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
읽은 기간: 21.09.24~25 / 2일
추석연휴 전에 백신휴가를 연결해서 쓰면서 연휴가 길어졌기에 오랜만에 긴 여행을 계획했는데 테마가 요양&힐링이라 일정이 딱히 없었다. 해서 숙소에서 느긋하게 쉴 시간이 많겠거니 싶어 책을 두 권이나 챙겨서 떠났는데 웬걸... 4박 5일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려서 책은 표지조차 넘기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 추석이 끝나고야 펼치게 되고... 그것도 주말에 갑자기 코로나 격리로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 나가 놀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은 거였다. 아니었다면 더 오래 걸리고 더 늦게 시작했겠지. 어쨌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진 집 앞 산책도 못가는 상황이라 밤에 잠도 안오고 해서 그냥 밤새서 한 방에 끝내버렸다.
이번에는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만 샀는데 유일하게 이 책 한 권만 처음 보는 작가였다. 말하자면 SNS 광고에 속아서 샀다 해야할 것이다. 요즘 나오는 책들은 광고방법도 신박하던데 이 책도 그런 신박한 방법으로 광고를 하고 있었다. SNS에 보면 커뮤에 고민 사연 올라온 걸 캡쳐해서 넘기듯 볼 수 있게 많이 올려놓는데 이 책을 딱 주인공 입장에서 마치 커뮤니티 같은 곳에 고민상담 글 올리듯 써놓고 결말이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마지막 장으로 쭉 넘기면 책 표지가 떡하니 있는 것이다. 이 책 대충 이런 내용인데 뒤에 내용 더 있어 궁금하지? 라는 듯이. 하지만 광고를 보고도 딱히 사고싶은 생각은 안들었던 게 표지가 너무 옛 인터넷 소설 감성... 제목 느낌이나 대충 소개된 내용도 딱 그랬기에 크게 관심 없었다. 그나마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다소 생소한 병명이 호기심을 자아내긴 했지만 그저 그런 뻔한 난치병 스토리겠지 싶어 읽고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알라딘에서 이 책 저 책 담고 있을 때 내 최애 작가님들의 책들과 함께 베스트셀러 목록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걸 보자 그제야 관심이 조금 생겼다. 평점도 좋고 후기도 좋고 마지막 반전에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내용이 많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끼워서 구매해봤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였던 걸까. 대충 예상 가능했던 클리셰에 별로 탄탄하지도 않은 줄거리. 감수성 풍부한 청소년들에게나 맞을 것 같은 청춘물이라는 게 내 평이다. 아닌가. 친구도 딱 나랑 같은 시기에 이 책을 읽었는데 그 친구는 다 읽고 엄청 오열했다고 하는 걸로 보아 후기들이 영 거짓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 모르겠다, 어쨌든 내 감성은 딱히 자극하지 못했다.
얼마 전 수다타임 중 남자가 주인공인 일본 애니 주인공들의 특징을 들었었는데 들을 때는 우스갯소리로 들었는데 이 책의 설정도 그것과 은근 비슷했다. 일단 남주는 별 볼일 없는 캐릭터여야 한다. 그리고 여주는 예뻐야 한다. 예쁜 여주 외에 등장하는 여자도 예뻐야 한다. 말하자면 특색없는 남주와 미소녀들의 조합이랄까. 우리도 흔히 알고 있는 바로 그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마치 일본 순정만화나 우리나라 인터넷 소설의 여주들이 평범한데 반해 남주들은 훤칠하고 잘생기고 인기가 많은 것처럼. 개인적인 의견이라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들은 후에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초반에 평범하고 흐릿한 이미지의 가미야 도루가 옆 반의 예쁜 여학생인 히노 마오리와 얽히는 내용이 나오자마자 흥미가 짜게 식었다. 특히 히노의 친구 이즈미도 예쁜 여학생이라는 거에서 하마터면 반감이 일 뻔도 했다. 근데 뭐 그런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돼서 간단히 넘기고 대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기에 그렇게 인터넷에 칭찬일색인걸까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읽기 시작했다. 대체 반전이 뭔데 그래?
