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 저택의 피에로」

셍셍칩 2020. 9. 4. 16:48

「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

★★★★☆

읽은 기간: 20.08.29~09.01 / 4일

 


 이 책은 또 왜 이렇게 정석적인 살인사건인가 했더니 오래 전 쓴 작품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30대 초반에 쓴 소설이라니 오래되긴 엄청 오래됐다. 대충 90년대 초반에 썼을까, 나 이제 막 태어났거나 기어다닐 때 나온 책인가보다. 내가 고른 책도 아니고 그냥 빌려주는대로 읽은 책이라 표지가 너무 깔끔해서 최근에 나온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가만보니 제목도 매우 옛스럽네... 이런 게 또 코난처럼 재밌지. 살인사건에 얽혀있는 치정(결과적으로 치정은 아니었지만)과 증오의 관계들. 그리고 추리할 맛 나는 트릭까지 진짜 코난이나 김전일 보는 기분이었다. 작가 본인인지 출판사인지도 등장인물이 많고 관계가 복잡하단 걸 알았는지 맨 앞에 등장인물 설명을 써놨고 독자들이 트릭을 이해하기에 헷갈릴 거라고 생각했는지 소설 초입에 이야기의 배경인 십자 저택의 구조도까지 그려놨더라. 그래서 사실 좀 당황했다. 그 구조도를 보며 나 이런 거 싫어하는데...를 읊조리며 읽었는데 왜 굳이 그림까지 첨부했나 하는 게 나중에 이해가 됐다. 그림 없었으면 나같이 집중력 없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었을거야... 딱 고전추리물에 흔하게 있는 구조도 감성! 뭐 이건 감성은 아닌가...
 왜 제목이 십자 저택의 피에로인가 했는데 십자 저택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비극을 몰고 다닌다고 하는 피에로가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피에로 인형이 그 살인사건들을 모두 목격하게 되면서 (물론 인형에겐 생명이 없지만) 피에로가 본 것들이 객관적으로 서술되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근데 사실 피에로보다는 피에로를 찾기 위해 나타난 인형사 고조 신노스케의 추리가 더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죽은 다케미야 고이치로가 이뤄낸 기업 다케미야 산업은 그의 큰 딸 요리코가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었다. 요리코는 여느 남자들보다 능력이 출중해 대표로서 하등의 문제가 없었고 때문에 데릴사위로 들어온 무네히코는 그 아래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요리코는 모든 면에서 완벽했고 열정적인 CEO이자 좋은 엄마였다. 그런데 그런 요리코가 다케미야가가 살고 있는 십자 저택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목격자는 무네히코와 부부의 딸 가오리로 무네히코가 다리가 불편한 가오리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디선가 들리는 괴성에 놀라 가오리를 안아들고 복도로 나오자 잠옷을 입은 요리코가 복도를 뛰어가 바깥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목격자가 둘이나 있는 이상 이건 명백한 자살이었다.
 요리코의 49제날, 해외에 있느라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요리코의 조카 미즈호가 십자 저택을 찾는다. 졸업 후 쭉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했기에 십자 저택은 1년 반만에 오는 것이었고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그녀를 덮친다. 각자 외동으로 자랐기에 가오리를 친자매처럼 생각했던 미즈호는 엄마를 매우 사랑했던 가오리가 충격을 받았을까 걱정하지만 예상 외로 가오리는 생각보다 씩씩해보였다. 미즈호가 할머니인 시즈카와 가오리와 함께 있을 때 정체불명의 손님이 찾아오는데 자신을 인형사라고 소개한 남자 고조 신노스케는 요리코가 생전에 한 피에로 인형을 샀다며 그 인형에게는 주인과 주인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비극이 따라다닌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며 인형을 되팔기를 권유한다. 시즈카는 딸이 마지막으로 산 인형을 마음대로 넘길 수 없다며 사위에게 허락을 받고 줄테니 다음 날 다시 오라고 권한다. 그 피에로 인형은 요리코가 죽던 밤 복도 선반에 있었던 인형으로 평소에는 다른 인형이 있던 자리에 그 인형이 올려져 있었기에 가오리의 기억에도 선명한 인형이었다.
