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셍셍칩 2019. 5. 15. 10:23

「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 

읽은 기간: 19.05.07~14 / 8일

 

 

 샤를로테 링크 책은 다 이렇게 두꺼운건가. 책 받자마자 무게감과 두께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읽는 데 오래걸리겠거니 했는데 부산여행 기간 빼면 금방 읽은 듯? 아 SRT에서 읽은 것도 꽤 차지했겠구나... 처음엔 등장인물도 많은 것 같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와서 적응하기 귀찮은데 뒤로 갈수록 탄력 받으면서 범인이 궁금해서 단숨에 읽게 되는 게 샤를로테 링크 책의 특징인 것 같다. 오늘만해도 2시간 넘게 붙잡고 있다가 잠들었으니까.
 독일작가라고 하는데 배경은 영국이고 등장인물들도 영국인이었다. 이 책 바로 전에 읽었던 「다른 아이」에서 나왔던 요크셔의 스카보로가 또 배경이 되어서 가본 적도 없는데도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책의 서두는 「다른 아이」와 느낌이 비슷했다. 책에서 중점이 되는 과거 사건을 잠시 맛보기 수준으로 쓱 보여주고 현재로 돌아와 현재의 사건이 진행되는 것인데 마지막까지 가보면 첫장에 왜 그런 이야기를 보여줬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구성이었다. 두 번째지만 진부하진 않았다. 샤를로테 링크의 다른 책을 읽으면 또 이런 구성이려나 문득 궁금해졌다. 나중에 또 다른 거 읽어봐야지.
 이야기는 은퇴한 형사 리처드 린빌이 집안에 침입한 정체모를 괴한에게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현역시절 인성과 실력으로 존경받던 형사였던 만큼 경찰은 수사에 집중하고 런던에서 아버지처럼 형사일을 하던 리처드의 하나뿐인 딸 케이트 역시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 살해사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리처드 살인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고 복직한 케일럽 반장인데 케일럽은 리처드를 살해한 범인을 리처드가 현역 시절 잡아넣은 수많은 범죄자 중 하나로 보고 과거 감방에 들어가면서 리처드에게 공공연하게 복수를 다짐했던 데니스 쇼브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한편 다른 플롯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시나리오 작가 조나스 크레인과 그의 아내 스텔라 크레인의 이야기이다. 크레인 부부는 오랜 시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노력하다가 새미라는 귀여운 아이를 입양해 살고있는 부부인데 스텔라가 임신 준비 기간부터 새미를 입양해 키우면서 일을 그만둔 상황이라 조나스가 생계를 책임지면서 미래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을 갖게 돼 번아웃 증후군까지 온 상황이다. 정신과 상담을 통해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으로 몇주간 휴가를 가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 조나스는 전파가 닿지 않는 동료 작가의 농장을 빌려 휴가를 가기로 한다. 휴가를 떠나기 전 갑자기 5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새미의 생모 테리가 집으로 찾아오는데 테리 옆에는 잘생겼지만 느낌이 좋지 않은 닐이 함께 온다. 이들이 분명 돈을 노리고 왔다는 걸 직감으로 깨달은 조나스는 자신들의 형편도 좋지 않다는 걸 확인시켜주고 보내고 이런 상황에 가족이 다함께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새미와 스텔라를 데리고 휴가를 떠난다.
 데니스 쇼브가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자 더더욱 용의자로 굳건히 자리를 잡게 되고 그를 공개수배하지만 도무지 찾을 수 없고 리처드 린빌 살인사건이 난항을 겪는 중 비슷한 방식으로 멜리사 쿠퍼라는 여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리처드 살인사건 소식을 접한 멜리사는 며칠동안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다가 급기야 케이트에게 연락해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하는데 케이트와 만나기로 약속한 날 무참히 살해된 채로 발견이 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케이트는 자신의 아빠가 멜리사와 오래 전 불륜관계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에 휩싸인다. 이 부분에서 케일럽 반장은 데니스 쇼브가 멜리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수사방향을 전환해야 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고 케이트는 케이트 대로 멜리사와 리처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리처드의 오랜 동료 노먼을 찾아나선다.
 한편 휴가를 떠난 크레인 부부는 농장에서 새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스텔라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한밤중에 테리가 얼굴이 엉망이 된 채 농장으로 찾아오고 스텔라는 우리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았냐며 경악한다. 테리는 닐에게 반항했다가 얻어맞아 이 곳으로 도망쳤다고 하고 스텔라는 일단 테리를 재워준다. 다음날 신문에서 데니스 쇼브 공개수배 기사를 본 스텔라는 닐이 데니스 쇼브라는 걸 알게 되고 농장을 떠나려고 하는 순간 농장에 닐이 나타난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하려는 스텔라 옆에서 어린 새미가 닐을 보며 신문에서 봤다고 말해버리고 닐은 총을 꺼내 그들을 위협한다. 씻고 나온 조나스는 그 광경을 보고 닐에게 달려들고 닐의 총의 맞아 중상을 입고 닐은 그들 가족을 창고에 가둔다. 애초에 닐은 자신이 공개수배된 것을 보고 그저 그 농장에 은신할 생각이었지만 공교롭게 조나스를 쏘게 된 것이고 이 나라를 뜰 생각으로 그들을 창고에 가둔 채 며칠 버틸 음식만 넣어주고 차를 훔쳐 달아난다.
 리처드의 팀원이자 능력있는 형사 제인은 데니스 쇼브가 용의자가 아닌 것을 알면서 리처드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이혼녀인 제인은 딜런이라는 이름의 아이를 보살피고 있어 주변인들은 모두 그녀의 아들인 줄 알지만 사실 딜런은 제인의 장애인 동생이다. 제인은 데니스 쇼브에 대해 수사하던 중 크레인 부부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크레인 부부가 휴가에서 비정상적으로 오래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닫고 그들 부부가 떠났다는 농장을 찾아가 중태에 빠진 조나스와 음식이 다 떨어져 심각한 상황을 목전에 둔 스텔라와 새미를 찾아낸다.
 노먼을 찾아간 케이트는 노먼이 타고다녔다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정신지체아 그레이스를 찾아내고 그레이스에 의해 드럼통에 숨겨져있던 노먼의 시신을 발견한다. 알고보니 노먼은 리처드보다 먼저 살해된 것. 케이트는 당장 관할서에 신고하고 케일럽 반장에게 연락하고 케일럽 반장은 그제서야 이 사건이 데니스 쇼브와는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또한 후배 형사 제인에게 딜런이 아닌 다른 동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딜런이 제인이 말한대로 선천적 장애아가 아닌 과거 뺑소니 사건에 의해 그렇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뺑소니 사건에 대해 신고전화를 받은 사람이 리처드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리처드와 멜리사가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되었다는 점과 그 시기 노먼과 리처드도 소원해졌다는 점에서 케이트와 케일럽 반장은 현재 이 연쇄살인사건이 과거 뺑소니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된다.
 제인 형사는 청소년 시절 다섯살짜리 막내동생 딜런이 뺑소니를 당해 정신이 멈추게 되고 그 사건으로 인해 아버지는 도망가고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으며 바로 아래 남동생은 엇나가게 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딜런으로 인해 제인은 결혼에도 실패했던 것이다. 제인은 그래도 복수보다는 딜런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경찰을 보며 자신은 훌륭한 경찰이 되겠다며 형사가 된 것이었지만 제인의 남동생은 그렇지가 못했다. 형사가 된 제인이 딜런 사건에 대해 알아낸 정보를 접한 그는 사건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노먼을 찾아가 고문해서 사건의 진실을 듣는다. 사실 과거 딜런을 친 범인은 멜리사였고 무서워서 도망친 멜리사는 한시간 뒤 연인인 리처드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리처드는 사랑하는 연인을 체포할 수 없었고 익명의 신고전화를 받았던 것처럼 꾸몄던 것이다. 노먼 또한 어쩔 수 없이 리처드의 편을 들어줬고 명망있고 존경받던 리처드였기에 모두들 그게 사실인 줄 알고 사건을 덮었던 것이다. 멜리사는 그 덕에 체포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리처드와는 헤어지게 되고 노먼 역시 더이상 리처드와 이전처럼 가까이 지낼 수 없게 된다. 리처드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친 딜런에게 구급차를 보내긴 했지만 뺑소니 사건에 범인이 없는 만큼 제인 가족은 보상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다. 제인의 남동생은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격분해 노먼을 죽이고 리처드를 찾아가 죽인 뒤 멜리사까지 죽인 것인데 제인을 통해 노먼 사건을 목격한 그레이스의 존재를 알게 되자 그레이스까지 죽이기 위해 노먼의 동네에 모습을 드러낸다. 케이트는 전후사정은 모르지만 그레이스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그레이스를 보호하기 위해 찾아갔다가 그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봉착하고 제인은 남동생을 말리기 위해 나타났다가 폭주하는 그에게 제압당한다. 정신을 차린 제인은 케이트를 구해내고 사건은 마무리가 된다.

