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에번 핸슨」
「디어에번핸슨」
밸 에미치 & 스티븐 레번슨 & 벤지 파섹 & 저스틴 폴
★★★☆☆
읽은 기간: 20.03.26~04.02 / 8일
왜 저자 이름이 4개나 써있나 싶어서 단편인가 했는데 장편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마지막에 풀렸다. 알고보니 원작이 뮤지컬이었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뮤지컬은 봤어도 원작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소설은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른 책인데 표지나 색감, 두께 같은 데 마음에 들어서 집어왔다. 대충 표지 보다가 브로드웨이 어쩌구를 본 거 같은데 유심히 보지 않아서 그냥 막연히 뮤지컬로 나올만큼 책이 재밌나보네~ 하고 말았는데 (물론 여섯번째 사요코처럼 재미가 없어도 드라마화는 될 수 있다는 걸 바로 전작을 통해 배웠지만) 그 반대였다니.
또 내가 타이핑 치기 시작하면 엄청 길게 쓰게 될 것 같으니 먼저 짧게 요약하자면,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외톨이 고등학생 에번 핸슨이 심리상담 숙제로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동급생 코너에게 빼앗기고 바로 코너가 자살하자 코너의 가족이 에번의 편지를 발견하고 에번을 코너의 유일한 친구라고 오해하면서 생기는 이야기이다. 바로 진실을 밝히지 못한 에번은 결국 코너의 가족과 가까워지게 되고 학교에서도 죽은 학생의 절친한 친구라는 이유로 외톨이에게 일반 학생으로 한 발 올라서게 된다. 결국 자신의 입으로 코너의 가족에게 사실을 밝히지만 예상과는 달리 모두에게 밝혀지지는 않고 에번과 친구들이 시작했던 코너 프로젝트로 인해 코너와 에번의 가짜 추억이 있는 폐쇄된 사과 농장이 모금으로 인해 다시 재개장을 하게 되고 시간이 흘러 에번은 코너의 동생 조이를 마주해 코너에게 진짜 친구가 있었음을 알리며 끝이 난다. 역시 이렇게만 쓰니까 중요한 거 다 탈탈 턴 것 같네. 진짜 요약은 못하겠다. 적성이 아니야...
에번 핸슨은 10년 전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버지가 동부로 떠난 뒤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반인 에번은 학교에서 없는 사람과 다름없고 자기 이름인 마크 에번 핸슨의 줄임말인 MEH가 딱 자신을 뜻하는 말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MEH는 관심없음, 영 별로인 등의 뜻이다.) 그런 메- 같은 에번은 외로움과 불안증 등을 앓고 있었고 엄마의 권유로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데 주치의는 에번에게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쓰라는 숙제를 내준다. 개학 후 오랜만에 학교에 나간 에번은 점심시간 식당에서 가족끼리 친구인 재러드와 대화를 나눈 뒤 코너 머피와 부딪히고 신경질적인 그에게 밀침 당해 넘어진다. 코너가 떠나고 에번이 짝사랑하는 밴드부 소녀 조이가 다가와 괜찮냐고 물어봐주는데 알고보니 조이는 코너의 동생이었다.
그 날 에번은 상담의사에게 낼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컴퓨터실에서 출력하고 출력물을 가지러 가는데 코너가 기다리고 있다. 코너는 자신이 아까 밀쳤던 일에 대해 사과를 하려고 한 것이었고 방학기간 나무에서 떨어져 부러진 에번의 팔에 크게 자신의 이름을 써준다. 그리고 에번이 뽑은 출력물을 건네주다 거기에 쓰여진 동생 조이의 이름을 발견하고 화를 내며 편지를 들고 사라진다. 편지는 디어 에번 핸슨으로 시작하며 오늘은 전혀 근사한 날이 아님을, 하지만 조이가 있기 때문에 버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음 붙일 데가 없고 자신이 당장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너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내가. 라며 끝맺음을 했기에 에번은 당장이라도 코너가 그 편지를 모두에게 공개할까봐 두려움에 떤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학교는 잠잠했고 어느 날 수업 중에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불렸을 때 떄가 되었음을 느끼고 교장실로 간다.
