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는 여자」

셍셍칩 2019. 11. 5. 09:19

「훔쳐보는 여자」

민카 켄트

★★★★☆

읽은 기간: 19.11.01~04 / 4일

 

 

 요새는 왜 이런 심리 스릴러(라고 하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가 왜 이렇게 좋나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이런 장르는 누구라도 좋아할 거 같긴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잡고 있게 되고 손이 가게 될 수밖에 없는 줄거리라 그런지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이런 책만 찾게 된다. 미루기 여왕처럼 해야 할 일을 미루기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열일 제쳐놓고 시간 떼우기 좋아하는데 다 미뤄놓고 책을 읽으면 다른 거 하는 것보다 훨씬 죄책감이 덜 하달까... 근데 또 그것도 책이 재밌어야 가능한 일이라 그래서 이런 재미 위주의 책을 자꾸 찾나보다. 나란 아이... 인생의 진전이 없는 아이... 그래도 뭐 재밌으니까! 원래 사람이 재밌는 거 하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또 가만 보면 이런 류의 소설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마무리 되는 게 특유의 레파토리라 이젠 좀 지겨운 것 같기도? 주인공의 유년시절에 학대 당한 기억이 있는 것도 뻔한 클리셰... 그래도 재밌게 읽었으니까 별 4개!

 이야기는 오텀과 대프니의 시점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시작은 오텀이 3년 전에 낳고 입양 보낸 아이인 그레이스를 찾아내 그레이스의 양모 대프니의 SNS를 염탐하면서 시작된다. 오텀은 부잣집 딸인 룸메이트와 살고 있는데 딸에게로 가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레이스가 10살이 되었을 때 오텀은 그레이스의 집 뒤편에 살게 된다. 그레이엄과 대프니 부부에게는 그레이스를 입양한 이후 로즈와 세바스찬이라는 아이들을 낳게 돼 세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좋은 부모다. 그레이엄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고 대프니는 자기 관리까지 잘 해내며 세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모범적인 엄마로 보여진다. 오텀은 의도적으로 그레이스와 가까이 사는 벤에게 접근해 그의 이상형을 연기하고 그를 사로잡아 동거를 하게 된다. 그렇게 2년째 벤과 살며 대프니의 SNS를 보는 낙으로 살아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대프니의 SNS가 사라지고 공황에 빠진다.

 대프니는 완벽한 이상형인 그레이엄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둘만의 시간을 가지려 했던 계획과는 달리 그레이엄이 갑자기 아이를 원하게 되면서 그레이스를 입양하게 된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 그레이엄 몰래 피임을 하다가 결국 입양까지 하게 된 것인데 그럭저럭 엄마의 역할을 잘 해내며 살아간다. 그 후 로즈와 세바스찬까지 낳으면서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자신의 일상과 아이들의 모습, 모두가 부러워하는 멋있는 남편 그레이엄의 모습을 SNS에 올리며 누가 봐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내면은 그렇지만도 않은데 아이를 썩 좋아하지 않았던 그녀라 나름대로 고충이 있고 육아를 도와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만, 자라면서 점점 엇나가는 그레이스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그녀를 조금씩 억누른다. 특히 최근에는 남편이 회사 일과 골프를 핑계로 집을 자주 비우고 애정이 느껴지지 않자 대프니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그러다 어느 날 너무 휴대폰만 붙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남편의 핀잔에 SNS을 닫고 아이들에게 집중하려 한다.

