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수집가」
「눈알수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
읽은 기간: 19.12.19~25 / 7일
제목이며 표지며 너무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던... 아 지금도 표지 생각하면 좀 매스껍다. 아니 둘 중 하나라도 좀 괜찮았으면 이 정도는 아닐텐데 제목도 겁나 적나라하게 눈알수집가인데다가 표지까지 눈알이 떡하니 심지어 귀여운 느낌의 일러스트도 아니고 진짜 눈알... 하... 그래서 그냥 이 책에 대한 첫인상부터 별로였다. 독일은 원래 이런 있는 그대로의 생제목을 좋아하나 싶다가 아니 한국에서 출판할 때는 한국 출판사에서 다시 짓거나 할텐데 왜 굳이...? 싶고 아 아무튼 그냥 너무 별로였다. 책 펼칠 때마다 봐야 하는 그 제목과 표지가.
내용은 뭐 나쁘진 않았다. 찔끔찔끔 읽다가 뭐 거의 4분의 3을 엊그제 밤에 잠이 안와서 한꺼번에 읽어버렸다. 저녁에 잠깐 잤다고 잠이 안와버려서 읽기 시작했는데 사실 재미있어서 밤새 읽은 건 아니고 그냥 빨리 읽어버리자는 마음에 후루룩 읽은 것 같다. 심지어 빨리 결말을 알고 싶다 도 아니었고 그냥 빨리 결말을 알아버리자- 이런 느낌...? 제발 실망스러운 결말은 아니길 바랐는데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았다. 한 번 더 반전을 줘서 괜찮았달까. 그래도 영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 눈알수집가... (아 제목 제발...) 그나마 다행인 건 내용 자체는 그렇게 징그러운 묘사가 없다는 거? 정도 되겠다.
소위 눈알수집가라고 명명되는 연쇄살인마가 있다. 기괴한 별명이 붙은 이유는 그가 죽인 아이의 시체에 눈알이 하나 도려져 있기 때문인데 눈알수집가에게는 살인 규칙이 한가지 있다. 일단 아이의 엄마는 죽이고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숨기는데 아이 아빠가 죽은 아내를 발견한 시점부터 45시간이 카운팅 된다. 시간 안에 아빠가 아이를 찾아내지 못하면 아이는 눈알이 하나 도려내진 채 시체로 발견되는 것이다. 이 사이코틱한 살인사건은 독일 전역을 두려움으로 물들인다.
주인공인 초르바흐는 형사 출신의 기자로 8년 전 갓난아이를 유괴한 정신병에 걸린 여자가 아이를 다리 밑으로 던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자마자 여자를 쏴죽인 사건으로 엄청난 마음의 병을 가진 채 살고 있다. 사건 이후 그는 직업을 잃었고 가정을 잃었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아들 율리안은 여전히 그의 단 하나뿐인 사랑이었고 아내 니키 역시 투닥거리긴 해도 서로를 아끼는 것만은 확실하다. 초르바흐는 눈알수집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기사로 유명한데 어느 날 또 하나의 눈알수집가 사건이 발생한 것을 도청중이던 경찰 무전을 통해 접하고 사건 현장에 나타났다가 졸지에 용의자가 되어버린다. 초르바흐의 주장과는 달리 경찰은 현장 위치에 대한 무전을 한 적이 없었고 알려질 리가 없는 현장에 초르바흐가 나타난 것은 너무도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장에서 초르바흐가 잃어버린 지갑이 발견되면서 용의선상에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된다.