 리처드는 한평생을 존경받는 형사였고 신뢰할 수 있는 아버지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암투병 중인 아내를 두고 4년간 남몰래 불륜을 저지르기도 했고 급기야 한순간의 판단 실수로 연인의 뺑소니를 눈감아주기까지 했다. 그로인해 한 가족은 풍비박살 나기까지 했다. 괴한에 의해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조차 자신이 무엇때문에 이런 습격을 받았는지도 생각해내지 못한다. 인간이란 어째서 자신이 당한 것만을 기억하고 자신이 저지른 것은 금방 까먹는 것일까. 물론 여기서 가장 나쁜 건 멜리사라고 생각한다. 뺑소니를 저질러놓고 자신은 장성한 아들들과 손주들 사이에서 별장까지 마련해 행복한 노후를 꿈꿨으니 말이다. 내가 정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정말 내가 생각하는 모습이 맞을까. 케이트는 아버지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직업적으로 존경받고 인간적으로도 기댈 수 있는 아버지였지만 그가 죽은 뒤 케이트는 아버지가 사실 불륜남에 범죄를 눈감아준 파렴치한 면모까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큰 비중이 없는 몇몇 인물을 빼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읽자마자 바로 써서 기억나는대로 줄거리를 쓴 것 같다. 사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하는 인물인가? 싶은 인물에 대해서도 작가는 심도깊게 다룬다. 인물의 상황이나 심리까지 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사건의 중심과는 멀리 떨어져있는 인물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독자를 교란시키는 기술이 아닐까. 어찌됐든 인물마다 상황이 있는 것이고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등장해야 하는 건 납득할만하니까 말이다. 집중도 잘되고 재밌게 읽었으니 별 4개를 주긴 했는데 막 그렇게 엄청 극찬할 정도는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