렸다. 좋은 말이 너무 비처럼 쏟아져서 은혜롭긴한데 버거운 느낌이랄까. 좀처럼 진도가 안나가서 다른 책을 추가로 빌렸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살짝 놀랐다. 이렇게 얇은 책일거라곤 생각을 못했으니까. 펼쳐보고는 더 놀랐다. 내가 시집을 잘못 빌렸나 싶었다. 단편단편씩, 길어봤자 한장 내외로 적힌이야기들은 결국에는 연결되지만 별도의 이야기로 읽어도 손색은 없을 것 같긴 했다. 다만 내 스타일은 좀 아닐 뿐... 그래도 공감가는 구절이 몇 개 있었으니까 내 기준 평점은 3개-
꽤 유명한 작가이기는 한데 내가 이 작가의 책을 뭘 읽었더라... 잠시 생각해보았다. 채식주의자였구나- 라고 떠오른 순간 깨달았다. 「흰」을 읽는 내내 나를 붙잡고 있던 편하지 못한 분위기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문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난해함과 이야기의 어두운 부분이 자꾸 나를 갉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채식주의자를 읽을 때도 그랬었다. 어딘가 불편하고 편치 못한 느낌. 그래도 같은 작가라는 걸 생각하지 않고 읽어서인지 그렇게 마냥 가라앉는 듯한 기분은 아니었다. 뭐 애초에 이 책은 채식주의자처럼 어둡지도 않았고.
흰 것에 관해서 쓴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흰 것들에 대해 쓰여진 이 책은 분명 흰 것에 대한 이야기인데 주변은 칠흙같이 어두운 느낌이다. 소설이라고 했지만 자서전 같은, 수필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읽으면서 이거 진짜 소설이 맞는건가... 자기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닌건가 싶었다. 뭐 굳이 검색을 해보진 않아서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 느낌으로는 수필이었다. 작가가 태어나자마자 죽은 자신의 죽은 언니에 대해, 자신이 가있는 나라의 도시에 대해, 자신의 인생에 있었던 온갖 흰 것들에 대해 나직나직하게 써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내 마음에 닿기는 했다.
이건 딱히 줄거리를 적을 게 없으니까 이쯤에서 마무리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