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행방」

셍셍칩 2018. 8. 6. 05:07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

 

읽은 기간: 18.08.01~03 / 3일

 

 

 

 

 믿보히 라고 하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작품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주로 재미있었기에 이것도 그럴 줄 알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소설이라고? 처음 교보에서 이 책을 봤을 때 당장 사야하나 했었는데 안 사길 잘한 것 같다. 한 번쯤은 읽어볼만 한 책이긴 한데 굳이 소장까지는...

 동계스포츠를 좋아하는 작가라 배경이 스키장인 모양인데 덕분에 스키나 보드용어 몇 가지를 새로 알게 됐다. 어릴 때 아빠 후배 아저씨한테 배워서 그저 타러 다니기나 했지 이렇게 타는 건 뭐라고 부르고 이건 이렇게 말하고 그런 건 하나도 몰랐는데 난데없이 히가시노 게이고 책에서 알게 될 줄이야. 아 물론 기억은 안난다.

 처음 곤돌라를 읽을 때만 해도 쑥쑥 잘 읽히는 데다가 뭔가 분위기가 묘해서 이 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건가? 싶었다. 그새 연애소설인 거 까먹어가지고 나도 모르게 언제 누가 죽는건가 기다렸지 뭐람. 하지만 죽는 사람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없었다. 다만 상처받은 사람만 있었을 뿐. 곤돌라를 다 읽고 리프트로 넘어갔는데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단편인가 했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겹치면서 옴니버스 형식이라는 걸 알게 돼서 각각의 편을 읽을 때마다 몰입이 잘 되긴 했다.

 결혼할 동거녀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여자와 소개팅을 해 스키여행을 온 남자 이야기를 시작으로 연애의 행방은 젊은 청춘들의 얽히고 설킨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약혼자 미유키를 두고 새로 사귄 모모미와 여행을 온 고타는 곤돌라에서 우연히 미유키와 친구들을 마주치지만 스키장이라는 장소에 어울리는 복장을 한 덕에 정체를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곤돌라에서 내리자마자 미유키가 고글을 벗은 모모미를 알아보며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신나게 인사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들통나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인 리프트에선 뜬금없이 보드 여행을 온 직장 동료들이 나오는데 사람은 괜찮지만 여자에게 인기 없는 히다와 그의 친구이자 바람둥이인 미즈키, 미즈키의 연인 아키나, 비밀로 했지만 곧 결혼할 예정인 마호와 쓰키무라 커플이 등장한다.

 세 번째 프로포즈 대작전 편에서는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로, 히다가 새로 들어온 여직원과 사귄지 두달만에 청혼을 할 작정으로 미즈키에게 프로포즈를 도와달라고 하며 진행된다. 도움을 주기 위해 다시 뭉친 리프트 편의 젊은 남녀들은 히다의 애인을 곤경에 빠뜨린 상황을 연출해 히다가 그걸 돕게 만들면서 프로포즈를 할 계획을 세우지만 마지막 순간 히다가 고글과 페이스마스크를 벗고 정체를 밝히기 직전 돌연 등장한 히다 애인의 전 남친이 히다 애인에게 프로포즈를 하면서 모든 게 무산된다. 알고보니 히다의 애인은 미유키. 히다의 프로포즈를 망친 장본인은 고타였다.

 네 번째 겔팅편은 난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겔렌데 미팅의 줄임말로 스키장에서 하는 미팅이란 말이었다. 겔렌데라는 단어로 처음 들었다. 일본에서는 저런 단어를 많이 쓰나? 아니면 우리나라도 많이 쓰는데 내가 몰랐던 건가. 아무튼 고타와 결혼하게 된 미유키는 오랜만에 모모미를 만나 소식을 전하며 겔팅 티켓을 주고 모모미는 적적하던 차에 한 번 가볼까 싶어 친구와 함께 겔팅에 참가한다. 거기서 만난 히다와 미즈키. 히다는 겔팅 마지막에 모모미에게 고백하지만 당연하듯 차이고 시간이 흘러 호텔에서 마주치게 되는데 스키장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젠틀하고 멋진 호텔리어 히다에게 모모미는 호감을 느끼게 된다.

 스키가족 편은 보드는 무조건 적으로 싫어하고 스키만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호의 아버지 때문에 보드를 탄다는 것을 숨기고 스키 여행에 참석하게 되는 쓰키무라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찌보면 여기서 제일 감동적인 편인가 싶긴하지만 내용을 스킵.

 프로포즈 대작전 리벤지 편에서는 미즈키가 과거 프러포즈 시도도 하지 못한 채 실패한 적 있는 히다에게 모모미와 잘 되게 만들어 주려고 상황을 연출해주는데 되려 히다의 계략에 빠져 아키나에게 청혼을 하게 되는 편이다.

 대망의 곤돌라 리플레이편. 아 나 이거 무슨 편인지도 모르고 그냥 읽었는데 다시 보니 이런 이름이었구나. 이름 참 잘 지었다 싶다. 여기서는 히다의 좋은 점을 뒤늦게 깨달은 모모미가 드디어 히다와 잘 해볼 심산으로 마음을 고쳐먹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다같이 곤돌라에 탔을 때 우연히 미유키와 고타 부부와 조우하게 된다. 모모미는 자신이 고타의 바람 상대였다는 걸 밝히기 싫어 얼굴을 감춘 채 가만히 있지만 호텔 식구들은 미유키와 고타의 과거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며 채근하는 탓에 고타는 자신이 바람핀 이야기를 가볍게 하게 된다. 하지만 들을 수록 어이없는 고타의 발언들. 아무리 와이프인 미유키가 옆에 있다지만 사실무근인 이야기를 하며 모모미 자신을 희화화 하고 마치 모모미가 고타에게 연인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꼬신 것처럼 말하는 고타의 말에 참다 참다 곤돌라에서 내리기 직전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면서 이야기를 끝이 난다.

 아 나 또 읽은지 얼마 안돼서 줄거리 기억난다고 신나서 주절주절 써놨네... 사실 난 단순 재미만을 추구하는 편이라 좋게 보면 한없이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기대한 바가 컸는지 썩 재미가 없었다. 기대이하. 실망 느낌? 옴니버스 형식에 편이 나눠져 있어서 읽기는 편하고 가볍게 좋았다.

 아니 근데 일본은 서른이면 결혼 못한 여자들이 불안해하나...? 이거 신간이니까 배경이 완전 현대일텐데. 왜 그런 문장이 심심찮게 보이는거지? 우리나라도 그런가. 나만 안그런거니...?

 어쨌든 연애의 행방 총평: 고타는 쓰레기다. 나쁜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