하지만 교장실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거기엔 코너의 (동시에 조이의)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었고 코너가 며칠 전 자살했고 코너가 가지고있던 유서에서 에번의 이름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알고보니 코너는 에번이 에번에게 쓴 편지를 가지고 있는 채로 자살을 했고 코너의 부모인 신시아와 래리는 당연히 그것이 코너가 에번에게 남긴 유서로 생각했던 것이다. 외톨이인 줄 알았던 아들에게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그들은 에번을 찾아온 것이고 머피 부부는 결정적으로 에번의 팔 깁스에서 코너의 싸인을 발견하면서 에번이 코너의 유일한 친구였음을 확신하게 된다. 그 상황에서 그들의 딸 이름이 적힌 그 편지는 내가 나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라고는 절대 밝힐 수 없었던 에번은 그대로 교장실을 나오고 바로 재러드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코너의 집에 초대받았다는 에번의 말에 재러드는 가서 고개만 끄덕이다가 오라고 하지만 막상 코너 가족과의 식사를 하게 되자 에번은 자기도 모르게 코너와의 거짓 추억을 이야기 하게 된다.
신시아는 외로웠던 아들의 유일한 친구였던 에번을 통해 아들의 이이기를 듣고 싶어 하고 에번과 코너가 나눈 메일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묻는다. 에번은 재러드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고 재러드는 코너와 에번에 친구 사이였던 것처럼 자신이 메일을 조작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렇게 에번은 재러드와 함께 날짜를 조작한 가짜 메일을 몇 통 만들어서 머피 가족에게 전달하고 코너에게 친구가 없었던지라 에번에게 합리적 의심을 하던 조이도 에번을 믿게 된다. 학교에서는 코너와 친하지도 않았던 학생들이 (사실 코너는 에번처럼 학교에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코너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고 코너의 친구였다고 밝혀진 에번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유독 이 일에 관심을 보이던 엘레나와 재러드가 코너에 관련된 물건들을 팔기 시작할 때 영화 "서치"가 생각났다. 엘레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에번에게 접근해 코너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한다. 그렇게 엘레나와 재러드는 에번을 자극해 코너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하고 고민하던 에번은 비비언마이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비비언 마이어를 세상에 알리게 해 준 영화 제작자 존 말루프처럼 코너를 재조명 하겠다는 생각으로 동참하게 된다.
코너 프로젝트 발족식에서 에번은 코너의 하나뿐인 친구 자격으로 앞에 서서 추모사를 하게 되고 대인기피증 등으로 버벅거리다 내려와 추모사를 망쳤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의 어설프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공감을 자아내며 순식간에 SNS를 통해 여기저기 퍼지게 되며 정말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에번은 방학 때 일하던 공원 나무에서 떨어져서 다친 팔을 코너와 폐장한 사과농장에 갔다가 다쳤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들처럼 대해주는 신시아의 초대로 코너의 집에 오가게 된다. 조이는 처음엔 에번을 경계했지만 오빠를 잃은 슬픔과 에번의 진실성에 마음을 열고 점점 가까워진다. 한편 신시아는 계속 죽은 아들의 메일을 원하고 에번과 재러드는 신시아가 원하는 내용으로 가짜 메일을 만들어내서 신시아에게 보여준다.
그렇게 코너 프로젝트는 승승장구 하고 에번의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무렵 에번은 학교에서 더이상 메- 가 아닌 응 정도로 진화하게 된다. 이 쯤 됐을 때 에번의 모습은 불안하기 그지없지만 나도 모르게 그러면서도 들키지 않길 바라게 됐다. 자꾸 맨 뒤로 넘겨서 에번의 거짓말이 밝혀질 것인가를 미리 엿보고 싶은 마음을 잠재워야 했다.
책의 중간 중간에 극단적 선택을 한 코너의 독백이 이어지면서 코너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어렴풋하게, 차근차근 공개한다. 코너의 과거, 그리고 현재, 죽고 난 뒤 병원에서 눈을 뜬 코너의 영혼까지 보여지며 이제까지 에번과 에번에게 일어난 사태에 집중하느라 신경 쓰지 못했던 코너의 모습에도 시선이 가게 된다. 아들에게 문제가 있는 걸 인지하고 고치려고 하던 신시아의 모습이 코너에게 어떻게 비춰졌는지, 코너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변호사인 아버지와 부유한 집에서 자란 코너는 남학교에 다니게 되는데 그 곳에서 미겔이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미겔의 집에 자주 오가며 친해지자 미겔의 어머니도 코너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던 중 미겔이 마리화나를 소지하고 있다가 걸리게 되고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지 않던 미겔은 이 학교에서 나가게 되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를 걱정한다. 그 모습을 본 코너는 미겔을 위해 마리화나 소지를 뒤집어 쓰고 퇴학을 당하고 부모님에 의해 치료소에 들어갔다가 오히려 더 안좋은 것들을 배운 채로 나온다. 이제 더 이상 미겔의 집에서는 코너를 반기지 않고 코너는 동생이 다니고 있는 일반 학교에 다니게 되었지만 약물중독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기에 외톨이일 수밖에 없었고 집 안에서도 학교에서도 언제나 혼자일 뿐이다. 그 사이 미겔에게는 학교 친구들이 많이 생긴 상태였고 코너는 외로움을 느낀다. 에번과 우연히 다퉜던 그 날 하교 후 코너는 용기를 내 미겔에게 문자를 보낸다. 미겔이 답장을 치고 있는 걸 확인하지만 결국 미겔에게서 온 대답은 이모티콘 하나였고 그렇게 코너는 자살을 하게 된다. 코너는 자신의 유일하고 소중한 친구인 미겔에게 자신의 상황을, 자신의 진심을 말할 수 없었고 끝내 말하지 못한 채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등진다. (확실하게 표현되진 않았지만 미겔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말했고 코너도 어느 순간 미겔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 걸로 보인다.) 그리고 후에 에번의 행보를 지켜보다가 여기서 좀 안타까웠던 건 나중에 밝혀진다.
