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
읽은 기간: 21.08.27~09.05 / 10일
「밝은 밤」과 「완전한 행복」 이후 선택될 우선순위는 이 책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작가였고 그냥 베스트셀러기에 호기심에 구입한 거라 큰 흥미가 없었기에 프래드릭 베크만 책들을 다 읽고 나서야 손이 갈 후순위 책이었다. 근데 친구가 읽고 빌려달라고 했기에 가뜩이나 책 읽는 속도도 느린 내가 몇 권의 책을 더 읽고 이걸 읽게 되면 친구를 기약없이 기다리게 해야할 상황이라 그냥 먼저 읽어버리자 하고 시작했다. 매트 헤이그가 원래 동화작가라던데 그래서인지 상상력이 기반이 되어야 할 판타지적인 요소가 넘쳤다. 아니, 애초에 책 내용 자체가 판타지긴 했다. 그렇게 복잡한 내용도 아니고 큰 틀만 보면 한없이 단순했지만, 그리고 전개가 느리거나 어렵지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거에 비해 조금 지루하고 약간 따분해서 별 3개를 주려다가 책을 읽으며 적어놓은 수많은 문장들이 떠올라서 4개로 바꿨다. 주인공 노라가 철학 전공자로 나와서인지 철학자들의 명언들이 잊을만하면 등장했고 유명한 철학자의 유명한 문장답게 공감과 울림을 주는 문장이 많았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작가 소개부터 읽었는데 20대 시절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가 삶의 끄트머리에서 뭔가를 느끼고 다시 살기로 결심했다고 쓰여있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도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려한다. 거기서부터 아, 이건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책이구나- 싶었고 직접 경험한 감정이니만큼 묘사가 생생하겠구나 싶었다. 이야기의 결과는 예측하기 쉬웠다. 죽기로 결심한 주인공 노라는 자살 시도를 하고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시간이 23시 22분에 멈춰있는 도서관에서 눈을 뜬다. 그 곳에는 학창시절 자신과 함께 종종 체스를 두곤했던 학교 사서 엘름부인이 있었고 엘름부인은 노라에게 여러가지 삶을 살아볼 기회를 준다. 그 때부터 노라는 여러 삶을 경험하게 되고 새로운 삶의 새로운 '노라'로 살다가 후회하는 순간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 끝이 보이지 않은 여정이 끝나고 결론은 어떻게 될까. 노라가 마지막에 결국 자신의 원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할 것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었기에 놀랍지 않았고 그래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싶었다. 아마 작가도 독자가 그 정도는 예측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결과를 추리하는 소설도 아니고 결론이 중요한 소설도 아니다. 그 '과정'을 함께 들여다보고 노라와 함께 '무언가'를 느끼는 게 중요했다.
고향인 배드퍼드에서 혼자 살고 있는 노라 시드는 한없는 우울 속에 가라앉아있다. 노라의 삶은 노라가 선택하지 않았던 온갖 후회들로 점철되어 있었고 노라는 그 모든 것에 후회하며 살고 있었다. 어린 시절 수영 유망주였던 그녀는 아버지의 기대 속에 열심히 수영을 했지만 수영으로 유명해질수록 학교 생활에서는 고립되었고 그걸 견디지 못해 수영을 그만 둔다. 그 일로 노라는 아버지와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고 아버지는 노라가 학생이던 시절 돌아가셨다. 이후 노라의 새로운 꿈은 록밴드 가수였다. 노라는 오빠인 조와 조의 친구 라비와 함께 라비린스라는 밴드를 결성했고 그들은 재능이 있었기에 음반 계약을 코앞에 두기도 했다. 하지만 노라는 연인이었던 댄의 충고를 들었고 노라도 자신이 없었기에 밴드에서 탈퇴하고 조와의 사이는 소원해진다. 그렇다고 노라가 댄과 영원했던 건 아니다. 댄은 노라에게 시골로 가 함께 펍을 하며 살자며 청혼했지만 노라는 그 마저도 거절했고 댄과도 헤어졌다. 노라는 단짝친구 이지와 함께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기로 했지만 노라는 그 약속 마저도 번복했고 결국 배드퍼드에 남아 지난 10년동안 일해온 악기점인 스트링 시어리에서 끝없이 불행한 표정으로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는 오늘 스트링 시어리에서 해고됐다. 과거 함께 밴드 활동을 했던 라비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 라비는 노라를 원망하며 질책했다. 유일한 친구였던 고양이 볼츠는 길가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간간이 도움을 드리곤 했던 옆집 노인 베너지씨는 더이상 약 심부름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고 일주일에 한 번 피아노 과외를 해주던 리오와의 약속에 늦자 리오의 엄마는 노라에게 더이상 레슨을 맡기지 않겠다고 통보한다. 노라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노라를 필요로 하는 사람 또한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든 건 그녀의 선택이었고 그녀가 했던 선택은 늘 그녀에게 후회만 안겨줬다. 그래서 그 날 밤 노라는 죽음을 결심한다. 더이상 살 이유가 없었으므로.