결과적으로 나에게는 그냥 단순한 하이틴로맨스였다. 여주가 기적적으로 병에서 나은 것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남주가 전조 없이 갑자기 그렇게 죽어버린 게 너무 어색했다. 남주가 어딘가 잘못될 거라는 걸 예측할 수 있는 복선이 너무 늦게 그것도 딱 한 번 나왔고 그러고 바로 죽었다해서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난치병인 소녀와 유전병을 가진 소년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상투적이었다. 불치병? 난치병? 이라는 소재도 좀 식상했고 마지막에 히노가 죽은 도루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뒤 도루에 대해 기억해내려 노력하고 정말 조금씩 도루를 기억해낼 때는 살짝 실소도 나왔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일단 책에 설명된 내용으로만 보면 그건 기적이기 때문이다. 하긴 기적적으로 기억상실증도 극복했는데 그쯤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뻔하디 뻔한 클리셰를 어쨌든 마지막 반전으로 어찌저찌 무마시키고 이야기를 요리조리 잘 조합해서 독자의 감수성을 자극한 점은 점수를 좀 줄 수 있겠지만 아 그래도 나한텐 별로였어. 이렇게 혹평을 해놓고 별은 왜 3개를 줬나면 그럼에도 묵직한 문장들이 몇 문장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로봇처럼 설계도가 있는 게 아니라 이상이 생긴다고 바로 알 수 없고 부품을 교체하며 고칠 수 없다고,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잘 모르겠는 일이라고. 아마 작가는 이런 문장으로 이야기에 나오는 기적이나 갑작스러운 죽음을 설명하려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몇 문장 있었지만 하나만 더 써보자면 마지막에 나온 문장인데 상처는 사라지지 않지만 아픔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계속 사로잡혀 있어서는 앞으로 걸어나갈 수 없다는 것.
평범한 고등학생 가미야 도루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이유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다가 되려 왕따가 될 뻔 한다. 하지만 도루에게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하자 아이들은 다시 타겟을 원래 괴롭히던 아이로 바꾸고 급기야 돈까지 빼앗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도루는 친구를 돕기 위해 다시 나서고 괴롭히던 무리는 도루를 망신주기 위해 우등반의 예쁜 여학생 히노 마오리에게 고백을 하면 더이상 친구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제안한다. 도루는 어차피 거절당할테고 나중에 사실을 말하며 사과하면 된다는 생각에 히노를 불러내 고백을 하는데 놀랍게도 히노는 도루의 고백을 승낙한다. 단, 세가지 조건이 있었다. 학교가 끝날 때까지 서로 말걸지 않기, 연락 짧게 하기, 정말 좋아하지 않기.
일단 그 자리에서는 아이들이 몰래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러기로 했지만 다음 날 도루는 히노에게 진실을 고백하며 사과를 한다. 하지만 히노는 자기와 사귀는 게 싫은 게 아니라면 둘만의 비밀로 하고 연애가 아닌 유사연애를 이어가자고 제안하고 도루는 자기도 모르게 히노의 말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두 사람은 히노의 제일 친한 친구인 이즈미에게도 비밀로 하고 사귀는 척 연기를 시작하고 매일 방과 후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들의 데이트는 평범했다. 원래 밝은 성격인 듯 히노는 매우 잘 웃었고 항상 메모를 하는 게 습관인 듯 했다. 도루가 하는 말을 하나하나 스마트폰에 적어뒀고 틈만 나면 도루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곤 했다.
둘의 데이트에 가끔은 이즈미도 함께 하는데 어느 날은 다 같이 도루의 집에 가게 된다. 아버지와 둘이 살고있는 도루의 집은 남자끼리 사는 집 답지 않게 매우 깔끔했기에 히노와 이즈미는 감탄했고 도루는 꾸며낼 수 있는 표면적인 청결감보다 생활에 뿌리내린 위생감에 신경쓰는 편이라고 대답한다. 이건 지금은 같이 살지 않는 누나의 가르침이었다.
사실 도루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누나와 셋이 살아왔다. 그러다 몇년 전 누나마저 집을 떠나자 아버지와 단둘이 살게 되었는데, 아버지는 가끔 누나 사나에에 대해 말할 때면 자신이 무능해서 딸이 집을 나간거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하지만 도루는 알고 있었다. 누나는 아버지 때문에 떠난 게 아니었다.