자신과 지금은 식물인간이 된 엄마밖에 모르는 은신처에 생각을 정리하러 간 초르바흐는 그 곳에 이미 다른 사람이 와있다는 걸 깨닫는데 그 사람이 맹인 여자라는 걸 알고 더욱 더 놀란다. 알리나 라는 이름의 여자는 맹인 물리치료사로 초르바흐가 전화로 자신을 이 곳으로 오라고 했다고 주장한다. 알리나와 대화를 나누던 초르바흐는 알리나가 눈알수집가를 봤다는 말에 실소를 금치 못하고 알리나가 자신이 만지는 사람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말에 그녀를 미친 사람 취급하려 하지만 알리나가 눈알수집가가 정해놓은 시간이 45시간 7분이라고 한 말을 경찰에게 확인하고 경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걸 알고 있다는 것에서 그녀를 조금 신뢰하게 된다. (물론 이 대목에서 초르바흐는 경찰의 더욱 확실한 용의자가 되어버린다.) 알리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초르바흐에게 설명하고 초르바흐는 자신의 믿음직한 수습기자인 프랑크의 도움을 받아가며 알리나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러 다닌다.
초르바흐는 알리나의 진술이 현재 일어나는 사건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럼에도 그녀의 영능력을 믿으며 함께 움직인다. 초르바흐는 이번에 죽은 여자가 자신이 플라토닉으로 사랑하던 여자 찰리라는 걸 알게 되고 찰리의 남편이 아이들을 찾으러 다니는 대신 술이나 먹고 있자 그것에 분노하고 아이들을 찾아다닌다. 자신이 왜 눈알수집가의 타깃이 된지도 모르는 채로 눈알수집가의 의도대로 움직이기도 하고 경찰에게 잡혀서 고문을 당하기도 하지만 결국 45시간 7분이 되었을 때 숨겨져 있던 토비아르와 레아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되었을 때 알리나는 영능력을 통해 무엇인가를 보고 한가지를 깨닫는다. 과거를 본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능력은 사실 미래를 보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자신이 봤던 것들이 이번 사건과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초르바흐는 아내 니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고 니키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알리나의 환상에서 한 말임을, 그리고 자신이 하는 말이 알리나의 환상 속 남편이 했던 말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알리나의 환상에서 나왔던 피해자의 집의 모습이 자신의 집고 일치한다는 사실도. 눈알수집가는 다음 타킷으로 초르바흐를 지목한 것이고 니키를 죽이고 율리안을 데리고 사라진 채 45시간 7분의 시간을 초르바흐에게 준다.
눈알수집가의 정체는 수습 기자 프랑크였다. 어린 시절 엄마가 도망가고 동생과 함께 아버지의 사랑을 테스트하기 위해 버려진 오래된 냉장고에 숨었다가 그 안에 갇히게 된 프랑크는 정확히 45시간 7분만에 이웃에 의해 구출된다. 한쪽 눈이 없던 동생은 점점 사라져가는 산소와 두려움에 구출되기 전 이미 사망하고 프랑크 혼자 생존한 것이었는데 그 사이 아버지는 아이들 엄마가 생각을 바꾸고 애들을 데려갔다고 생각하고 술집에서 술이나 마시고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조부모의 손에서 자라게 된 프랑크는 수의사인 할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일을 배웠고 때문에 눈알수집가가 마취 같은 약물에 지식이 있던 거였다. 프랑크는 불우한 과거 때문에 옳지 못한 사고를 가지고 성장하게 되고 가정에 소홀한 아버지들을 벌 준다는 이상한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살인사건을 벌인 것이다. 프랑크는 끝까지 초르바흐에게 율리안을 빼앗을지 고민하지만 율리안이 아픈 상황에도, 율리안의 생일에도 초르바흐가 율리안에게 가지 않고 사라진 아이들을 찾는 일에 매진하며 율리안의 생일선물을 전달해달라며 프랑크에게 부탁하자 초르바흐에게 벌을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외눈박이 거인인 키클롭스에서 착안했다느니,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된 놀이인 숨바꼭질을 살인사건에 접목했다느니 하는 거에 비해 알맹이가 너무 허술하지 않았나 싶은 소설이었다. 큰 틀은 괜찮았지만 중간이 너무 늘어지는 느낌이었달까. 지루했는데 끝까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마지막 반전은 예상 못했던 거라 그거땜에 별 3개를 줬는데 그거 아니었음 2개 줄 뻔... 오늘은 그래도 자질구레한 거 싹 빼고 줄인다고 줄여서 줄거리 쓴건데 잘 됐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