눈을 떴을 때 노라는 엄청나게 많은 초록빛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다소 소심했던 학창 시절 긴 시간을 보내곤 했던 학교 도서관의 친절한 사서 엘름부인이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인 채 나타나 노라를 반겨주었다. 엘름부인은 어리둥절해 하는 노라에게 이 곳은 삶과 죽음 사이에 위치한 자정의 도서관이며 시간이 멈춰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자정의 도서관에는 노라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 여러 노라의 삶들이 적힌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었다. 과거 노라가 조금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살았을 수도 있는 그런 삶들이 무한하게 넘쳐났고 엘름부인은 노라에게 원하는 책을 선택하면 그 삶을 살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라는 책을 골라 펼쳐보라는 엘름부인의 제안을 거절한다. 노라는 더이상 살고싶지가 않았고 그 어떤 삶이라도 상관없었다. 그냥 죽고싶었다.
그런 노라에게 엘름부인은 후회의 책이라고 적힌 두꺼운 책을 건넸고 책 안에는 노라가 살면서 했던 모든 후회들이 적혀있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엄청 중요한 것까지.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것부터 밴드를 탈퇴한 것, 이지와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지 않은 것, 댄과 결혼하지 않은 것, 빙하학자가 되지 않은 것 등 노라의 후회는 엄청나게 많았다. 그리고 후회들을 읽을수록 노라는 괴로워진다. 그런 노라에게 엘름부인은 지금 후회되는 걸 하나만 말해보라고 하고 노라는 댄과 결혼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한다. 엘른부인은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노라에게 건네며 이 책 안에는 노라가 댄과의 결혼을 선택했을 때 펼쳐진 일들이 들어있다고 한다. 노라는 그 책을 펼쳤고 그 삶 속으로 들어간다.
댄이 늘 말했던대로 그들은 결혼해 시골에 펍을 차렸고 펍 주인이 되어있었다. 술을 좋아하던 댄은 펍 주인답게 얼큰하게 취해있었고 그들의 펍은 마을에서 꽤 인기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댄은 노라가 알던 예전의 댄 같지 않았다. 그리고 댄과의 대화에서 노라는 댄이 이 곳에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적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댄은 과거와 달리 짜증스러웠고 노라가 보기에 그는 그저 술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해 펍 주인이 된 걸로 보였다. 생각해보면 시골에서 펍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은 노라의 꿈이 아니라 댄의 꿈이었다. 댄은 그저 자신이 원하는 꿈을 실현시켜 안락한 생활을 만드는 노력을 노라와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댄과 결혼한 삶에 대한 후회와 경악이 지나갈 때 노라는 다시 자정의 도서관에 돌아와있었다.