누나는 떠났지만 누나가 심어놓은 가르침대로 도루는 언제나 깔끔하게 집안을 정돈했다. 비록 급여는 적지만 돈을 벌어오는 아버지는 집에 있는 시간에는 늘 글쓰는 일에 몰두해있었기에 누나가 떠난 후부터 가사는 도루의 몫이었다. 결혼 전부터 아버지의 꿈은 작가였고 아직 데뷔는 하지 못했지만 글은 꾸준히 쓰고 있었다. 아버지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기에 도루는 가사일 정도는 자신이 해야 맞다고 생각해 큰 불만이 없었고 어렸을 때부터 누나에게 배운 그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무던한 성격의 도루의 일상은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대학에 진학할 생각도 없어서 천천히 공부해 고졸 공무원이 될 생각이었다. 그런 도루의 생활 속에 히노가 들어오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 도루는 그냥 히노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히노와 있는 시간이 즐거워지면서 자신이 히노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둘 사이에 서로 좋아하지 말기라는 규칙이 있었지만 결국 도루는 히노에게 고백을 하고 만다. 그러자 히노는 예상 외의 대답을 한다. 자신에게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이 있다는 것이었다.
히노는 도루에게 병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불의의 사고로 생긴 이 병은 밤에 잠이 들면 그 날 하루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잊게 된다고 했다. 병에 걸리기 전의 기억은 다 있지만 그 이후의 기억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자신의 일기와 수첩을 꼼꼼하게 읽으며 자신의 하루하루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가족과 학교, 그리고 이즈미 뿐이라며 이런 사실이 여기저기 알려지게 되면 나쁜 쪽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비밀에 부쳤다는 말도 덧붙였다.
히노의 이야기를 들은 도루는 히노에게 오늘 집에 가면 자신의 고백과 자신에게 히노의 병에 대해 말해준 것을 일기에 적지 말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하면 모든 걸 없었던 일로 하고 일상을 이어갈 수 있다고. 도루는 매일을 새롭게 살고 있는 히노의 하루를 매일매일 새로운 즐거움으로 가득 차게 해주고 싶다는 꿈이 생기고 정말 그 일을 해낸다. 히노가 원하는대로 자전거를 타러 가고 도서관을 가고 소풍을 가고 많은 일을 함께 한다.
사실 간단해보여도 히노는 매일 아침 어두운 절망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 속에 살고 있었다. 자신은 여전히 몇 달 전에 살고 있지만 눈을 뜨면 몇 개월이 흘러있고 침대 앞에는 생전 처음 듣는 병명이 써있으며 메모가 시키는대로 일기와 수첩을 읽으면 자신의 글씨체로 처음보는 이야기들이 적혀있는 것이다. 히노는 이즈미처럼 대학에 진학할 수도 없었고 미래를 꿈꿀 수도 없었다. 언제 낫게 될지 알 수 없는 병이기에 매일 아침 암흑 속에서 힘겹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야 했다. 그런 히노에게 도루의 존재는 빛같은 존재였다.
도루는 히노의 병에 대해 따로 알아봐 히노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절차기억과 연관되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도루 덕분에 히노는 크로키북을 들고 다니며 시시때때로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게 된다. 매일매일 자신의 일기를 읽고 얼굴도 기억 안나는 도루라는 남자친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며 히노 또한 매일 새롭게 도루에게 빠져든다. 이렇게 다정하고 착한 남자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하며 하루를 시작했고 매일 도루를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의 연애는 큰 문제없이 이어졌고 히노에게는 의미없지만 기말 공부를 함께 하고 축제를 함께 즐기는 등 즐거운 하루들을 보낸다. 어느 날 히노의 집에 놀러간 도루는 히노의 방에서 히노가 미처 치우지 못한 메모를 발견하고 히노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마음 아파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밝은 히노를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한다.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도루의 누나 이야기도 나온다. 도루의 누나 사나에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글을 쓰는 걸 좋아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의 역할을 도맡아 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더 전문적으로 글을 쓸 필요성을 느껴 말없이 집에서 나간 것이었다. 사나에는 필명을 써 작가로 데뷔하는데 평가가 매우 좋았고 큰 상의 후보에 오르게 된다. 사인회까지 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기에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도루도 오랜만에 누나를 만날 수 있었다. 히노와 이즈미와 함께 수상작 발표일에 함께 발표를 기다리던 도루는 누나의 작품이 상을 타자 자부심에 기뻐한다.
