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윈도」
「우먼 인 윈도」
A. J. 핀
★★★★☆
읽은 기간: 20.02.23~03.06 / 13일
제목만 보고 그냥 바로 선택한 「우먼 인 윈도」... 약간 제목에서 「비하인드 도어」나 「훔쳐보는 여자」와 비슷한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그래서 바로 너로 정했다! 하고 고른건데 예상대로 내용이나 장르도 얼추 비슷했다. (근데 저 두 책보단 별로였다.) 작년부터 추리소설보다 재밌게 읽고 있는 심리스릴러!!! 책이 오기 전까진 몰랐는데 막상 받았을 때 너무 두꺼워서 살짝 움찔했다. 작은 가방에도 안 들어가고 지하철이나 SRT 탈 때도 들고 다니면서 볼 생각이었는데 응 불가능^^... 그럼에도 (읽는 기간은 좀 걸렸지만 어찌 보면) 이틀만에 읽었다고 볼 수 있을만큼 한 방에 다 읽었다. 초반이 좀 지리해서 진도가 팍팍 안나갔는데 1/4정도를 열흘 동안 읽고 나머지 3/4을 이틀 밤새 읽은 것 같다. 반전이 몇 개 있긴 한데 마지막 반전 말고는 너무도 예측 가능한 반전인지라 사실 더 기대한 것도 있긴 하다. 아니 이렇게 대놓고 티를 내면 대체 마지막에 얼마나 큰 반전이 숨어있는거야...? 하면서 읽었는데 흠 좀 실망...
애나 폭스는 열 달째 집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다. 10개월 전, 광장증후군을 앓기 시작하면서 집 밖으로는 나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랑하는 남편 에드와 딸 올리비아는 무슨 이유에선지 그녀와 별거 중이다. 하지만 애나는 꾸준히 남편과 딸과 통화도 하고 대화도 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언제나 그들을 그리워 하고 있다. 4층짜리 주택에 살고 있는 애나의 일상은 언제나 비슷하다. 자신 또한 치료받는 입장임에도 정신과 의사라는 전공을 살려 아고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해주는가 하면 일주일에 한 번 서재에서 주치의를 만나 자신 역시 상담을 받는다. 그리고 물리치료사 비나가 주 1회 방문해 치료를 해주고 나머지 시간은 컴퓨터로 체스를 두거나 와인을 마시며 주로 히치콕의 흑백 영화를 본다. 약은 처방전대로 택배로 받고 그 외 집의 유지보수나 기타 등등의 잡일은 지하에 세들어 사는 데이비드라는 청년이 주로 해결해준다.
그런 애나가 가장 즐겨하는 건 창문을 통해 니콘 카메라로 건너편 라인에 사는 이웃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어느 이웃이 남편 몰래 중개업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어떤 이웃집 아들이 첼로를 아름답게 연주하는지 애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애나의 건너편 작은 공원 너머에 있는 집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온다. 알리스타 러셀과 제인 러셀, 그리고 그들의 십대 아들 이선까지 세 명으로 이루어진 러셀가를 애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관찰한다. 그들이 이사오고 얼마 뒤 이선이 엄마 제인의 심부름이라며 애나의 집을 방문하고 애나는 이선의 유약하고 선한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 어느 날 애나는 주치의의 조언대로 우산을 쓴 채로 집 밖으로 나가는 연습을 하는 도중 평정심을 잃고 만다. 그 때 한 여자가 다가와 애나를 구해주고 함께 애나의 집으로 들어가는데 건너편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는 여자의 소개에 애나는 그녀가 이선의 엄마인 제인 러셀임을 깨닫는다. 애나와 제인은 애나의 집에서 함께 체스도 하고 와인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제인은 아들 이선이 매우 착한 아이라는 애나의 말에 동의하고 남편인 알리스타가 아주 좋은 남자지만 자신이 예전에 저지른 과오로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녁에 되자 집에 돌아가야 한다며 귀가를 서두르는 제인의 모습과 일전에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 보이는 이선의 모습에서 애나는 제인과 이선이 알리스타의 독재 아래 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제인이 돌아간 후 여느 때와 같이 러셀가를 관찰하던 애나는 창문을 통해 제인이 칼에 찔린 채 쓰러지는 걸 목격하게 된다. 누가 찔렀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죽어가는 제인의 모습을 보며 애나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창문에서 움찔거리는 피 묻는 손가락을 보는 순간 제인이 아직 살아있다는 생각에 그녀를 구하기 위해 집 밖으로 달려나간다. 하지만 광장공포증인 애나는 가까스로 공원까지만 도착할 수 있었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만다. 눈을 떴을 땐 이미 하루가 흘렀고 약에 취해 병원에 누워있는 상황이다. 애나는 자신을 리틀이라고 소개하는 형사에게 제인에 대해 묻지만 반응이 께름칙하다. 