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틸유아마인」
「언틸유아마인」
사만다 헤이즈
★★★★☆
읽은 기간: 21.05.06~13 / 8일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책을 고를 때 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은 표지가 마음에 안들어서 이제까지 볼 생각 자체를 안했었다. 출판사 표지 디자인 담당자님이 보시면 기분 나쁘시겠지만 어쨌든 취향이라는 게 있는거니까 내 기준에선 그냥 손이 안가는 스타일... 그런데 이번에 목록을 돌다가 책 소개 읽어보니 내가 딱 좋아하는 장르여서 딱히 읽고싶은 책도 없고 해서 한 번 시작해봤다. 여기에는 설명하기 힘든 나만의 기준이 딱 정립돼있어서 그 수준은 아니라 별은 네 개 줬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맞았고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딱 그런 소설이었다.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썼지만 그렇게 상투적이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추리하는 맛이 좋았고 인물들의 감정선도 괜찮았다. 살짝 아쉬웠던 건 반전이 약간 허무하긴 했다. 그래도 읽는 내내 재밌었어. 그럼 된거야.
5년 전, 사회복지사 클라우디아는 암으로 아내를 잃고 태어난지 얼마 안된 쌍둥이 아들과 남게 된 제임스의 집에 방문했다가 그와 사랑에 빠져 몇 달만에 결혼하게 된다. 과거 11년동안 함께 살았던 남자와의 사이에서 여러 번 임신과 유산, 사산을 겪었던 클라우디아는 해군 장교로 1년에 반 이상 집을 비우는 제임스를 대신해 갑자기 생긴 아들들을 사랑으로 보살폈고 5년이 흐른 지금은 제임스의 아이를 임신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출산 날짜가 다가오고 본인이 훈련 때문에 출산할 때 함께 있어줄 수 없게 되자 제임스는 두 아들과 곧 태어날 딸을 위해 클라우디아가 일을 그만두기를 원하지만 클라우디아는 직업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일단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무엇보다 현재의 부유한 생활은 남편의 죽은 전부인의 유산 덕분이었는데 전부인의 돈으로 자신이 호화호식을 하고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 부부는 구인광고를 내 아이들을 돌봐줄 유모를 구하고 그렇게 그들 앞에 나타난 조 하퍼라는 30대 여자는 생각보다 말썽꾸러기 쌍둥이 노아와 오스카를 능숙하게 다루며 클라우디아를 안심시킨다.
그들이 사는 동네에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는 만삭의 임산부와 그녀의 뱃속에 있던 아이였다. 범인은 산모의 배를 갈라 아이를 끄집어내는 듯한 형태로 그들을 살해했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편인 스콧 형사와 함께 사건을 맡게 된 로레인 피셔 형사는 이 끔찍한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를 시작하고 피해자의 남자 관계를 확인한다. 그러다 아이의 아빠가 피해자의 곁을 끝까지 지켰던 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라는 걸 알게 돼 친부를 조사하는데 그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고 여자가 임신을 하자마자 관계를 끊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환멸을 느낀다. 그도 그럴것이 1년 전 로레인은 스콧에게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만난 어떤 여자와 실수를 저질렀다는 고백을 들은 경험이 있었고 그 이후로 그들 부부의 사이가 매우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고 경찰 입장에서 봐도 그는 범인이 아니었다. 수사는 용의자를 특정짓지 못한 채 난항에 빠지고 그러던 중 또 한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20대 초반의 만삭의 여자는 불우한 환경에 살고있는 헤로인 중독자였는데 아이는 잃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첫번째 사건과 동일하게 배가 열린 채 발견되었기에 여자는 매우 위중한 상태였고 로레인은 그녀가 정신이 들 때까지 그녀에게 범인에 대해 질문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경찰은 두 사건이 동일한 범인의 소행일 거라고 단정짓진 못했지만 같은 수사선상에 두고 조사를 시작한다.
