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바깥은 여름」
김애란
★★★★★
읽은 기간: 19.03.12~27 / 16일
예전에도 한 번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집었던 적이 있었다. 표지까지도 마음에 들었는데 결국 펼쳐보지도 않고 내려놨었다. 작가 이름을 보고 비행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비행운을 읽고 한없이 우울해졌던 게 나에게는 꽤 큰 사건이었나보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집어들어 읽게 됐는데 잘 읽었다고 생각한다. 공감되는 구절도 많았고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부분에서도 내 감정이 간당간당하게 선을 넘지 않고 가까스로 잘 버텨주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전자도서관에서 병행하던 「내게 무해한 사람」을 잠시 접어뒀다. 어쩌면 대출 만료가 되어버렸을 수도 있겠다. 반 이상 읽었는데. 아무튼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완독했다. 비행운처럼 이 책도 단편이었다.
입동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
침묵의 미래
풍경의 쓸모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이렇게 총 일곱편으로 구성되어있는데 하나하나 줄거리 쓰면 또 나 지치려나. 어린 아들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젊은 부부의 모습을 그린 입동, 버려진 노견을 주워 키우던 어린 찬성이의 이야기를 그린 노찬성과 에반, 오래된 연인과의 이별을 앞둔 삼십대 여자의 이야기 건너편, 그리고 나의 짧은 지식과 이해력으로는 잘 이해가 안돼서 가장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결국 검색해서 무슨 이야기인지 찾아봐야했던 침묵의 미래, 바람나 떠난 아버지를 잊고 살던, 대학임용을 기다리는 중년의 대학강사 이야기 풍경의 쓸모, 아버지가 동남아 어머니가 한국인인 흔치 않은 다문화 가정에서 단둘이 살아가는 재이와 엄마에게 일어난 한 가지 사건을 그린 가리는 손, 학생을 구하려 계곡에 뛰어들었다가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삼십대중반 명지씨 이야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뭐 이정도로만 기록해놔도 나중에 생각날 것 같다. 어차피 단편이라 짧고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침묵의 미래 빼고...) 궁금하면 다시 읽지 뭐.
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아 친구들 사이에서도 냉혈한이라 불리던 나였는데 요새는 책 읽다가 가끔씩 복받치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이걸 처음 느낀 게 언제였더라. 트래블이었나 트러블이었나. 갑자기 헷갈리는데 책이 집에 있어서 확인을 못하겠다. 아무튼 저 책을 읽었을 때였는데 한 대목에서 꽂혀서 엉엉 울 뻔 했었다. 그러고 10년 가까이 잠잠하다가 요새는 걸핏하면 이러는 것이 좀 그렇다. 한 가지 공통점은 그게 다 가족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거 정도? 여기서도 입동과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에서 몇 번 울컥했다. 더할 나위 없이 슬퍼지고 싶으면 다시 읽어도 좋겠다 싶은 책이었다. 소장해야지.
김애란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지? 싶은 문장을 잘 쓰시는 것 같다. 공감도 되면서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만한 표현들이 있어서 이건 메모해야겠다- 하면서 적어놓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읽고 나의 최애작가로 등극한 최은영작가님의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
표지가 왠지 느낌이 낯이 익더니 문득 쇼코의 미소가 생각났는데 보니까 같은 출판사였다. 같은 편집자가 편집했나... 그나저나 티스토리 업데이트한건지 되게 버퍼링 걸리고 느려졌다.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