친절하고 배려깊은 흑인 형사 리틀은 애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믿지 않는 눈치고 리틀의 파트너 형사는 아예 대놓고 애나를 무시하며 믿지 않는다. 더구나 알리스타가 나타나 자신의 집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아내라는 여자까지 들이밀자 경찰은 더더욱 애나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애나는 매번 주치의의 말을 어기고 항정신성 약물을 술과 함께 먹는 심각한 상황이라 경찰과 주변 사람들은 애나가 환각을 본 것이거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제인이라는 살아있는 여자까지 등장한 마당에 애나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알리스타가 애나에게 자신의 아내라며 보여준 여자는 애나가 만났던 제인이 아닌 다른 여자였다. 애나는 알리스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이선에게 묻지만 이선 또한 그 여자가 자신의 어머니가 맞다고 한다. 애나는 이선이 무언가에 겁을 먹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며 알리스타가 진짜 제인을 죽인 뒤 가짜 대역을 등장시켜 제인인 척 연기하는 거라 생각하며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하지만 어느 날 애나의 메일로 애나가 자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오고 그 사진이 자신밖에 비번을 모르는 휴대폰으로 찍혀져 전송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이상 자기 자신마저 믿지 못하게 된다. 모두의 말처럼 이 모든 건 애나의 환시이며 진짜로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내가 두 번이나 봤던 그 여자는 사실 정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아닐까... 애나는 더이상 주변 이웃들을 관찰하지 않으려 하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노력의 어느 날, 자신이 찍었다는 사진을 지우던 애나는 그 사진 바로 이전에 찍힌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얼핏 보면 그냥 자신의 집이 찍힌 사진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창문에 반사된 제인의 모습이 보였고 찍힌 날짜 또한 제인이 애나의 집에 왔던 그 날이었던 것이다. 애나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고 기억을 더듬어 제인을 처음 만난 날 제인이 먼저 자신을 제인이라고 소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당신이 제인 러셀이군요?'라고 했던 것을 기억해낸다. 애나가 만난 제인은 실존인물이었고 그저 제인 러셀이 아니었던 것 뿐이었다. 진실을 알기 위해 애나는 이선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그 사실을 눈치 챈 알리스타가 애나를 찾아와 위협하며 다신 이선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자신의 아들이 나이 많은 여자와 함께 있는 걸 원치 않는다면서... 애나는 포기하지 않고 이선에게 전화로 연락하고 내리는 비를 뚫고 이선이 부모 몰래 애나를 찾아온다. 애나는 이선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도와줄테니 진실을 말하라고 하고 이선은 결국 모든 걸 털어놓는다.
이선은 자신이 사실 러셀 부부의 친아들이 아닌 입양아고 그 때 애나가 본 건 이선의 친모 케이티였다고 밝힌다. 케이티는 어린 나이에 이선을 낳고 약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 이선이 5살일 때 친권을 포기하고 입양을 보냈고 러셀 부부는 이선을 성심성의껏 길러왔다. 얼마 전 알리스타가 회사에서 안 좋은 일로 (애나는 그것이 상사와의 불륜이라 확신했다.) 이 쪽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알리스타의 기사를 접한 케이티가 이선을 보기 위해 찾아왔던 것이고 러셀 부부가 짐을 챙기기 위해 보스턴에 하루 가있는 사이 케이티는 이선을 만났고 이선은 케이티를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고 했다. 이제 자신도 다 컸으니 친모를 보고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고 분노한 러셀부부는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가 케이티를 마주쳤고 흥분한 제인 러셀이 케이티를 찔렀다는 것이 이선의 증언이었다. 애나의 추측은 완전 잘못된 것이었다. 제인(이라고 알고 있던 케이티)을 죽인 것은 알리스타가 아닌 제인이었다. 러셀 부부는 그 길로 케이티를 묻어서 시신을 감췄고 다행히 케이티의 등장을 아는 사람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애나 뿐이라는 걸 알고 모든 걸 모른 척 했던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애나는 절대 부모님을 신고할 수 없다는 이선을 다독이고 부모님을 설득해 자수하게 하겠다는 이선의 말을 믿고 보내준다.
