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요코」
「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
읽은 기간: 20.03.26~04.02 / 8일
사실 언제부터 읽었는지 기록해놓지 않아서 기간은 정확하진 않다. 다만 읽기 시작하고 한 몇 장 못 넘긴 채로 그대로 박제돼 있다가 뭐 거의 마지막 이틀만에 다 읽은거나 다름 없긴 하다. 딱 쉬는 날에 밤 새고 불 켜놓고 있어도 부모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간만에 오는 휴일이라 이번 쉬는 날 이걸 끝내고 다음 책까지 시작하기로 작정하고 읽었다. 그러니까 재밌어서 이틀만에 읽은 건 절대 아니고 그냥 빨리 읽어버리자- 라는 마음으로 쓴 약 삼키듯 읽었다. 물론 작정하고 읽었는데 재미까지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너무 재미가 없어서 책 읽다가 유튜브 보다가 책 읽다가 유튜브 보다가 한 듯... 제발 뒤에 뭐가 있기를 바라면서 읽었건만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별 하나 준 건 처음인 듯...? 그래서인지 사실 리뷰를 쓰는 이 시간도 살짝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수가 있나...? 보아하니 일드로도 만들어진 것 같던데 원래 재미없는 소설로도 드라마가 만들어지나? 내용이 좀 다른가? 아... 모르겠다. 내가 너무 고퀄을 생각하고 시작했나 싶다가도 아니야 그냥 이건 별로야. 이게 어떻게 출판이 되고 드라마화가 됐지. 나만 재미없나? 나만 어설프고 나만 이해 안되나?
지방 소도시지만 나름 명문고등학교에는 한 가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3년에 한 번 올해의 사요코로 지목된 학생은 1년 동안 자신이 사요코라는 것을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되는 것이다. 처음에 읽을 땐 아니 이게 졸업하는 3학년 사요코가 이제 수험생이 되는 2학년 사요코에게 사요코 자리를 물려준다고 되어있는데 대체 왜 3년에 한 번 사요코가 탄생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중간에 사요코의 임무를 전달만 하는 사요코가 두 명 끼어있다고 한다. 아니 그럼 그렇다고 처음부터 설명하던가 나 혼자 이해 안되나 했네... 뭐 아무튼 올해가 그 여섯 번째 사요코가 탄생하는 해이고 올해의 사요코로 지목된 학생은 사요코의 전설 룰 대로 꽃을 들고 일찍 등교해 사요코 열쇠로만 열 수 있는 사물함에서 꽃 병을 꺼내 꽃을 자신의 반에 꽂아놓을 생각이지만 복도에서 한 의문의 아름다운 여학생을 마주치고 그녀가 흐드러지는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웃자 자기도 모르게 달아나버린다. 이게 이 책의 시작이다. (용두사미의 용 부분은 여기서 끝난거나 다름없다.)
좋아하는 유키오와 드디어 한 반이 된 마사코는 기분이 좋다. 그리고 동시에 반으로 쓰무라 사요코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학생이 전학오면서 그녀에게 빠져든다. 쓰무라 사요코는 아버지의 전근때문에 고 3에 이례적으로 이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여학생이다. 배우라고 해도 믿을만큼 아름다운 얼굴에 스스럼없는 성격인 그녀를 동경하게 된 마사코는 그녀의 친구가 되고 유키오와 마사코, 사요코와 유키오의 친구 슈는 넷이서 단짝처럼 다니게 된다.
이 지방 유지나 다름없는 집안에서 나고 자란 슈는 모범생인데다가 남들을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 동급생들을 줄곧 관찰하는데 그러던 중 사요코를 유심하게 보게 된다. 세 번째 사요코를 했던 형과 그 이후 전달하는 사요코 역을 맡았던 누나를 통해 사요코의 전설을 해박하게 알고있던 슈는 올해가 여섯 번째 사요코의 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고 학기가 시작하는 날 교단에 펴있는 꽃 병 속 꽃을 보고 사요코가 나타났음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같은 반 가토가 천식이 도지면서 슈에게 의문의 물건을 전달하고 그것이 사요코를 의미하는 열쇠임을, 그리고 여섯 번째 사요코로 지목되었던 가토가 갑작스런 병으로 사라지면서 자신에게 그 역할이 넘겨졌음을 깨닫는다.
