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
읽은 기간: 20.09.08 / 1일
읽으려고 했던 책은 아니었고 내가 고른 것도 아니었던 책. 예정에 없던 미용실 동행인으로 따라갔다가 혼자 할 게 없어서 미용실에 비치된 책들을 떠들러 보는데 당최 손이 가는 책이 없었다. 아마도 사장님이랑 나랑 취향이 반대였나보다. 그래서 교보도서관에서 e-book으로 보려고 휴대폰을 들었는데 귀여운 푸우 그림이 눈에 띄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보노보노랑 비슷한 계열이겠거니 하고 바로 대출 클릭- 근데 전혀 아니었다. 그냥... 그냥 그림책... 그림책이었다. 나중에야 저자가 곰돌이 푸인 걸 봤지 뭐야. 정말 곰돌이 푸에 나오는 대사들과 그림으로 만든 좋은 말 모음집 같은 거였다. 그래서 하루가 뭐야, 30분도 안돼서 다 읽어버렸지 뭐야. 그래도 책은 책이니까 후기는 써야지 싶어 창을 열었다.
확실히 명언 모음집(물론 명언 모음집은 아니다.) 답게 적어놓을만한 구절은 많았다. 그냥 책의 반이 적어둘만한 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 그렇지~ 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공감할만한 문장들이 있는가하면 양심이 따끔거리게 비수를 찌르는 구절들도 있었다. 당연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는데 또 읽어보면 잉...? 하는 구절도 있더라. 이러이러 하죠? 맞아요. 이러기 때문이 아닐까요? 라고 잘 나가다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일단 행복해지세요. 라는 류의 뜬구름 잡는 구절은 좀 뭐랄까... 뭐 어쩌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래도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한 권 사서 선물하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활자보다 그림이 많은 부담없는 책이니까 거부감도 없을테고 어쩌면 그 친구가 내가 놓친 어떤 구절로 위로 받을 수도 있는 거니까.
내 경우엔 일할 때나 인간관계에서 실수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말고 나 자신이나 내 성격을 탓하고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와닿았다. 아무래도 내가 요즘 회사나 사람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위축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 자주 드러내지 말라는 말. 요즘 내가 이런 관계로 자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다 힘들다, 짜증난다, 이 사람 싫다, 이런 류가 대부분인 것 같아 엄청 찔렸다.
세상에는 자기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습관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도 있으니 나를 향한 비난에 나를 맡기지 말라는 말. 이건 다채롭게 꽂혔다. 내가 특히 요즘 남들의 평판이나 나에 대한 이야기에 너무 신경쓰고 있는 거 나도 알고 있어서 맞아... 남들 말 너무 신경쓰지 말자... 하면서 읽다가 또 한편으론 내가 누군가를 습관적으로 비난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어 마음이 뭉글해졌다.
적어놓기만 하고 또 안보지 말고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읽어봐야지! 언제까지 이러고 살텐가!