노라는 수영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했을 경우의 삶을 선택한다.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고 좋아하던 수영을 계속 하는 삶. 그 안에서 노라는 유명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고 자서전도 썼으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는 유명인사였다. 이번 삶에서는 원래 삶과 달리 오빠와 사이도 좋았다. 다만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이지와 친구사이는 아니었다. 노라는 이 삶에서 아버지가 살아계시단 사실에 너무 행복했고 아버지와 통화를 하게 됐을 땐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 옆에 있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노라와 함께 수영하던 아이의 엄마와 바람이 났고 부모님은 과거 이혼해 아버지는 그 여자와 재혼한 상태였다. 심지어 어머니는 병에 걸려 이미 돌아가셨다고 했다. 결국 노라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밴드를 계속 하는 삶으로 들어갔을 때 노라는 세계적인 록밴드 보컬이었다. 노라 곁에는 여전히 라비가 있었다. 하지만 조는 보이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노라가 음악 소리를 뚫고 라비에게 조는 어디있냐고 묻자 라비는 조가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라는 조가 밴드에서 나갔지만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고 매니저 일을 하며 자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예상하며 안심한다. 원래 삶에서 밴드를 그만둬 조를 실망시키고 조와 사이가 소원해진 것이 늘 후회스러웠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차에 올라타 인터뷰를 하러 호텔로 가는 길에는 원래 삶에서 노라가 좋아했던 유명한 배우 라이언 베일리와 통화도 했다.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그들은 공개적으로 연애를 했었고 최근 노라가 베일리를 차버린 걸로 보였다. 노라는 늘 노라의 음악적 재능을 무시하던 댄의 발언이 노라를 위한 것인 줄 알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의 삶에서 노라에게 밴드 활동을 그만둘 것을 충고하고 라비린스를 좌절시킨 댄은 이번 삶에서는 노라의 스토커가 되어있었다. 댄은 노라를 질투했었던 것이다. 댄은 그저 노라를 질투해 꿈을 좌절시키고 자신의 꿈 안에 끼워넣으려 했던 것이라는 걸 노라는 이번 인생을 경험하면서 알게 되었다. 노라는 노래 부르는 게 좋았고 음악을 만드는 게 좋았다. 이번 삶은 성공적인 삶으로 보였다. 하지만 기자와의 인터뷰 중 알게 되었다. 기사를 상대하고 있다던 조는 오빠 조가 아니라 매니저인 중년의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었고 오빠는 알코올 중독으로 몇 년 전 이미 세상을 떴다는 것을. 당연히 노라는 도서관으로 돌아온다.
빙하학자가 되어 북극에 있는 삶에도 들어가보았다. 그곳에서 노라는 자신과 같이 인생 여행 중인 남자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삶에서 북극곰을 마주쳐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느낌도 느낀다. 더이상의 삶은 필요없고 그저 죽고싶다고 생각했던 자신이었는데 실존 죽음을 마주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살고싶다는 것이었다. 노라는 그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동물 보호에 힘쓰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한 삶에서는 유기견들을 돌보는 일을 하며 동물을 사랑하는 딜런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그 삶도 노라가 원하는 삶은 아니었다. 이지와의 약속을 지켜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난 삶도 살아봤지만 그 또한 노라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 포도밭에서 와인을 만드는 남자와 결혼하는 삶에도 들어가보지만 그 삶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식으로 완벽한 삶을 찾아, 노라가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찾아 노라의 여행은 계속 된다. '새로운 노라'와 도서관 사이를 오가며. 하지만 노라는 계속해서 도서관으로 돌아온다. 그 과정이 반복될수록 후회의 책에 적힌 후회들은 서서히 사라진다. 다른 선택지를 선택해 살아보며 노라의 후회도 해소되고 있었다. 가끔 하나의 삶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결국 노라의 종착지는 도서관이었다. 그런 노라에게 엘름부인은 단순한 것, 평범한 것이 정답일 수 있다고 충고한다.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절대 과소평가 하지 말라고. 그 말을 늘 명심하라고.
노라는 원래 삶에서 스트링 시어리에서 일할 때 자신에게 커피를 함께 마시자고 청했지만 댄과 사귀던 시절이라 거절했던 외과의사 에쉬, 동네 주민이고 매일같이 조깅을 했기에 자주 마주치곤 했던 에쉬, 병원에서 마주쳤을 때 노라를 위로했던 에쉬, 볼츠가 죽었을 때 볼츠를 발견해 노라에게 알려주고 노라가 슬픔에 빠져 볼츠를 묻어줄 때 말없이 곁을 지켜준 친절하고 다정한 에쉬와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한다. 에쉬가 처음 노라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을 때 그의 제안을 수락한 삶.