그 날 밤 잠들었던 애나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깨어난다. 애나의 고양이가 어느 날부터 다리를 절었는데 오랜만에 애나의 집에 왔던 이선을 고양이가 갑자기 피했고 고양이가 다친 사실을 알 리 없는 이선이 고양이에게 다리는 괜찮냐고 물었던 것이 너무 이상했던 것이다. 대체 어떻게 알았지? 라고 중얼거리는 애나에게 어둠 속에서 이선이 대답한다. "매일 밤 왔었으니까"라고. 애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나고 이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선은 '진짜 진실'을 이야기한다. 사실 러셀가족이 이사온 이유는 알리스타가 상사와 불륜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이선이 알리스타의 상사에게 접근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알리스타가 애나에게 했던 '아들이 나이 많은 여자와 함께 있는 걸 원치 않는다'는 말은 이선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애나를 보호하기 위한 말이었다. 이선은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아이로 성장하지 못했다. 케이티가 찾아온 날 이선은 자신의 친아버지에 대해 궁금해 케이티를 집으로 들였지만 케이티는 그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더이상 케이티가 필요없고 귀찮아진 이선은 알리스타가 케이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케이티를 찔러 죽인 것이다. 제인 러셀은 그 자리에 없어서 이 모든 사실을 몰랐고 애나에 대해서는 그냥 정신이 이상한 여자 정도로 알고 있었다.
사실 이선은 이사를 오자마자 주변 이웃에게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애나 이야기를 접했고 흥미가 생겨 일부러 접근했었다. 애나의 집을 처음 방문했던 날 모니터에 떠있던 상담 사이트를 보고 리지 할머니 라는 가상의 인물로써 애나에게 한 층 더 다가왔던 것이다. 자는 애나의 사진을 찍은 것 또한 애나의 주작이 아니었다. 리지 할머니로 분해 애나가 비밀번호를 짓는 방법을 알아낸 이선은 밤에 애나의 집에 몰래 침입해 애나의 휴대폰으로 애나를 찍고 사진을 전송한 것이었다. 이선은 모든 진실을 이야기한 뒤 애나를 죽이려 하고 위기의 순간 애나는 기지를 발휘해 아랫층이 아닌 윗층으로 도망을 간다. 올리비아와 에드와 셋이 살던 시절 꾸며놨던 옥상 정원으로 도망친 애나는 일전에 데이비드가 옥상을 살펴보며 위험하다고 했던 곳으로 이선을 유인했고 케이티가 찾아왔을 때 친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며 이선을 혼동시키고 그러다가 이선은 결국 추락해 죽는다.
중간 중간 애나의 가족에 대한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데 뭐 처음부터 눈치 챘다시피 에드와 올리비아는 이미 죽은 사람들이었다. 별거가 아닌 사별이었고 애나 또한 가족들의 죽음을 알고 있지만 때때로 그들과 대화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는 별거 중이라고 한 것 뿐이었다. 에드와 올리비아는 열 달 전 가족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 차 사고로 사망했는데 사실 당시 애나는 바람을 피우는 중이었고 그 사실을 눈치 챈 에드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9살 난 딸 올리비아는 부모의 사이가 좋지 않음을 눈치채고 있었고 여행지에 도착한 날 집으로 가고 싶다고 칭얼거려 안좋은 기상 조건에도 어쩔 수 없이 귀가를 서두르게 됐다. 애나가 눈발을 뚫고 운전하던 중 휴대전화가 울리고 상대가 누군지 알고 있던 에드는 전화를 받으려 한다. 애나는 에드를 말리고 그러다 절벽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에드와 올리비아는 즉사하지는 않았지만 세 가족은그렇게 조난 당한 채 만 이틀을 그 자리에서 버텨야 했고 발견이 되었을 땐 에드는 이미 죽고 올리비아 또한 병원으로 옮겨지자마자 사망했다. 애나는 죄책감과 괴로움에 광장증후군이 생겼고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살아왔던 것이다.
뭐랄까 뒷부분이 박진감 넘쳐서 별 4개를 주긴 했는데 사실 3개는 좀 아쉽고 4개까진 아닌 약간 3.5 정도의 느낌이다. 일부러 티나게 설계한 건가 싶을 정도로 티가 많이 나던 애나 가족의 진실은 좀 애매했다. 눈치 채라고 그렇게 쓴 거겠지...? 뒤로 갈수록 반전이 거듭되긴 했지만 막 임팩트 있는 반전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선이 그런 소시오패스 같은 살인자일 거라곤 생각을 안해서 놀라긴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닌 걸루... 보니까 영화로도 개봉한다던데 게리 올드만이 나오더라. 게리 올드만!!! 근데 대체 무슨 역으로 나오는거지...? 올해 개봉 예정인 것 같던데 보러 가야지. 보고나서 후회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