한편 조는 처음부터 조금 이상했다. 사실 조는 유모도 아니었고 경력도 모두 거짓이었지만 불안한 속마음과는 다르게 훌륭하게 클라우디아를 속아넘겼고 그들의 집에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특히 조는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며 행복에 겨워하는 클라우디아를 볼 때마다 자신이 곧 하게 될 행동으로 인해 그들 가정이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이며 클라우디아가 얼마나 절망할지를 미리 상상하며 괴로워했다. 물론 그 일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조는 클라우디아가 집을 비울 때마다 공을 들여 제임스의 서재 열쇠를 찾아내고 그의 서재에 침입해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클라우디아는 조를 신임하고 아이들을 믿고 맡기면서도 뭔가 께름직한 기분을 피할 수 없다. 조가 이전에 일했다는 집들과도 통화해봤고 조가 아이들을 다루는 실력만 봐도 조의 능력은 확실한데 자꾸만 수상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처음에 그녀는 제임스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모든 걸 호르몬 때문에 예민해진 탓으로 돌린다. 시간이 흘러 제임스가 훈련을 위해 바다로 떠나버리고 집에 조와 아이들만 남게 되자 클라우디아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조가 외출한 사이에 조의 방은 뒤지기 시작한다. 방에는 특별한 건 없었지만 피가 묻은 니트가 있어 클라우디아를 놀라게 한다. 곧이어 클라우디아는 조의 카메라에서 엄청나게 많은 서류 사진들을 발견하는데 그 중 하나는 자신도 아는 서류였다. 바로 얼마 전 일어난 살인사건의 임산부 피해자이자 자신의 복지부서에서 담당했던 여자의 서류였던 것이다. 하지만 더 알아볼 시간도 없이 조가 귀가해 클라우디아는 급히 방을 빠져나온다.
로레인은 갑자기 자신의 사랑스러운 고등학생 첫째딸 그레이스가 학교를 그만두고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정신이 혼미해지지만 그렇다고 일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가정과 일을 동시에 붙들고 있기 위해 노력한다. 그레이스는 급기야 남자친구와 살겠다며 집을 나가버리고 로레인은 딸을 데리고 오기 위해 찾아가지만 생각보다 부유한 집안 환경과 모든 신경을 집안일에만 쏟는 듯한 딸 남자친구의 엄마, 그리고 완강한 그레이스의 태도에 한발 물러서 집으로 돌아온다. 로레인은 남편이 외도를 고백한 이후 지옥같았던 지난 1년간 딸들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싶은 게 한 두번이 아니었지만 자식들을 위해 꾹 참아왔고 자신이 잘 해오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레이스는 엇나가고 있었고 이젠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두번째 사건을 조사하던 중 피해자가 임신 초기 병원의 권유로 아이를 낙태할 뻔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지만 낙태수술 날짜까지 잡았던 무슨 이유에서인지 피해자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수술을 취소했고 만삭이 될 때까지 버텨오다 변을 당한 것이다. 로레인은 피해자가 마음을 바꾼 이유를 찾기 위해 그녀를 담당했던 복지과를 찾아갔다가 피해자의 파일이 팀장인 클라우디아의 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클라우디아의 집으로 향한다. 스콧은 동행하지 않았기에 로레인은 홀로 그 집을 찾고 유모인 조를 마주치게 된다. 클라우디아가 외출 중이었기에 로레인은 조하고만 대화를 나누고 다음을 기약한다.
로레인과 스콧은 수사 중에 죽은 첫번째 아기의 친부, 그러니까 불륜남에게 다른 여자가 한 명 더 있었다는 걸 알아내는데 그녀는 그와 같은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악세사리 세공 예술가였다. 그녀를 찾아간 로레인은 그녀가 조금 정신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만 그녀의 작품을 보고 그 실력만큼은 인정하게 된다. 세실리아라는 이름의 여자는 자신은 단지 아이가 필요해 그 남자와 잤을 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이젠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자신의 언니인 헤더가 자기 대신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신 때문에 직업을 여러번 바꾸던 언니가 지금은 자기에게 어디서 일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있는데 오랜만에 자기를 찾아온 날 몰래 언니를 미행했다며 세실리아는 로레인에게 헤더가 들어간 집의 주소를 알려주는데 집 주소를 본 로레인은 경악한다. 바로 클라우디아의 집이었던 것이다.
사실 조의 진짜 이름은 헤더였다. 조에게는 세실리아라는 사랑하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세실리아는 어릴 때부터 아이에 대해 과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고 아이를 갖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하다가 급기야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 되고 만다. 조는 사랑하는 세실리아를 위해 자신이 대신 아이를 갖겠다고 약속하지만 실은 한 번도 세실리아가 구해온 정자로 임신하려는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단지 살짝 미친거나 다름없이 보석 예술가인 동생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는 '척'만 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조가 지금 하려는 일은 클라우디아의 아이를 훔치려는 걸까.
로레인은 그레이스 문제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사건의 연결고리를 잡기 위해 늦은 시간 스콧과 함께 클라우디아의 집을 방문한다. 로레인은 그 집에서 스콧과 조의 눈치가 조금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다. 로레인은 이 집에 헤더라는 사람이 온 적 없냐고 묻지만 조는 그런 사람은 온 적이 없다고 대답한다. 클라우디아의 집을 나온 형사 부부는 그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한가지 결과에 도달한다. 조가 거짓말을 하고 있고 조가 헤더 본인일 거라는 것이었다.