그렇게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코너 프로젝트가 승승장구함과 함께 에번은 조이와 가까워진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 에번은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언제나 두려움에 떨고 동시에 자신에게 생긴 소중한 인연들을 잃을까 하는 마음에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 에번은 조이를 자신의 추억이 있는 엘리슨 공원에 데리고 가고 엘리슨 공원의 유래에 대해 들려준다. 휴잇씨가 화재로 죽은 아내와 두 아이의 이름을 조합해 만든 추모공원인데, 휴잇으로 했으면 가족 모두를 포함할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을 뺀 그들만 남겨두고 싶었던 것 같다며 조이에게 설명하는 에번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짠했다. 동부로 떠나 재혼해 살고있는 아빠와 종종 연락을 하긴 하지만 자신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없고 오히려 새 아내인 테리사의 딸들에 대한 애정만 느껴지는 와중에 테리사가 임신을 했고 곧 아빠에게 하나의 아들이 더 생긴다는 사실에 에번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태어날 갓난쟁이와 아빠를 두고 경쟁하는 마음 말이다. 이런 감정들을 조이와 함께 나누며 둘은 더 가까워진다.
조이는 에번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되자 부모님께 말하고 신시아와 래리는 에번의 엄마와 에번을 함께 초대해 에번의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 동안 에번과 코너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들은 바 없고 에번이 재러드네 과제하러 간다고 할 때마다 코너의 집에 왔음을 뒤늦게 알게 된 엄마는 에번이 자신을 감쪽같이 속였다는 것에 충격을 받긴 하지만 아들에게 친구가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코너 가족의 호의는 거절한다.
코너 프로젝트에 이상하리만치 집착하며 전적으로 맡고 있던 엘레나는 생각보다 열정적이지 않은 에번의 태도에 불만을 갖고 에번과 코너의 사이를 의심한다. 에번은 엘레나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코너의 유서를 보여주고 뒤늦게 그녀가 하려는 일을 말리지만 엘레나는 에번의 말을 듣지 않고 바로 유서를 사이트에 공개한다. 코너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화살은 머피 가족에게로 향한다. 코너를 외롭게 한 것, 코너를 힘들게 한 것이 가족의 탓이라는 것이었다. 쏟아지는 비판에 서로를 겨누는 머피 가족을 보던 에번은 결국 진실을 고백한다. 충격받은 머피 가족을 뒤로 하고 그들의 집에서 나온 에번은 곧바로 엄마가 일하고 있는 병원을 찾아가고 엄마에게도 진실을 말한다. 에번의 엄마는 에번이 그렇게 아파했는지 몰랐다며 아들을 위로하고 에번을 이해한다.
에번은 진실 고백 이후 언제라도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수근수근 거리는 걸 상상하며 학교에 가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머피 가족은 결국 에번에 대한 진실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학교에서 조이와 에번이 멀어졌을 뿐이다. 시간이 흐른 후 마트 앞에서 우연히 에번을 발견한 미겔이 말을 걸고 자신이 코너의 진짜 친구였음을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미겔은 그 날 일부러 그런 답장을 한 게 아니고 그저 그런 답장을 하기 싫어서 일이 끝난 뒤 전화를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시간 이미 코너는 미겔에 대한 모든 메세지와 사진 등을 지운 채 죽고 없었다. 미겔은 에번과 코너의 이야기를 일찍부터 듣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밝히지 않았다. 에번을 원망하기보다 이미 자신에 대한 원망이 너무 컸던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에번은 학교를 졸업하고 여전히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에번은 신시아와 엄마가 연락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신시아는 에번의 엄마에게 선물을 보내며 안부를 전하며 고맙다고 카드를 써서 보낸 것이다. 코너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코너와 에번의 추억이 있(다고 알려진)던 사과 농장은 재개장을 하게 된다. 에번은 차마 그 곳을 갈 생각은 하지 못하지만 어느 날 조이의 연락을 받고 농장에서 재회를 한다. 조이는 부러 농장을 보여주고 싶어 그 곳을 약속장소로 정한 것이었고 에번은 조이에게 미겔의 사진과 연락처를 준다. 코너에게 정말로 친구가 있었다고.
