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셍셍칩 2019. 3. 10. 15:41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

읽은 기간: 19.03.05~10 / 6일

 

 



 표지 그림과 제목으로 유추해냈어야 했는데 진짜 판타지일 줄이야. 요지는 어느 정도 이해했고 공감했지만 사실 재미는 없었다. 재미없는 책을 끝까지 읽는 것처럼 지루한 일도 없어서 교보 모바일 도서관에서 「내게 무해한 사람」을 빌려서 동시에 읽었다. 원래 동시에 두 권 읽는 거 싫어해서 해 본 적 없는데 막상 해보니까 뭐 그렇게 헷갈리지도 않고 괜찮았다. 그래도 앞으로는 한 권에 집중해야지.
 전개나 세계관은 다소 유치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만큼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진지한 내용이었다.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끔 만드는 내용이었는데 그에 비해 생각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난 리뷰를 쓸 자격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린타로는 평범한...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고등학생이다.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며 친구도 없고 하루종일 책을 읽는 남학생. 그런 린타로에게 갑작스럽게 닥쳐온 할아버지의 죽음은 린타로의 무언가를 마비시켰다고 해야 할까. 살가운 할아버지는 아니었고 그렇게 사이 좋은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도 아니었지만 린타로는 어째서인지 다 포기한 사람처럼 학교도 나가지 않고 서점에 틀어박혀 있게 된다. 그런 린타로 앞에 갑자기 말하는 고양이가 나타나고 책을 구하는 것을 도와달라며 린타로를 미궁 속으로 데려간다. 고양이와 린타로는, 그리고 후에는 린타로 학급의 반장인 사요까지 합세해서 미궁으로 가서 책을 구해낸다.

 첫번째 미궁에는 다독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식인이 나온다. 엄청 빠르게 책을 읽어치우고 한 번 읽은 책은 유리책장 안에 가두어버리는 그는 자신의 엄청난 독서량을 과시한다. 두 번째 미궁에는 효율적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소장이 등장한다. 책에서 멀어져만 가는 현대인들에게 간단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부분만 빼고 책의 나머지 내용을 모두 오려내는 것이다. 세 번째 미궁에서는 화려한 출판사 사장이 나오는데 팔리는 책을 만든다는 원칙 하에 출판사를 운영하느라 사람들의 니즈에 맞는 책만을 발행하려 한다. 이 세 미궁의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방법이 다를 뿐 모두 책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린타로는 책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그들을 설득시키고 수많은 책들을 구해낸다. 하지만 대망의 마지막 미궁이 남아있었다. 마지막 미궁에서는 사람이 아닌 수천년동안 살아온 본연의 책을 만나게 된다. 모든 걸 포기할만한 상황에서 삐뚤어진 책에게 린타로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책이라고 말하며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 책이 중요한 이유라고 하며 책의 마음을 돌린다.
 어쩌면 나야말로 이 책이 하는 말에 가장 귀 기울여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젠가부터 나도 습관처럼 책을 읽고 책 속에 있는 의미를 음미하려 하지도 않고 슬렁슬렁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좋은 책을 읽으면 몇 번이고 다시 읽었는데 지금은 한 번 읽은 책은 웬만해선 다시 읽지 않는다. 천천히 문장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내가 느끼는 재미에 의해서만 책을 고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느낌이었겠지. 반성해야겠다. 음 그리고 이 책은 가독성만큼은 좋아서 이런 느낌만 아니라면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니까 「신의 카르테」라는 책이 유명하다던데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