이 삶은 완벽했다. 에쉬는 노라를 사랑했고 노라와 에쉬 사이에는 몰리라는 사랑스러운 딸도 있었다. 노라는 이 삶에서 케임브릿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금은 안식년을 보내며 책을 집필 중이었다. 오빠 조와도 사이가 좋았고 조는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더없이 완벽하고 단 하나의 결핍도 없었기에 노라는 이 인생이 만족스러웠고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잠이 들 때마다 눈을 떴을 때 자정의 도서관일까 두려웠다. 하지만 노라는 아침에도 계속 에쉬의 아내였다. 도서관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몰리의 엄마이자 에쉬의 아내로, 철학을 전공하고 부유한 삶을 사는 노라로 살아가고 있었다. 엘름부인은 노라가 완전히 만족하게 되면 이번 삶의 노라의 기억이 노라에게 편입될 거라고 설명했었다. 종종 그런 경험을 하기는 했다. 이 삶의 노라는 알고 있지만 원래의 노라는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왔을 때 노라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 식으로 노라는 이번 삶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렇게 더없이 안정된 삶에서 노라는 불편함을 느낀다. 이 삶은 노라의 것이 아니었다. 다른 노라가 어느 정도 완성시켜놓은 삶에 노라가 나타나 그녀의 자리를 빼앗은 느낌이었다. 사랑스러운 몰리와 다정한 에쉬, 그리고 좋은 오빠와의 관계는 노라를 만족시켰지만 이 삶이 온전히 자신의 삶이 아니라는 생각은 노라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엉망진창일지라도 온전히 자신의 것인 원래의 삶을 살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을.
그런 생각을 하자 노라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는데 멈춰있던 도서관의 시계가 흘러가고 있었고 도서관은 붕괴되고 있었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원래 삶 속 노라의 생명이 위중하다는 뜻이니까. 노라는 엘름부인의 도움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책에 적는다. 노라는 살고싶다- 가 아니라 노라는 살아있다- 라고. 그리고 마지막 숨을 토하듯 내뱉으며 원래의 삶으로 돌아온다. 노라는 약을 먹고 쓰러졌던 자신의 집 바닥에서 깨어났고 자신의 상태가 매우 안좋다는 걸 느낀다. 노라는 힘겹게 옆집으로 기어가 베너지 씨를 깨우고 도움을 요청한 뒤 정신을 잃는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노라는 병원이었고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였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오빠 조는 노라에게 노라가 밴드에서 탈퇴해서 노라를 멀리한 게 아니라며, 힘든 연애를 했고 그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걸려 그 누구와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던 거라고 설명한다. 노라는 에쉬와의 삶에서 만났던 오빠를 기억하며 오빠가 새로 시작하려는 일을 응원했고 새로 호감을 품고 있는 상대를 칭찬한다. 그렇게 다시 원래 살던 노라의 삶의 주인이 된다.
노라는 수많은 인생을 살아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사람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 대체 그렇다면 왜 살아야 하냐는 노라의 말에 엘름부인은 죽음 역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삶의 모든 면을 다 즐길 필요는 없다는 것도 배운다. 노라가 죽으려 했던 이유는 불행해서가 아니라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라는 결국 알게 되었다. 자신은 수많은 노라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시시한 노라에서부터 대스타 노라까지 노라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하지 않고 살지 않은 삶을 아쉬워하는 건 원래 쉬운 거라는 걸 깨달았다. 진짜 문제는 살지 못해 아쉬워하는 삶이 아니라 후회 그 자체라는 것도. 나 자신을 갉아먹는 건 언제나 후회였으니까. 나는 그냥 나로 존재하면 마땅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노라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했고 진짜 자신의 삶을 돌봐야 했다.
노라가 원래의 삶을 선택해 돌아올 거라는 건 처음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누구라도 예측가능한 결말이었다. 그래서 그건 놀랍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 노라가 겪은 많은 삶들을 통해 하나씩 배워가며 그 과정을 함께하는 우리들도 노라가 느끼는 것들을 함께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 소설이기 전에 자기계발의 느낌도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