 벤에게는 마르니라는 여동생이 있는데 오텀은 마르니를 혐오한다. 세상 예의도 없을 뿐더러 버릇없이 자란 부잣집 막내딸의 표본을 그대로 갖고 있으며 자신을 눈에 보이게 싫어하는 마르니가 곱게 보일리가. 매일 명품으로 치장하고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니는 마르니가 너무도 싫고 함께 있는 시간이 고통스럽지만 속 편한 남자 벤은 사랑하는 두 여자와의 시간을 좋아한다. 현재 자신이 그레이스의 주변에 있을 방법이 벤 뿐이라 오텀은 어쩔 수 없이 벤에게 맞춰주지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향한 애정은 점점 식어가고 급기야 그를 싫어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대프니의 집에서 아이들 돌보미를 구하고 있다는 공고를 접하게 되고 바로 지원해 그레이엄과 면접까지 성공시킨다. 바로 자신에게 일을 맡길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대프니네는 아는 집 딸을 보모로 쓰고 오텀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우연히 마주친 그레이엄에게 현재 보모에 대한 험담을 하면서 드디어 대프니의 집에 입성하게 된다.
 조금씩 인내심의 한계를 보이던 대프니는 그레이엄과의 관계를 개선해보고자 아이들을 잠시 맡겨두고 호캉스를 즐기러 떠난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대프니는 전혀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그레이엄의 모습에 실망하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해 화장실로 향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레스토랑 직원을 마주치는데 그녀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대프니를 그레이엄의 애인으로 착각한 직원이 그레이엄이 몇 년 동안 목요일마다 이 레스토랑에 다른 여자와 왔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있어도 잠시 지나가는 여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오래된 생각보다 견고한 사이라는 걸 듣고 충격을 받은 대프니는 마약에 빠진다. 조금씩 그 여자의 존재가 궁금해진 대프니는 마약거래상인 미치에게 그 여자가 누군지 알아보게 시킨다.

 한편 그레이스를 눈 앞에서 보고 만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오텀은 살면서 가장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리고 대프니와 그레이엄의 집에 머물면서 그들 사이가 자신이 SNS로 접한 모습만큼 단란한 가족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느끼게 된다. 오텀은 자신의 딸 그레이스는 완벽한 가정에서 커야 한다는 것에 늘 집착했기에 그들 부부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그레이엄에게 내연녀가 있으며 그것이 마르니라는 걸 알게 된다.

 대프니는 마르니의 존재를 안다는 것을 그레이엄에게 털어놓고 분노하는데 그레이엄은 바로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정리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몇 주 동안 대프니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보이지만 어느 날 남편의 메일함을 몰래 본 대프니는 그가 아직도 마르니를 만나며 마르니를 그리워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이 가정에서 떨어져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벤이 일주일간 출장을 떠난 사이 오텀은 오랜만에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있는데 벤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다. 마르니가 며칠째 연락이 안된다며 부모님도 멀리 계시고 자신도 멀리 있으니 마르니의 집에 좀 가달라는 것이었는데 내키지 않았지만 벤에게 잘 보여야 했던 오텀은 마르니의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마르니의 집 앞에서 다투며 나오는 마르니와 그레이엄을 보게 된다. 그레이엄이 떠난 후 마르니의 집에 노크를 한 오텀은 집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유부남을 만나지 말라며 따진다. 만취 상태인 마르니는 자신과 그레이엄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며 그레이엄이 대프니를 버리고 자신에게 오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레이스의 양엄마로 마르니가 들어가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 생각한 오텀은 분노하며 마르니의 머리를 친다. 쓰러진 마르니를 보던 오텀은 그녀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바로 집을 빠져나오고 바로 걸려온 벤의 전화를 받고 마르니가 집에 없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벤은 급히 귀국하고 경찰에 마르니 실종 신고를 하고 마르니의 시체는 금방 발견이 되는데 사인을 찾기 위한 부검에서 그녀가 치사량의 헤로인 중독 상태였음이 밝혀지고 오텀은 의아해한다.

 마르니의 죽음에 그레이엄은 낙담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프니는 어이가 없다. 뉴스에 나온 마르니의 소식을 접하고 대프니는 그레이엄에게 당신의 애인이 마약 중독이었다며 빈정대고 그레이엄은 그럴 리 없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 날 마르니의 집에 갔었음을 시인하며 자신이 나온 후 오텀이 그 집에 들어가는 걸 봤다고 말한다. 용의자가 될 위험을 감수하며 그레이엄은 경찰서로 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뒤 심문을 받고 풀려나고 그 길로 오텀은 용의자 리스트에 오른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오텀은 평소대로 벤을 겉으로만 위로하고 대프니네 아이들을 봐주러 일을 나가려 하는데 그 때문에 벤과의 관계가 위태로운 상태다. 마침내 경찰은 오텀을 찾아오고 첫 심문에선 별 일 없이 풀려나지만 결국 오텀은 과거가 드러나며 경찰에 잡히게 된다. 뉴스에 나온 오텀의 모습을 본 오텀의 오빠가 오텀을 찾은 것인데 사실 오텀은 오텀이 아니었다. 사라라는 이름의 소녀였던 오텀은 어린 시절 오빠들에게 학대를 받았고 결국 다중인격 장애라는 병명으로 병원에 입원했었던 과거가 있었다. 사라는 병원에서 오텀이라는 아름다운 친구를 사귀게 되는데 진짜 오텀은 그 병원에서 여자아이를 출산한 뒤 입양 보낸다. 진짜 오텀은 부잣집 딸로 사라가 부러워하는 모든 걸 가진 소녀였는데 오텀은 사라에게 모든 걸 의지했기에 둘은 룸메이트가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오텀은 실종되고 사라 또한 실종이 된 것이다. 정황상, 그리고 사라의 기억상 오텀은 사라에 의해 살해당한 게 맞았고 사라는 그 후 오텀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것이다. 사라의 인격 속에는 오텀이 존재했고 그 후 7년 동안 자신이 정말 오텀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때문에 진짜 오텀의 딸 그레이스를 자신의 딸이라 생각했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마르니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따로 있었다. 마르니를 증오하던 대프니가 미치에게 헤로인을 사서 마르니의 몸에 주입시켜 죽인 것이었다. 미치의 자백으로 대프니는 경찰에 잡히고 무기징역형을 받게 된다.