 그 날 십자 저택에는 다케미야 일가가 다 모여 식사를 하며 요리코를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데 바로 다음 날, 무네히코와 그의 비서이자 내연녀 미타 리에코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 날 밤 무네히코와 같은 방에 있었던 피에로의 입장에서도 마치 CCTV같이 그 날 밤의 상황이 전개되는데 무네히코는 음악감상실 소파에서 잠들어있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방으로 들어오는데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걸 눈치챈 무네히코가 일어나 침입자와 몸싸움을 하다가 무네히코가 칼에 찔리고 만다. 피에로 인형은 그들의 몸싸움 과정에서 충격을 받아 떨어지면서 시야가 가려지고 리에코가 죽는 상황은 보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큰 기업의 수장이 죽은 사건이니만큼 경찰은 집중해서 사건을 수사하고 처음에는 외부인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듯 했으나 형사는 결국 다케미야가 안에 범인이 있다고 확신한다. 사건이 일어난 날 밤 미즈호는 늦게까지 잠이 들지 못해 새벽에 방에서 나와 맥주를 가지고 들어갔었는데 그 날 단추 하나가 떨어져있던 것을 발견했던 것과 알고보니 그게 죽은 무네히코의 잠옷 단추였던 점, 그리고 다음 날 그 단추가 사라지고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그녀 역시 범인이 집안 사람임을 감지하게 된다. 또한 미즈호의 방에서는 무네히코의 방 창문이 보였는데 무네히코가 죽은 걸로 알려진 시간보다 이후의 시간에 무네히코의 방에서 불빛이 흘러나오는 걸 봤기에 더더욱 이 사건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십자 저택에는 고이치로의 은인의 손자인 대학원생 아오에 진이치도 함께 살고 있었는데 똑똑하고 단정한 외모의 아오에는 가오리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휠체어 탄 부잣집 고명딸인 가오리는 아오에가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이 진실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아오에의 인간적이지 못하고 냉철한 면모는 오히려 가오리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오히려 가오리는 오래 전부터 다케미야가에 드나드는 미용사 나가시마 마사아키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오리와 나가시마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이었는데 그 이유는 나가시마가 사실 죽은 고이치로가 불륜으로 낳은 아들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나가시마는 배다른 누나일지도 모르는 요리코를 사랑하는 걸로 보였기에 가오리와는 더더욱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명철한 아오에는 이번 사건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냉철하게 분석하며 범인을 추리해나간다.
 얼마 뒤 경찰은 범인을 밝혀내 다케미야가를 찾고 다 모인 자리에서 요리코의 사촌오빠이자 다케미야 산업의 이사 마쓰자키를 검거한다. 마쓰자키는 그 날 밤 자신이 다른 회사에 청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누군가의 쪽지를 받고 증거를 확인하러 음악실을 찾았다가 무네히코와 마주쳤고 몸싸움 끝에 실수로 살해하게 됐다고 말하며 리에코의 죽음은 자신과 관계 없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수사는 다시 난항에 빠지고 리에코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밤 늦게 무네히코를 만나러 왔다가 무네히코의 시신을 보고 상심해 자살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가오리는 그 여자는 아빠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리 없다고 말한다.
 아오에는 마쓰자키가 무네히코를 찔렀을 때 무네히코가 살아있었고 사실 마쓰자키가 찔렀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무네히코가 아닐 거라는 추리까지 하게 된다. 한편 미즈호는 인형사 고조와 함께 의논하며 나름대로 사건을 추리해가는데 사건을 조사해가면서 밝혀지는 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엄청난 것이었다. 미즈호는 드디어 사건 현장에 있던 피에로 인형을 고조에게 줘도 된다는 경찰의 허락을 받게 되고 인형을 주려고 하지만 스즈에를 통해 불과 몇 분 전 아오에가 인형을 가지고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고조와 미즈호는 서둘러 아오에가 갔던 길로 뒤따라가는데 그곳에서 누군가에게 머리를 맞고 쓰러져있는 아오에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쓰자키는 검거된 상태였고 강도 살인이 아닌 이상 아오에를 죽인 사람은 또 집안 사람인 것. 미즈호와 고조는 포기하지 않고 추리를 이어간다. 그리고 한가지 결론에 다다르고 그렇게 진짜 범인이 밝혀지게 된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한 사람의 범행이 아니었다. 