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셍셍칩 2018. 6. 4. 11:54

「모방범」 전3권

 

미야베 미유키

 

★★★★★

 

읽은 기간: 18.04.25~05.13 / 19일

 

 

 

 

 도서관에서 처음 집어든 책은 낙원이었다. 두꺼운 데다가 두 권짜리 책이라 재미없으면 읽는 내내 곤욕이겠다 싶어 검색해봤더니 평점이 높아 빌리려는데 모방범을 읽고 나서 읽으면 좋다는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 도서관에 모방범도 있었고 낙원보다 두꺼우면서 세 권짜리 책이라 좀 망설여졌지만 이거 보고 낙원을 보자 싶어 대출을 했다. 일단 미야베 미유키 소설이었으니까? 그리고 결과적으론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읽는 내내 마음이 울적해지고 악몽은 몇 번을 꾼 건지 마음고생을 좀 했다. 재밌어서 한 번에 후다닥 읽다가도 우울해서 며칠 동안 손도 대지 않는 걸 몇 번 반복하니 어느새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있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등장인물에 감정에 동요돼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요동쳤다가 하는 건 역시 인물의 심리 묘사가 탁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원래도 미야베 미유키 소설엔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이야기도 길고 (5년에 걸쳐 잡지에 연재된 책이라고 한다) 피해자가 많은 데다가 그 관련인물들의 사연까지 나와서 더더욱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인물 한 명 한 명의 심리가 너무나도 자세히 아주 소상히 묘사되어 나도 모르게 몰입되고 정말 내가 그 인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범인은 생각보다 빨리 공개됐다. 아 이 놈이었구나. 하는 순간 어? 책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왜 벌써?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그게 너무 궁금해서 단숨에 읽혔다. 줄거리는 너무 기니까 스킵하고-

 읽으면서 책 제목이 대체 왜 모방범이지? 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나중에 다른 사람이 이 사건을 모방해서 새로운 사건이 나오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마지막에 범인 중 한 사람인 피스가 생방송에서 자신이 범인임을 실토하게 만들기 위해 프리라이터 시게코가 피스의 심리를 건드리려고 피스가 저지른 연쇄살인사건이 미국에서 이미 있었던 사건이고 이걸 모방한 것이 틀림없다고 자극한다.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지만 피스는 거기에 넘어가 발끈하며 이 사건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라고 자신이 창조한, 자신만의 작품이라고 피력한다. 뭐 아마도 그래서 제목이 모방범이 된 게 아닐까? 사실 이 부분을 읽을 땐 너무 많은 부분이 비슷해서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내가 살인범이다 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이 책이 훨씬 먼저 나왔으니 영화가 책을 참고한건가 싶었는데 또 뭐 그 영화는 일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들었으니 베낀 건 아닌 거 같고 암튼 그렇다.
 한줄평이라 하면 재밌는데 기분 나쁜 책이다. 기분 나쁜 책이라기 보단 기분이 나빠지는 책이라고 해야 맞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