축제운영위원회 시다라와의 대화에서 점점 더 사요코의 전설이 구체화 되고 축제에 올려질 사요코에 대한 연극이 성공하게 되면 그 해 대학 진학률이 최고를 찍는다는 전설이 존재함도 알게 된다. 슈는 두 번째 사요코역을 하려고 했던 전학생이 죽었고 그녀에 대한 비석이 교내에 세워져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비석으로 가서 비석 뒷 면을 보는데 그 곳에는 그 전학생의 이름이 쓰무라 사요코 라고 써있음을 발견한다. 슈는 사요코와 마사코, 유키오와 어울려 지내면서도 이 사건을 파고들고 여러가지 사실들을 알게 된다.
아 나 여기까지 썼는데 벌써 지쳤어... 머리에 남아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냥 결과적으로는 쓰무라 사요코와 두 번째 사요코의 이름이 같았던 건 그냥 우연이었고 쓰무라 사요코는 이 지방으로 전학 오기 전 아버지의 전근이 결정됐을 무렵 의문의 편지를 통해 이 학교의 사요코 전설을 접했고 모든 걸 멈추기 위해 등장했던 것이다. (사실 대체 뭘 멈추겠다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사요코 귀신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등장하긴 하는데 그것도 너무 잠깐이고 그냥 작가가 여러가지 떡밥을 다 뿌려놓고 능력이 딸려서 하나도 회수하지 못한 느낌? 사요코는 여섯 번째 사요코로 지목됐던 가토를 쫓아내고 자신이 사요코가 되려고 하고 이 사건을 파헤치려는 슈를 막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슈를 짝사랑하던 다른 미소녀에게 접근해 그녀를 이용하고 그게 일이 꼬여 일찍 화제가 발생하면서 슈가 크게 다칠 뻔한 사건까지 일어난다.
오랫동안 이 학교에서 근무한 선생님이 사요코 전설에 개입한 걸로 보이는 듯한 구절도 등장하지만 이것도 참... 아니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건데...? 왜 리뷰 줄거리 쓰다가 더 스트레스 받지? 나 이거 그냥 나중에 다시 안 읽을래... 그냥 여기까지 할래...
스무살 재수생(이라고 쓰고 백수라고 읽던 한강과 도서관 처돌이 시절...ㅋ) 시절에 송파 도서관에서 처음 접한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이런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중고등학생 때 읽은 일본 소설에서 그 특유의 단순하고 짧은 문체의, 약간 담담한 척 허세가 살짝 묻어있는 듯한 그 느낌이 딱 싫어서 일본 소설은 내 인생에서 이제 아웃-을 선언했었건만(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섣부른 결단이 아니었나 싶다.) 스무살 공부하기 싫어 찾은 도서관 열람실에서 알게 된 일본 미스터리 학원물은 전혀 달랐다. 그 때 읽은 게 츠지무라 미즈키의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였는데 금세 빠져서 바로 「얼음고래」로 넘어갔었지. 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읽는다면 그 때의 그 기분은 못느끼겠지만 확실히 이런 류의 구린 미스터리 학원물은 절대 아니었다. 아 시간아까워!! 차라리 읽었던 책이나 다시 읽을걸!
초반에 고등학교, 전설, 전설과 이름이 똑같은 의문의 전학생 등의 키워드로 미스터리한 냄새를 풀풀 풍기더니 뒤로 갈수록 어설프고 결말도 없고 크라이막스도 없고 그냥 시놉이나 큰 틀 없이 시작했다가 초반에 대작인 척 하고 중간부터 작가의 힘이 무너지면서 대충 이렇게 쓰지 뭐~ 하고 마무리 지은 느낌이랄까. 그냥 제대로 용두사미다. 스릴도 없고 감동도 없고 잡탕처럼 이거저거 버무려놓은 느낌? 아아니 근데 이해가 안되는 게 한 주 한 주 연재 되는 웹툰도 아니고 이런 출판 소설이 그럴 수가 있나...? 뭐 웹소설처럼 연재했다가 출판된 케이슨가? 아 몰라 그런 거 찾아보기도 귀찮다. 작가의 첫 작품인 거 같던데 이름이 낯설지 않은 거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유명한 거 같은데 지금은 렙업 좀 해서 괜찮을랑가 싶지만 너무 실망스러워서 다른 책은 읽고 싶지도 않다. 나아아아중에 진짜 읽을 거 없을 때 속는 셈 치고 읽어봐야지.
시간도 아깝고 이런 거 읽느라 소비한 에너지가 아까워서 이거 다 읽은 그 날 새벽 바로 다른 책 시작했다. 제발 괜찮기를 기도하면서 시작했는데 아직까진 나쁘지 않은 듯? 일본 고등학교 이야기에서 빡쳤는데 이번엔 미국 고등학교 이야기이다. 제발 이걸로 충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