이 책은 두 사람의 큰 고립을 보여준다. 에번의 고립과 코너의 고립. 하지만 그 뿐은 아니다. 재러드도 고립되어 있었고 코너 프로젝트에 알 수 없는 열정을 보이며 성공리에 이끈 엘레나 또한 고립되어 있었다. 처음엔 엘레나가 코너 프로젝트를 대입에 이용하려는 게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서 싫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코너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이끌어 갔던 것이다. 여타의 이유로, 각자의 사정으로 고립되어 있던 그들이지만 코너는 자살을 선택했고 에번은 그렇지 않았다. 비록 거짓말의 거름을 먹고 자랐지만 사과 농장은 다시 열렸고 새로 자라나는 사과 나무들처럼 에번도 한 발자국씩 인생에 걸음을 옮겨야 할 것이다. 결말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책이었던 것 같다. 드라마틱한 결말을 기대했지만 실제론 그런 결말이 아니어서 좋았다. 덤덤하게 자기 몫의 시간을 견디고 살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좋은 구절, 생각을 하게 하는 구절도 꽤 있었다. 에번과 엄마가 과거 아빠가 떠났던 때를 이야기 할 때 어린 에번이 엄마에게 트럭이 또 와서 엄마를 태워가냐고 했을 때 엄마는 말한다. 나는 여기 있을 거라고. 너는 나한테서 꼼짝 못 한다고. 에번은 항상 떠난 아빠를 그리워했지만 그제서야 깨닫는다. 엄마도 원하면 떠날 수 있었다는 걸. 그리고 테리사의 아이가 곧 태어날 것이고 그 아이가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될 때 에번은 조이는 오빠를 잃었는데 자신한테는 남동생이 생기게 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면서 미안함을 느낀다.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배려심이 좋은건지 생각이 많은 건지... 에번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구절이었다.
별점이나 느낌과는 무관하게 반가운 부분도 몇 군데 있었다. 예를 들면 이 책 안에는 내가 인생 책 두 권이 다 등장한다. 초반에 「앵무새 죽이기」가 나와서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더니 나중에 코너의 방에서 「호밀밭의 파수꾼」까지 등장해 감격할 뻔... 그리고 에번이 공원 일을 하면서 먹었던 한국식 타코를 맛있게 먹었었고 그걸 조이와 함께 먹는 장면에서도 외국 도서에서 우리 나라 이름이 나오다니 하면서 사뭇 반가웠다.
하지만 역시 우리나라와 다른 환경이라 공감하기가 어려워서 별 하나를 뺐다. 4개는 줘야지 했다가 아무래도 공감 부분이 영... 사실 나름대로 재미있게 본 영화 "서치"에서도 그 부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은 학교 학생이 죽었거나 실종 되었다고 하는데 친하지도 알지도 못했으면서 나서서 SNS로 애도하고 관심을 끄는 행위는 좀... 그걸로 공감을 얻고 인기를 얻는 것도 너무 이상했다. 우리나라라면 진짜 친했던 학생한테 위로 정도 하고 정말 소외되었던 학생이 자살을 한다면 그 친구의 자리에 꽃을 올려놓는 정도로 끝내지 않을까. 문화 차이인건지 도무지 공감이 안됐다. 하지만 "서치"나 이 책에서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는 걸로 보아 미국은 그런 분위기 인가보다. 신시아와 래리, 조이가 에번의 거짓말에 대해 묻고 지나간 것도 의외였다.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였다면 그게 가능했을까. 모든 걸 밝히고 난리를 피웠을테지. 그렇다고 결말이 마음에 안든다는 건 아니다. 이 부분은 별에 영향은 끼치지 않았다. 그냥 의외였단 거지.
뮤지컬도 한 번 보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나보다. 이거 보러 브로드웨이까지 갈 수도 없고... 가도 못 알아듣겠지만... 책은 이런데 뮤지컬은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