이 때부터 사건은 빠르게 흘러간다. 클라우디아가 홀로 집에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려 받자 자신의 임신한 친구 핍이 곧 아이가 나올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클라우디아는 핍에게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아무도 부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자전거를 타고 핍의 집으로 향한다. 클라우디아는 진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핍을 도와주기는 커녕 그녀를 위협하고 이제까지 많이 연습해왔다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부엌으로 가 칼을 가지고 온다. 고통과 두려움에 정신이 아득해진 핍은 클라우디아가 부엌에 간 사이 도움을 요청하려 하지만 클라우디아에게 들키고 전화기를 빼앗긴다.
한편 자신의 알 수 없는 임무를 모두 마친 조는 제임스와 클라우디아의 집을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는 핍의 음성메모를 듣게 되고 걱정이 돼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핍의 집 앞에서 자신의 자전거를 발견한 조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집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알아챈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는 클라우디아가 나오는데 조는 결국 핍이 2층 화장실에 갇혀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클라우디아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핍의 배에서 아이를 꺼내려 하고 때마침 1층에는 응급구조사들과 경찰이 도착하며 사건은 종료된다. 핍은 무사히 구조되어 아이를 품에 안게 되고 클라우디아는 로레인과 스콧의 손에 잡히게 된다. 조는 로레인에게 자신이 사실 경찰이며 비밀 수사를 위해 유모로 위장 잠입 중이었다고 설명한다. 로레인은 남편과 조 사이에 흘렀던 묘한 기류가 잊혀지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1년 전 크리스마스 때 스콧과 하룻밤을 보냈던 상대가 바로 조였던 것이었다.
사실 조, 아니 헤더는 경찰 일을 하면서 세실리아를 케어하느라 심신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그러다 파티에서 스콧을 만나 실수를 저질렀다. 그 후 그들은 다시 만나거나 한 적은 없었고 굳이 따지면 이야기의 큰 틀과 조와 스콧의 불륜은 크게 관계는 없다. 시간이 흘러 헤더가 부진한 실적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극적으로 제임스의 사별한 전부인 가문의 불법 자금 세탁을 파헤치라는 업무가 들어왔고 세실리아와의 트러블도 최악의 상황이었기에 이 일에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고 그러다보니 어쩌다가 다시 스콧과 엮이게 되었을 뿐이었다.
연속적으로 아이를 잃은 클라우디아의 스트레스는 한계점을 넘고 있었다. '내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살아가던 클라우디아는 우연히 아기 용품 전문점에서 첫번째 희생자를 만나게 되고 아기가 그녀같은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느니 자신에게 태어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클라우디아는 인터넷을 통해 임산부로 보일 수 있는 특수 용품을 제작해 배에 착용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젤을 주입해 주도면밀하게 배의 크기를 키워갔다. 제임스는 어차피 오랜 시간 집에 없는 직업이었고 클라우디아의 과거를 들려주자 임신한 클라우디아에게 섣불리 다가오지 못했기에 남편도 철저하게 속일 수 있었다. 첫번째 희생자가 만삭이 되었을 때 클라우디아는 아이를 꺼내기 위해 그녀의 집에 침입하는데 막상 힘겹게 산모를 죽이고 아이를 꺼냈을 때 아이가 남자아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제까지 클라우디아는 딸을 가진 산모를 연기해왔기에 그 아이를 데려갈 수 없었고 그대로 도망쳐 아이마저 죽게 하고 만다. 다른 희생자를 노리던 클라우디아는 자신이 담당하던 헤로인에 중독된 소녀를 타켓으로 삼지만 클라우디아가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소녀는 생각보다 남자가 많았고 아기 아빠는 흑인이었던 것이다. 두번째 시도도 실패로 돌아가자 클라우디아는 불안해진다. 출산 날짜가 임박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핍의 전화를 받자 핍의 아이를 빼앗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곧바로 핍의 집으로 뛰어갔던 것이다.
사건은 그렇게 해결됐고 클라우디아는 구속됐다. 로레인이 집으로 돌아가자 그레이스는 돌아와있었는데 그동안 엄마가 가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았기에 그런 행동을 한거라고 고백한 딸은 엄마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로레인과 스콧 또한 1년 전부터 외면해온 이야기를 직면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로 약속한다.
또 정신없는 와중에 대충 써서 나중에 수정해야 될 거 같긴한데... 제대로 줄거리를 기록했나 모르겠다. 벌써 3시가 다 돼가서 정신이 몽롱하고 책도 이미 반납해서 없이 쓰려니까 내용도 기억 안나고 확인할 길이 없네...? 알프레드 히치콕의 맥거핀 기법 사용했다던데 누가 봐도 확실히 그랬다. 조와 세실리아 자매를 아주 중요한 것처럼 등장시켰지만 사실 실제 사건과는 별 상관이 없었고 그저 독자의 주의만 분산시켰으니 말이다. 이런 속임수, 아주 좋아.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그만 쓰고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