유명한 상이었고 티비로 방송까지 했기에 티비에 나온 딸의 모습에 드디어 딸이 왜 사라졌는지 알게 된 아버지는 충격을 받고 이 일로 도루와 아버지는 잠시 갈등을 겪지만 금세 풀어낸다. 아버지는 아내를 먼저 보냈다는 상실과 작가가 되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에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가정을 외면했는지 인정하며 도루와 사나에에게 사과했고 딸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렇게 도루의 가족은 평화를 되찾는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히노의 일기가 일기장이 아닌 노트북으로 옮겨져있고 이제까지 도루와 했다고 쓰여져 있던 일들이 다 이즈미와 둘이 한 일로 바뀌어져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히노와 도루의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도루는 이즈미를 따로 불러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심장이 별로 안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심장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그 때문에 자신도 어린 시절 많은 검사를 했지만 지금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서 검사를 받고 있다고. 혹시라도 자신이 잘못된다면 히노의 일기에서 자신을 지워달라고. 이즈미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고 하지만 도루는 혹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히노를 위해 꼭 그렇게 해달라고 이즈미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도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이즈미가 도루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를 받는 사람은 도루가 아닌 사나에였다. 사나에는 도루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이 소식에 히노는 전날의 기억을 잃어서 도루에 대한 기억이 없을텐데도 한없는 슬픔에 빠져 계속해서 울기 시작한다. 히노의 상태가 점점 안좋아지자 이즈미는 사나에를 찾아가 도루의 유언에 대해 의논하고 두 사람은 도루의 유지를 받들어 히노의 일기장에서 도루의 존재를 지우기로 한다. 히노의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즈미가 히노의 방에서 히노의 일기장을 훔쳐오고 작가인 사나에가 노트북으로 일기를 옮기는 작업을 하는데 도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이즈미를 넣어준다. 그렇게 히노는 도루를 잊게 된다. 히노의 휴대폰도 고장난 것으로 하고 이즈미가 보관하기로 한다.
시간이 흘러 히노는 기적적으로 병이 완치된다. 어느 날부턴가 전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도루를 기억하진 못했다. 히노는 평범하게 재수학원을 다니며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날 책장 뒤편을 정리하던 히노는 자신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초상화를 발견하는데 종이에는 한 남자애의 얼굴이 그려져있다. 분명 한 번도 본 적 없는 처음보는 사람인데 히노의 가슴은 두근거렸고 그 날 오후 이즈미를 만나기로 했기에 히노는 그림을 가지고 가 이즈미에게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당황한 이즈미는 처음에는 모르겠다고 했지만 이내 눈물을 흘리며 도루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모든 걸 알게 된 히노는 비록 기억 속에 전혀 없는 사람이지만 도루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한다. 우선 이즈미가 보관하고 있던 일기를 돌려받아 읽고 도루를 알던 사람들을 만나가며 도루에 대한 기억을 듣는다. 그리고 이즈미를 통해 사나에를 만나러 간다. 사나에는 히노가 기억을 찾은 것을 알고 도루는 히노의 미래를 지키고 싶어 했을 거라며 도루를 잊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라고 조언하지만 히노는 자신이 잃은 것을 찾고 싶다고, 소중한 것을 기억해내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스물네살이 된 히노는 여전히 크로키북에 도루를 그리며 도루를 기억해내려 하고 있었다. 남아있는 도루의 그림이나 사진에는 도루가 웃는 모습이 하나도 없었지만 현재의 히노가 그린 도루는 웃고 있었다. 히노는 정말 도루를 기억해낸 걸까.
워후, 이 책은 감상평도 줄거리도 엄청 짧게 끝날 줄 알았는데 쓰다보니 은근 길어졌다. 귀찮아서 줄거리 엄청 대충 쓴 것 같은데 다시 읽어보기도 귀찮으니까 그냥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