  다소 정상적이지 않은 오텀의 생각이 살짝 집중을 방해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양 보낸 아이라면 당연히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게 부모의 마음일테니 비로소 아이의 행방을 찾아냈을 때는 아이 곁에서 잘 크고 있는 걸 보고 싶은 것도 부모된 자의 당연한 욕심일 거라 생각하고 넘겼다. 오텀이 대프니의 SNS를 보며 그레이스가 행복한 가정에서 잘 크고 있다는 것만 확인한 채로 끝났으면 참 좋았겠(고 책 내용으로 한참 부족했겠)지만 당연하게도 오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레이스의 주변에 살기 위해 일부러 벤에게 접근한 점이며 그의 이상형처럼 자신을 새롭게 단장해 그의 연인이 된 것, 그리고 그를 역겹다고 생각하면서 그에게 붙어 기생하는 점들이 너무도 일반적이지 않아서 좀 과하다 느껴졌지만 사람에겐 다양한 면이 있고 사실상 이해 가능한 캐릭터였다면 심리 스릴러에 주인공으로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맞아 이래야지 하면서 읽은 것 같다.
 대체 내가 왜 이야기 첫부분에 나온 마침내 딸을 찾아낸 여자와 그녀의 룸메이트 이야기를 잊고 있었을까. 이런 심리소설에서 가장 흔한 플래그 아니었던가. SRT 타고 가면서 약간 정신 사납운 상황에서 읽어서 그랬는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작품 마지막 부분에서 반전이 밝혀지면서 생각이 났다. 어? 어?? 뭐지...?하면서 앞 장으로 돌아와 첫 장을 읽고는 아 이 부분 다른 책인 줄 싶었다. 아 그걸 기억해놓고 있었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이렇게 확실하게 속지는 않았을텐데 살짝 아쉬웠다.

 오텀이 정신이상자라는 게 밝혀지면서 마르니에 대한 평가가 어쩌면 잘못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유부남과 몇 년이나 불륜을 저지른 여자가 정상일 리는 없겠지만 쭉 오텀에 의해 묘사된 마르니는 정말 최악의 여자였는데 어느 정도는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건 그저 추리에 맡겨야 겠지만. 그리고 대프니에 대한 평가도 대프니 시점에서 볼 땐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레이엄과 마르니의 평을 들으면 또 다르고 한 걸 보고 이것도 추리에 맡겨야지 싶었다.

 내가 추리소설에 빠져있다가 이쪽으로 건너와서 그런지 처음에 그레이스가 이상한 행동을 할 때 그 아이가 아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그럼 그럼 피는 못 속이지 오텀을 닮아서 정상적이지 않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대프니의 말을 들은 미치가 그레이스에 대해 그냥 평범한 아이일 뿐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아차 싶었다. 그렇지, 그레이스는 아이이고 부모의 사랑이 절실한 어린이 일 뿐이지 라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일단 이 작가는 처음 보는 작가였고 작가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 이 책만 나오는 거 보면 신인작가거나 우리나라에 이 책만 출판됐거나 그랬나보다. 우리나라에까지 상륙한 거 보면 꽤 인기가 있을테니 다음 작품도 발표하겠지? 기다려봐야겠다.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영화화 확정이라던데 영화도 나오면 보러 가야지~ 이건 아마도 실망하겠지만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