범인이 밝혀질 것을 염려한 조력자들이 사건의 은폐를 도와 미궁으로 빠질 뻔 한 것이었는데 무네히코와 리에코, 그리고 아오에를 살해한 범인은 바로 나가시마였다. 나가시마가 무네히코와 리에코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걸 일찍이 눈치 챈 시즈카와 스즈에는 요리코를 사랑했던 나가시마가 복수를 위해 그들을 죽였다고 생각해 그의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아오에는 나가시마가 범인이라는 걸 추리해내고 결정적 증거를 위해 피에로 인형에서 지문을 채취하려다가 그 사실을 눈치 챈 나가시마가 따라가 죽인 것이었다. 시즈카는 손녀딸이 남몰래 사랑하는 나가시마를 차마 범인으로 몰 수 없어서 일부러 그의 알리바이를 증언해준다.
 하지만 고조와 미즈호는 아오에가 생각보다 더 깊은 진실을 알아냈다는 걸 알게 된다. 퍼즐이 취미였던 무네히코의 입문서적을 빌려갔던 아오에는 요리코 자살사건부터 모든 게 일련의 관계가 있다는 걸 알아냈고 책에 그에 대한 메모를 해두었다. 그 메모를 발견한 미즈호와 고조는 최근 집안에서 발생한 모든 죽음이 다 한가지 결론에 다다른 다른 것을 알게 된다.
 요리코는 자살이 아니었다. 요리코는 무네히코와 리에코, 나가시마의 협동작전으로 교묘하게 살해된 것이었는데 세 사람은 요리코를 먼저 죽인 뒤 리에코를 요리코인 척 뛰어가게 만들었던 것인데, 십자 저택의 복도 중간에 큰 거울을 설치해 리에코는 안전한 다른 창문으로 뛰어내렸지만 목격자인 가오리로 인해 요리코 시체를 놓아둔 창문으로 뛰어내린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거울 트릭 때문에 의심을 받을까 염려한 그들은 선반에 원래 있던 대칭이 안맞는 인형을 꺼내고 최근에 요리코가 샀다는 피에로 인형을 올려뒀었고 리에코는 요리코를 연기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피에로 인형을 쳤는데 트릭을 눈치 챈 아오에가 인형에서 리에코의 지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인형을 들고 나가다가 나가시마에게 변을 당한 것이었다.
 사실 나가시마는 요리코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가시마는 고이치로의 친아들이 아니었다. 고이치로 때문에 고통받다가 죽은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고이치로의 아들인 척 다케미야가에 접근했지만 모든 걸 알고 있던 고이치로는 나가시마의 엄마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나가시마에게 속아주며 눈 감아준 것이었다. 나가시마는 다케미야가를 무너뜨릴 생각으로 10년을 그 집에 드나들지만 나가시마가 고이치로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걸 눈치 챈 요리코가 나가시마를 내쫓으려 하고 그 때문에 나가시마는 무네히코와 리에코와 손을 잡고 요리코를 죽인 것이다. 가오리를 유혹해 다케미야 산업을 차지할 생각이었던 나가시마에게 무네히코와 리에코는 걸림돌이었고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었던 마쓰자키를 범인으로 만들면서 그들을 죽일 계획을 세운 나가시마는 마쓰자키를 유인해 무네히코인 것처럼 변장하고 죽은 척 연기를 하고 이후 진짜 무네히코와 리에코를 죽인 것이었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나가시마는 검거된다. 미즈호와 가족들은 나가시마를 사모하는 가오리를 걱정하지만 고조는 미즈호에게 의외의 말을 한다. 나가시마는 죽은 아오에가 그렇게 일찍 발견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알리바이를 만들지 않았고 범인으로 발각될 위기였지만 가오리가 그의 알리바이를 증언해주어 위기를 모면했었다. 과연 가오리는 나가시마를 사랑해서 그를 두둔해준 것일까. 마지막에 가오리는 혼자 휠체어에 앉아 피에로 인형을 안고 있는데 피에로 인형은 가오리가 눈물을 흘리며 하는 말을 듣는다. "다 끝났어, 엄마..."
 후 나 또 주절주절 열심히도 썼다. 많이 빠뜨린 거 같지만 요약을 못하는 장문충이라... 몰라... 이것도 난 힘들었어.... 책은 뭐 가볍게 쓱쓱 읽을 수 있는 정도였다. 밤에 잠이 안와서 반 이상은 침대에서 읽은 듯? 엄청 복잡하지도 않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지만 머리 아프지 않은 정도라 좋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렇게 거의 30년 된 책들은 많이 안 읽은 거 같은데 이런 것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일단 당분간은 빌린 거랑 사둔 거 읽어야돼서 무리무리지만! 아 그러고보니 아오에는 왜 죽은 거야... 가오리 진심으로 사랑했던 거잖아!! 물론 요리코도 죽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죽은 거긴 한데 아오에... 그냥 머리 얻어맞고 의식불명 정도로 했었어도 괜찮았을텐데 안타깝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